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고양, 최기창 기자] 여자농구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한 대회였다.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13일부터 이틀 동안 고양 스타필드 중앙 아트리움에서 ‘WKBL CHALLENGE WITH KOREA 3X3’을 개최했다.

이번 대회에는 아산 우리은행 위비와 청주 KB스타즈,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WKBL 위탁운영팀 등 WKBL 4개 구단과 파비우스 도쿄 다임, 리작, 세카이에(이상 일본), 웨이샤오, 산둥(중국) 등 9개 팀이 참여했다. 

대회 우승컵은 일본 리작이 차지했다. MVP에는 마이 이시카와가 선정됐다. 한편, WKBL 위탁운영팀의 정유진은 2점슛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 여자농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단 WKBL은 3X3 국제대회를 유치하며 개막을 앞둔 여자농구에 대한 대중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나들이하기 가장 좋은 10월의 주말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고양 스타필드에서 경기를 개최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한국 선수들은 물론 일본과 중국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관중들은 환호와 놀라움, 박수로 화답했다. 일부 WKBL 선수들은 경기를 마친 뒤 기다리던 관중들의 사진 요청을 수차례 받기도 했다. 

또한 이벤트로 펼쳐진 2점슛 챌린지에서 여자농구 레전드인 박찬숙 WKBL 경기운영본부장과 박정은 경기운영부장, 김은혜 KBSN 스포츠 해설위원 등 익숙한 인물들을 앞세워 일반 대중들에게 여자농구를 소개했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대회에 참가한 여자농구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큰 수확이다. 팀을 꾸린 WKBL 4개 구단은 주전급 선수들이 아닌 유망주 위주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우리은행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여자농구 3X3 대표로 출전했던 김진희와 최규희가 안정적인 경기력과 슈팅을 선보였다.

KB 역시 아시안게임 3X3 대표팀 출신 박지은이 돋보였다. 또 지난 6월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으로 치러진 2018 KBA 3X3 코리아투어에 참가했던 가드 이소정의 성장세도 확인했다. 8강전에서 선보인 루키 박주희의 호쾌한 외곽슛도 나쁘지 않았다.

아쉽게 8강에서 탈락한 WKBL 위탁운영팀 역시 구슬과 진안, 안혜지, 정유진 등 당장 새 시즌에 주축으로 거듭나야 할 어린 선수들이 이번 비시즌 동안 갈고닦은 다양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도 의지를 다져온 WKBL 위탁운영팀 선수들의 이번 대회 활약은 오는 2018-2019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삼성생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결선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했지만, 재일교포 출신인 황미우가 시원한 외곽슛으로 관중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선수단 막내 김나연의 승부욕 넘치는 플레이도 돋보였다. 

다만 조금 더 생각해야 할 점도 있었다. 

우선 일본과 중국 선수들은 비행기 삯 등 경비 대부분을 스스로 충당했다. 각 소속 구단에서 비용을 지원한 한국 선수들과는 달랐다. 특히 일본팀의 경우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한국 팀들보다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일본팀들 역시 ‘3X3 여자농구’ 저변이 크게 성화 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한국 여자농구에 시사하는 바가 조금 크다. 

또 국제 대회임과 동시에 농구 팬이 아닌 일반인을 관중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대회에서 여자농구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연예인들이 대회 진행을 맡았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선수들의 이름을 부를 때 틀리기도 했고,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부족해 설명도 다소 부실했다. 이마저도 준결승과 결승이 펼쳐진 대회 둘째 날에는 설명 없이 경기 중간 선수들의 이름만 들렸다. 

국제대회임에도 인터뷰 장소나 탈의실 등 기본적인 시설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일반 관중들과의 동선이 자꾸 겹치는 문제도 발생했다. 선수들은 경기 전후로 쇼핑몰 고객들이 앉는 의자에 앉아 테이핑하거나 농구용품을 점검해야 했다. 

또한 행사가 열린 13일과 14일은 KBL 2018-2019시즌이 개막하는 첫 주였던 탓에 농구팬의 관심이 분산됐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처음부터 배부를 수는 없다. 

다음 달 3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5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하는 WKBL은 지난해부터 ‘3X3 트리플 잼’, ‘위시 카페’, ‘위시 코트’ 기증, ‘3X3 챌린지’ 개최 등 팬들을 먼저 찾아가는 행사들을 차례로 열고 있다. 

최근에는 내적인 변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병완 총재를 새롭게 선임한 뒤 6개 구단 감독과 심판부가 모두 모여 소통하는 자리를 여러 차례 마련했다.

또 경기부와 심판위원회를 통합해 ‘경기운영위원회’라는 이름을 붙였고, 신임 경기운영본부장과 경기운영부장에 전 국가대표 출신 여자농구 레전드 박찬숙 씨와 박정은 씨를 위촉했다. 여자농구 부흥을 위해 전설들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대회를 현장에서 총괄한 박찬숙 WKBL 경기운영본부장은 “주변의 기대치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농구인으로서 활기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어떤 곳이든지 가리지 않고, 최대한 현장을 많이 찾으려고 한다. 여자농구 인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은 경기운영부장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물론 처음부터 확 달라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선수와 코치를 모두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현재 여자농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더욱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번 ‘WKBL CHALLENGE WITH KOREA 3X3’ 대회가 여자농구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 한규빈 기자 gksrbqls24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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