[루키=아산, 원석연 기자] “힘들게 티켓을 땄지만…”

아산 우리은행 위비는 17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5라운드 맞대결에서 65-53으로 이겼다. 4연승.

팀의 공수핵심인 김정은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박혜진은 이날 막중한 임무를 안고 경기에 나섰다. 그래서였을까? 박혜진은 전반 4득점에 그치며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팀이 필요로 한 순간, 박혜진은 에이스가 되어 돌아왔다. 3쿼터에만 무려 10점을 몰아친 박혜진은 최종 14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팀의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40분 풀타임.

박혜진은 “대표팀에 다녀와서 첫 경기였다. 다른 선수들도 휴식기 이후 첫 경기라 초반에 좀 뻑뻑하게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나 초반부터 잘 안 되더라. 그래도 후반에 정신차리고 해서 다행히 이긴 것에 만족하려 한다”고 했다.
 
이날 박혜진은 르샨다 그레이와 2대2 게임으로 재미를 봤다. 3쿼터 초반 그레이와 좋은 호흡을 선보이며 추격 발판을 마련했다. 박혜진은 “우리가 원래 시즌 초반에는 항상 투맨 게임을 많이 한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상대가 파악하는 것도 있고 (투맨 게임을) 하다 보면 특정 선수만 공을 오래 갖고 있게 돼서 빈도를 줄인다. 한 선수가 공을 오래 갖게 되면 농구가 점점 정적이게 된다. 감독님께서 요구하시는 건 5명이 다 볼을 만질 수 있는 유기적이 농구다. 2대2를 해도 세워서 하는 게 아니라 물 흐르듯 자연스레 하려 한다”고 밝혔다.

박혜진은 이날 40분 풀타임을 뛰었다. 그의 가장 최근 40분 풀타임 경기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림픽 최종 예선 영국전이었다. 리그 경기와 국제 대회 40분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그는 “사실 저는 40분을 뛰는 경기가 많은 선수다. 그런데 선수는 모두 경기를 이기기 위해 뛴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항상 출전시간을 생각하면서 뛰진 않는다. 영국전도 힘든 부분은 있었지만, 그 경기를 꼭 잡아야 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털어놨다.

후배 박지수의 발언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박지수는 최근 한국에 돌아온 뒤 “이번 대회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것”이라며 대표팀에 대한 협회의 부족한 지원을 작심하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혜진은 “어제 (박)지수가 그 발언은 ‘감독님의 불화가 아닌 협회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 것을 봤다. 맞다. 그 부분은 모든 선수가 동의하는 부분이다. 저 역시 스페인과 처음 경기를 할 때 유럽 선수와 뛴 기억이 없다 보니 키가 크다는 생각만으로 애초부터 겁을 먹고 (돌파를) 못 들어갔다. 그런 부분은 아쉽다. 지수의 말대로 감독님과 불화가 있는 건 아니다. 전술적인 부분에서 좀 뻑뻑한 부분이 있다 보니 밖에서는 선수와 소통의 문제가 있다고 느낄 수 있는데, 오히려 감독님은 선수들 말을 잘 들어주시는 편”이라고 했다.

이어 “어쨌든 지수도 경기를 잘하고 싶어서 한 말이다. 미국에서 뛰면서 중국 선수들이 미국팀과 연습경기를 하는 걸 보니 더 그런 걸 느끼고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최근 여러 상황이 겹치다 보니 오해를 낳았는데, 지수도 결국 지원에 대한 개선을 위해 발언한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동의한다”며 확실히 정리했다.

아울러 최근 불거진 6인 로테이션에 대한 ‘혹사 논란’에 대해서는 자책하는 모습. 박혜진은 “영국전 이후 중국전에서 우리가 형편없는 경기를 하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 오히려 (영국전) 경기를 뛰었던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경기력 자체가 너무 안 좋았다”면서도 “티켓을 힘들게 땄음에도 좋아할 수 없는 분위기인 것은 좀 아쉽다”고 했다.

박혜진은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하며 그간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던 ‘국내용’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떼어냈다. 그가 ‘국제용’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사실 지금까지 무슨 생각을 갖고 대표팀에서 뛰었는지 모르겠다.(웃음) 팀에서 뛰는 것처럼 너무 욕심을 내면서 뛰었던 것 같다. 다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라 좀 더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했어야 했는데, 한 경기, 한 경기 국제대회 때마다 말리다 보니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욕심을 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런 게 저번 인도 때(2019 FIBA 아시아컵)까지 이어졌다. 그땐 하필 또 어린 선수들이랑 뛰다 보니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었다. 그러다 저번 뉴질랜드전(2020 올림픽 프리 퀄리파잉 토너먼트)부터 달라졌다. 다른 선수들을 믿고 내려놓고 하니 제가 굳이 해결하지 않더라도 받아먹는 찬스도 나고 자연스럽게 공격이 되는 걸 깨달았다. 이제야 좀 역할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 또 대표팀에 뽑히게 되면 저번처럼 여유를 갖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오려 한다”고 전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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