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시즌이 끝났다. KB스타즈가 13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우리은행은 7년 연속 통합우승에 실패했다. 이제 KB가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통합우승에 도전하고, 우리은행은 챔프전 7연패를 정조준하고 있다. 2년 만에 플레이오프로 복귀한 삼성생명도 마지막 반격을 준비 중이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것이라는 기준에서 봤을 때, KB와 우리은행, 삼성생명은 적어도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시즌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규리그를 마치며 시즌 일정을 함께 종료한 3팀은 결과적으로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이번 시간에는 먼저 시즌을 끝낸 3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신한은행, 슬픈 성적표를 받아든 명문구단
6승 29패로 시즌이 끝났다.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신기성 감독 재계약 불발 소식이 전해졌고, 정규리그 시상식이 진행되는 도중에 새로운 감독 선임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비시즌에 변화와 희망을 꿈꿨던 신한은행으로서는 짐작도 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FA로 이경은을 영입하고, 외국인 선수로 나탈리 어천와를 지명한 신한은행의 비시즌 행보는 순조로웠다. 이경은-김단비-곽주영이 중심을 잡고, 검증된 외국인 선수 어천와의 활약과 유승희, 김아름 등 성장을 이어가는 선수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상위권에 충분히 도전을 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봤다.

하지만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유승희가 시즌 아웃을 당했고, 어천와의 합류도 불발됐다. 쉐키나 스트릭렌이 대체로 영입됐지만, 우리가 알던 스트릭렌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스트릭렌의 준비가 프로답지 못했다. 게다가 두 경기 만에 부상으로 쓰러졌고 결국 교체됐다.

외국인 선수에서 생긴 문제점은 신한은행의 시즌 전체를 흔들었다.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 자체도 높은게 사실이지만, 주축 선수들의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 시즌을 시작했던 신한은행으로서는 초반에 무너진 외국인 선수의 약점은 치명타가 됐다. 

국내 주축 선수들이 완전치 않은 상태로 서둘러 복귀했고, 다소 무리하더라도 많은 시간을 소화해야 했다. 결국 이들도 시즌 중반 이후 부상으로 결장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선발로 자리를 잡아가던 김아름도 큰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유승희와 김아름이 있었기에 김연주의 은퇴도 감수할 수 있었을 텐데, 여러 모로 한 시즌 내내, 부상 악령이 떠나지 않았던 신한은행이다.

이로 인해 신한은행은 어느 시점부터는 뾰족히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부상 탓만 하지 말고 그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치명적인 부상은 항상 잘 안되고 계속 지는 팀한테 반복되는 것 같다. 선수 시절, 나도 같은 상황을 겪어봤고, 올 시즌 신한은행에게 닥친 부상의 연쇄는 지난 시즌 KDB생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신한은행은 그래도 김연희와 한엄지의 발굴이라는 수확이 있었다. 곽주영 외에는 국내 빅맨 포지션에 믿고 쓸 수 있는 선수가 없었던 신한은행은 김연희와 한엄지가 1군 무대에서도 가능성을 보이며 기대를 높였다. 김연희가 정통 센터형 선수인데 반해 한엄지는 외곽까지 나와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폭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

신한은행은 감독과 코치를 새롭게 선임하며 6개 구단 중 가장 먼저 변화에 나섰다. 지금의 전력만 놓고 보더라도, 신한은행의 다음 시즌은 분명 반등의 요소가 있다.

부상으로 공백이 길었던 김규희도 이번 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경은과 김규희가 확실한 몸 상태로 코트에 선다면 앞 선의 불안감은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유승희의 복귀 또한 에이스 김단비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연희와 한엄지의 성장 또한 희망적인 요소다. 

개인적으로는 양지영을 어떻게 키워낼지가 기대된다. 양지영은 이번 시즌 31경기에서 평균 18분 4초를 뛰며 3.4점 1.5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만족스럽지는 않은 수치지만 양지영으로서는 거의 모든 면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투지와 적극성이 부족해 멘탈면에서의 보완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좋은 신체조건과 3점슛 능력을 갖춘 선수다. 최근 두 시즌 동안 외곽슛이 실망스러웠던 신한은행으로서는 반드시 성장시켜야 할 선수다. 양지영의 변화와 발전이 새롭게 시작하는 신한은행의 도약 가능성을 증명할 것 같다.

KEB하나은행, 특히 아쉬움이 컸던 한 시즌
시즌 정리를 하면서 가장 막막하고 당황스러웠던 팀이 하나은행이다. 개인적으로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장 기대가 컸던 팀이 하나은행이었다. 훈련도 정말 열심히 했다고 들었고, 비시즌 연습 경기를 봤을 때도 선수들의 몸놀림 자체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줬었다.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도 더 큰 것 같다.

초반에는 강이슬의 부침이 있었다. 주력 선수가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오랫동안 팀을 비우게 되면 당연히 팀 전력을 정상화시키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모든 팀이 이런 숙제를 안고 시즌을 시작했지만, 이 부분을 풀어내는 데 하나은행이 가장 오래 걸렸던 것 같다. 

강이슬이 없는 동안 하나은행은 강이슬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스스로 해결하는 부분을 많이 준비했을 것이다. 여기에 강이슬이 복귀하면서 공격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와야 하는데, 이 부분이 계산에서 어긋났다.

비시즌 동안 준비했던 다른 선수들의 해결 능력은 막상 시즌을 시작하니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강이슬을 살려주는 기존의 공격도 원활하지 않았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강이슬이 자기 역할을 찾았지만, 전체적인 팀 플레이는 아쉬움이 이어졌다. 

찬스에서 적극성을 보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플레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희생하고 궂은일을 하는 모습도 중요한데, 예년에 비해 이런 부분은 부족했던 것 같다. 같은 찬스라도 확률 높은 선수를 이용하는 영리한 농구보다는 적극성으로 포장된 확률 낮은 농구가 많았다.

하나은행에게 가장 아쉬웠던 점은 지난 비시즌 FA시장에서 염윤아를 잡지 못한 부분으로 보인다. 가드 유망주가 많은 하나은행이지만 염윤아는 다른 선수들과는 분명 다른 장점과 안정성을 갖고 있는 선수였고, 팀 농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선수였다. 

특히 염윤아가 없는 하나은행은 완급 조절 면에서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경험이 적고, 비교적 어린 선수들이 많은 하나은행은 완급 조절이 안 되자, 많은 운동량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농구를 펼치지 못했다. 벤치에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필요할 때는 흐름을 멈추고 패턴을 불러서 확실한 찬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하나은행에는 없었다.

센터 포지션의 숙제를 풀지 못했던 것도 뼈아팠다. 국내 4번 자리를 백지은, 김단비, 이수연 등이 돌아가면서 해줬지만 결국 높이의 열세는 해결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은 2쿼터에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로만 뛰었다.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2쿼터 10분을 버틴다 해도 높이의 열세로 누적된 피로는 후반 경기력으로 이어진다. 센터 기대주였던 이하은이 신장이 좋지 않아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 아웃된 것도 하나은행에게는 큰 아쉬움이다.  

하나은행이 건진 가장 큰 수확은 신지현의 성공적인 복귀였다. 신지현은 정규리그 전 경기에 출전해서 평균 24분 55초를 뛰며 8.1점 2.3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수술과 긴 재활, 그리고 반복된 부상으로 좀처럼 복귀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신지현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를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공격력에서 본인이 갖고 있는 장점도 보여줬다. 부상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만큼 앞으로는 프로 입단 당시 받았던 관심과 기대에 부응에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은행은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유망주들의 동시다발적인 잠재력 폭발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매 시즌 눈에 띄는 신예가 나타났다. 에이스 강이슬이 2017-18시즌보다 각종 기록 면에서는 조금 부족했지만, 부침이 있었음에도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3점슛 외의 득점 루트를 다양하게 가져가며 다른 가능성도 보여준 만큼 다음 시즌에는 팀의 중심으로 더 확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FA자격을 획득한 김이슬과 신지현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만큼, 팀에 남는다면 다음 시즌을 더 기대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빅맨 자리의 높이 약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 가장 큰 핵심이 될 것 같다.

OK저축은행, 기대 이상의 가능성을 증명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지난 해와 비교해 가장 다른 모습을 보여준 팀이 OK저축은행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이 팀의 농구를 보면, ‘신나는 농구를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KDB생명 시절, 어딘가 모르게 주눅 들어 있고, 늘 어둡다는 느낌을 줬던 팀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활기찬 농구를 펼쳤다.

어떻게 보면 OK저축은행의 농구는 단순했다. ‘정통 포인트가드’라는 이름에 가장 가까웠던 안혜지의 시원시원한 패스가 있었고, 전체적으로 달려주는 농구를 펼쳤다. 

전술적인 부분을 까다롭게 강조했던 정상일 감독의 빠른 대처와 변화가 주효했던 것 같다. 비시즌 기간과 시즌 초반, 정상일 감독은 자신이 준비한 전술을 선수들이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이 힘들어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자기 것을 고집하기보다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들로 단순화시키고, 강점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수비에서 약점이 많았지만, 몇 번의 보완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오히려 빠르게 달리고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들의 장점을 지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어시스트 1위를 차지한 안혜지, 팀의 확실한 중심으로 성장한 구슬, 그리고 가장 다이내믹한 선수 중 한 명이었던 진안의 성장은 OK저축은행의 농구를 더욱 재미있게 만든 요소였다.

외국인 선수 다미리스 단타스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 KB에서 박지수와 함께 뛰며 비교적 쉽게 농구를 했다면, 올 시즌에는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건실하게 골밑을 지켰고, 주득점원이자 팀의 중심으로 선수들을 끌어줬다. 경험과 자신감이 부족한 OK저축은행의 어린 선수들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감독의 믿음 뿐 아니라 코트 안에서 확실하게 중심을 잡아준 단타스의 역할도 컸다고 본다.

예년만큼은 아니지만 OK저축은행도 부상 선수가 발생했다. 정선화와 조은주는 비시즌 훈련이 충분치 않았다는 이유로 시즌 초반, 결장하는 경우가 있었고, 한채진과 노현지는 부상으로 결장했다. 

그러나 부상 선수의 공백으로 무너짐을 반복했던 예년과 달리 어린 선수들이 힘을 내며 OK저축은행은 위기를 견뎌냈다. 정유진의 역할도 컸다.

특히 OK저축은행의 시즌 초반은 단타스가 이끌고 간 반면, 어느 시점부터는 선수들이 단타스와 함께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에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시즌 내내 에이스한테 의존한 것이 아니라,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성장이 동반상승효과를 가져왔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만큼 결과 면에서의 아쉬움은 분명 남지만, 이번 시즌의 OK저축은행을 놓고는 부족했던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만큼 좋은 시즌이었고, 팀은 물론 선수들도 추락하던 KDB생명 시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던 위기를 극복하고 확실한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새로운 이름으로 시작하는 다음 시즌은 OK저축은행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환경과 여건은 좋아지겠지만, 성적을 내기 위한 싸움은 올 시즌보다 어려움이 많을 수도 있다. 

OK저축은행의 단타스는 사실상 이번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였다. 외국인 선수 부문에서 OK저축은행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효과를 누렸다. 다음 시즌은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다른 팀들의 경쟁력과 반등요소가 더 크다.

OK저축은행에게는 연속성이 가장 큰 숙제가 될 것 같다. 끝없이 추락하던 팀이 확실한 반등의 기회를 잡았고, 가능성과 자신감을 함께 수확했다. 지금의 흐름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느슨해져서도 안 되고, 무리한 욕심도 화가 될 수 있다. 올 시즌에 보여준 상승세가 다음 시즌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슬기로운 비시즌을 보내야 할 것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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