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 이향 KBSN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농구팬 여러분. KBSN 아나운서 이향입니다. ‘루키 더 바스켓’으로는 작년 월간여신과 시즌 종료 후 필리핀 휴가 특집 코너로 인사드렸었는데 직접 글을 쓰는 건 처음이에요.

먼저 WKBL 2년 차인 배울 것 많은 저에게 소중한 기회를 할애해 주신 ‘루키 더 바스켓’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자농구 선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분들께 매달 인사드릴 텐데요, 쓰리포인트의 모토는 ‘놀면서 하는 인터뷰’입니다! 여자농구선수들이 가장하고 싶어 하는 인터뷰가 되는 그날 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_<

첫 번째 주인공은 구슬 선수입니다. 인터뷰를 하기 직전 경기였던  (2018년) 12월 20일 신한은행 전에서 18득점을 하며 저와 경기 MVP인터뷰를 했는데요, 이게 바로 운명일까요? 그럼 이제 구슬 선수를 만나러 가보시죠!

 

이향(이하 ‘향’): 이향의 쓰리포인트! 세 가지 포인트로 구슬은 심층적으로 분해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구슬(이하 ‘슬’): ㅋㅋㅋㅋ(그저 웃지요)
향: 제가 인터뷰 하자고 했을 때 어땠어요?
슬: 음... 내가 인터뷰해도 되나? 인기있는 다른 선수들도 많은데...
향: 다른 선수라면 누구...?
슬: 뭐... 예를 들면 강이슬(하나은행)이라던가...
향: 에이... 강이슬도 강이슬만의 매력이 있고, 구슬은 구슬만의 매력이 있는건데... 충분히 상대해 볼 만하지 않아요?
슬: 음... 근데.. 제가 졌어요! 전 인정하는 거 되게 빨라요!(웃음)

향: 자.. 우선 제일 중요하고 궁금한 거! 제 첫인상은 어땠나요?
슬: 작년에 처음 봤을 때 ‘너무 예쁜 언니다’라고 생각했는데... 말을 하니까 ‘아 그냥 똑같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 
향: 그래요... 인간미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게요..

원포인트 #리얼구슬

향: 진짜 구슬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어요.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파헤쳐보겠습니다. 먼저 나이는?
슬: 1994년생 25살이요. 곧 26살이 됩니다.
향: 키는 진짜 180cm맞아요? 더 커 보여요! 
슬: 실제로는 179cm정도고 농구화 신으면 180cm가 넘어요.
향: 우와! 농구하기는 너무 좋고, 비율도 좋은데 남자친구 만날 때 고충도 있을 것 같아요. 남자친구의 키는 어느 정도였으면 좋겠어요?
슬: 저랑 비슷해도 괜찮아요. 사실 저는 신경 쓰지 않는데, 같은 키라도 여자가 남자보다 더 커 보이는 느낌이 있어서 상대가 부담스러워 하시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한거 없이 남자 분께 부담을 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ㅠㅠ 아 제가 어깨가 넓은 편이라 어깨 넓은 남자가 좋긴해요! ㅎㅎ
향: 그럼 좋아하는 피부톤은?
슬: 저처럼 까만 분?ㅋㅋㅋㅋㅋㅋ OK저축은행 배구단에 요스바니 선수 좋아요! 팬이에요!

아... 요스바니 선수... 농구장에 한 번 더 와주세요. 구슬이가 원하네요...

 

향: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요?
슬: 세 자매 중 둘째 딸입니다. 저만 외자 이름!
향: 이름은 무슨 뜻이에요?
슬: 한글 이름인데 슬기로워라, 구슬처럼 빛나라 이런 뜻이래요. 그런데 부모님께 물어볼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요. 일단 지어놓고 뜻을 만드신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향: 농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슬: (뭐지? 이 진행?) 초등학교 때 키가 컸어요. 168cm였거든요. 그 때 신갈초등학교에 농구부가 막 생겨서 스카우트 됐어요. 피구도 좋아하고 공으로 하는 건 다 좋아했어요
향: 가족이 다 큰 편인가요?
슬: 어머니가 큰 편이시고 언니도 키가 큰 편이고요.
향: 농구를 직업으로 선택한 계기는요?
슬: 초등학교 때 농구가 너무 재밌었어요. 감독님도 너무 인자하셔서 농구에 쉽게 정을 붙인 것 같아요. 중학교 때는 우승을 두번 하면서 많이 늘었고, 고등학교 때 대만 교류 활동도 재밌어서 기억에 남아요. 그렇게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향: 취미도 궁금해요! 농구 제외하고!
슬: 낙서하는 거 좋아해요 끄적끄적 하면서 힐링을 하는 편이에요.
향: 슛 감각과 스텝은 타고 났다는 평가를 듣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슬: 감사하죠.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최근에는 (안)혜지가 좋은 패스를 줍니다!
향: 구슬 선수는 뭔가 상대 수비를 제칠 때도 여유롭게 하는 것 같아요!
슬: 아니... 그게 저는 엄청 열심히 하는 거예요. 빨리 한다고 한 거거든요. 저는 엄청 열심히 하는 건데 가끔 몰라주셔서 억울하기도 해요. 원래 좀 느린데, 더 열심히 해야죠... ㅠㅠ

<구슬의 스텝백>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 2016-2017시즌 그것이 알고싶다.

향: 농구를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은요?
슬: 2016-2017시즌이죠. 그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운동이나 생활, 관계... 모든 면에서 힘들었어요. 농구화를 보는 것도 정말 힘들었고..
향: 지금 그때 상황을 다시 돌아봐도 운동을 그만 둘 만큼 힘들었다고 느껴요?
슬: 철없는 선택이긴 했는데, 사실 지금 생각해도 그 상황은 힘든 상황이었어요.
향: 결정도 쉽지 않았겠지만 주변에 알리는 것도 어려웠을 것 같은데?
슬: 제 스스로 좀 쌓여있었거든요. 안 될 것 같다는 순간들을 많이 참긴 했는데... 그래서 주변사람들도 어느 정도 제가 힘들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부모님께 먼저 말씀드렸죠. 당연히 일단은 참아보자고 하셨어요. 많이 죄송했죠.
향: 돌아오기 전까지 쉬는 동안 어떤 생각했는지도 궁금해요.
슬: 그만둘 때는 정말 다시는 농구를 안 볼 줄 알았는데 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보는 동안 간질간질한 기분이랄까? 아는 사람들이 농구를 하는 걸 보면서 뭉클하고 다시 하고 싶더라고요. 집 앞에 농구장 가서 볼도 만져보고... 애틋한 기분이었어요. 다시 들어와서는 동료들에게 많이 미안하더라고요.

향: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힘들었던 상황들은 돌아온 뒤에 좀 달라졌나요?
슬: 그런 것 보다는 쉬면서 제가 생각이 좀 변한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도 커졌고, 힘든 상황을 버티고 견디는 힘도 더 생긴 것 같아요.
향: 돌아오고 나서 농구를 하면서 그 전과 달라진 점 있었어요?
슬: 다시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그런 감사함과 미안함이 책임감을 조금은 더 키워 준 것 같아요.

향: 마음을 확실히 잡는 계기가 됐나요?
슬: 맞아요. 확실히 제 길을 정하고 여기서 끝을 보자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너무 잘못된 선택이었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흔들리지 않을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아요.
향: 구슬의 인생에 스탭백 같은 사건이었지만, 훌훌 털고 지금처럼 씩씩하게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슬: 네 더 열심히 할게요! 감사합니다!

투포인트 #구슬과 OK저축은행

향: 제가 이 포인트를 잡은 이유는요, 구슬 선수가 유난히 동료들을 아끼는 게 눈에 보여서 그래요. 맞게 봤나요?
슬: 원래 학생 때부터 동료애가 강한 편이었는데, 우리팀 선수들 자체가 워낙 밝고 좋아요. 진안이가 가끔 춤을 춰주는데 진짜 잘 춰요!
향: 진안 선수가 춤을요?
슬: 네 진안이가 보기에는 남성적이라고 느끼실 수 있는데, 몸은 비유하자면 비너스에요. 웨이브를 너무 잘해요! 애들이 장난치고 웃겨 주면 힐링이 정말 많이 되는 것 같아요.
향: 후배들 중에 안혜지 선수가 이번 시즌에 큰 역할을 맡았어요. 시즌을 준비할 때 동료들의 기대감은 어느 정도였나요?
슬: 지금도 잘해주고 있지만, 그때는 정말 기대를 많이 했죠. 비시즌에도 정말 잘했거든요. 저랑 룸메이트라서 얘기도 많이 해요. 혜지는 진안이하고 정말 호흡이 잘 맞는 거 같아요. 둘 다 잘 뛰는 선수들이라 그런 것 같아요.

향: 홍소리 선수는 어때요? 벤치에서 응원할 때 보면 정말 열광적이던데... 분위기 메이커 인 것 같더라고요!
슬: 저희 팀의 비욘세죠. 벌써 헤어스타일부터 한국사람 아닌 것 같아요. 우리 팀엔 남미용병이 둘 있어요. (다미리스) 단타스랑 (홍)소리... 그래도 저희 팀의 ‘베스트 흥’은 진안입니다. 진짜 따라갈 수 없어요.
향: 너무 어린 선수들만 물어봤죠? 반대로 가볼께요. 올 시즌에 합류한 정선화 선수는 어때요? 보기만 해도 든든할 것 같아요!
슬: (정)선화 엄마라고 불러요. 언니는 정말 여성스럽고 세세하게 잘 챙겨줘요. 

<힘들었던 비시즌>

향: KDB생명이 팀 운영을 포기하면서 유독 힘든 비시즌을 보냈잖아요? 동료들이랑 어떤 이야기를 하면서 견뎠나요?
슬: 그래도 ‘팀도 없는데’라는 부정적인 생각은 아무도 안했어요. 우리가 열심히 하고 좋은 모습을 보이면 새로 인수해 줄 팀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팀이 새롭게 인수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기다려서 좋은 스폰서를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쓰리포인트 #구슬의 2018-2019시즌

향: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비시즌 훈련을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고 한 걸로 기억해요.
슬: 정말 많이 뛴 비시즌이에요. 러닝도 그렇고 서키트도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연습 경기를 하면 그래도 경기력이 나빴던 적이 별로 없어서 시즌에 대한 희망이 생긴 것 같아요. 아... 근데 막상 시즌 시작하니까 그 좋았던 기억이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하아.. 다시 다잡고 더 열심히 해야죠...
향: 비시즌 때 많이 뛴 게 지금 효과로 나타나고 있나요?
슬: 왜 ‘경기 체력’이라고 하잖아요? 그 부분은 예전보다 분명히 나아진 것 같아요.
향: 매 경기 슬로우스타터라는 말이 있어요. 자기 기량을 보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는 얘긴데 스스로 느끼기엔 어때요? 
슬: 맞아요. 늘 1쿼터가 제일 힘들어요. 슛 하나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뭔가 잘 풀리는데, 그게 안 되면 항상 힘들더라고요. 경기감각 문제인 것 같아요. 경기 때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리는 게 앞으로의 과제인 것 같아요.

향: 플레이 스타일이 느리다는 말도 있던데?
슬: 일본 전지훈련 때 레이업을 하려고 원 스텝을 밟았는데 수비하던 일본 선수가 앞으로 휙 지나가 버리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레이업을 올라가면서도 넣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그렇게 느린가’했던 거 같아요. 충격적이었어요. 남들이 보기엔 제가 대충하는 것 같을 수도 있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 빠르게 하고 있는 거예요. 느리다는 걸 알아서 빨리 하려고 서두르다가 턴오버를 할 때도 있는데, 남들은 그걸 보고도 여유 있게 하면서 턴오버를 하냐고... 

응... 괜찮아... 한 박자 빠른 슛이 있으면 한 박자 느린 슛도 있는 거잖아. 어차피 엇박자로 수비수를 속였으니 성공이야. 시간을 지배하는 구슬!!!

 

향: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가 늘 있더라고요. 수비 보완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게 있나요?
슬: 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가 더 문제죠. 그래서 (한)채진 언니한테 많이 미안해요. 제가 같이 막아줘야 하는데... 지금은 한 가지부터 해 나가려고 해요.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고 가르쳐 주세요. 요즘은 다운디펜스에 집중하고 있어요. 

향: 정상일 감독님께서 구슬 선수에게 많은 역할을 주고 믿어 주시는 것 같아요. 또 본인도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슬: 감독님께서 저희를 믿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보여드리고도 싶고요. 동료들도 같은 생각일 거예요. 
향: 감독님 농구 스타일은 어때요?
슬: 감독님은 코트에서 선수들이 서로 미루는 걸 진짜 싫어하세요. 중요한 순간에 볼을 잡은 사람이 해결하라고 항상 강조하시죠. 일단 수비가 우선이라고 생각하세요. 수비가 70%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뛰는 게 기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시고요. 세세하게 지시하시고 많이 가르쳐주시는 스타일이에요. 농구 외적으로는 소통도 많이 하시고, 편하게 장난도 많이 쳐주세요.

향: 감독님께서는 구슬 선수가 리그를 대표하는 스몰포워드가 될 거라고 하셨어요!
슬: 리그??? 리그요???
향: 응! 팀도 아니고 리그요!
슬: 아... 왜 그렇게 말씀을 하셔서...
향: 리그를 대표하는 스몰포워드니까 신한은행의 김단비 선수에 버금가는 선수가 되는 건가요?
슬: 아... 그렇게 되면 다 큰 거죠. ㅠㅠ 다 크고 정말 잘 큰 거...

향: 열심히 달리고 있는 이번 시즌,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점은요?
슬: 다치지 않고 시즌을 치르고 있는 거에 대해서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어요. 감독님께서도 구체적으로 ‘라운드 당 2승’, 이런 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선수들에게 목표 설정해주시는 스타일이라 동기부여도 확실히 되는 것 같고요.
향: 그럼 올 시즌,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슬: 개인적으로는 슛 성공률을 올리는 게 목표에요. 자유투도 포함해서요!
향: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슬: 발전하는 선수,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향: 마지막으로 올 시즌 목표는요?
슬: 플레이오프 진출이요. 정말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시즌이거든요. 선수들, 감독 코치님과 똘똘 뭉쳐서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뤄내고 싶어요!

이날 구슬 선수는 오전 훈련 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숙소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사실 ‘놀면서 하는 인터뷰’가 콘셉트인 만큼 인근의 수원 화성을 걸으며 뭐라도 해볼까 했는데... 어머! 우리 구슬 선수... 슬리퍼를 신고 등장하셨습니다!!! ^^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

아!무!튼! 

털털한 매력까지 아낌없이 발휘한 구슬 선수! 유쾌한 인터뷰를 마치고 주말도 없이 오후 훈련을 위해 무사히 복귀했는데요, 정상일 감독님이 바라는 것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스몰포워드로 성장하길 응원합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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