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최근 몇 년 간 전 세계에는 스테판 커리 열풍이 불고 있다. 2009년 입단 당시만 하더라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발전을 거듭한 커리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3점슛 능력을 앞세워 NBA 부흥의 선두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런 커리를 추앙하는 팬들은 미국과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넘쳐난다. 그리고 여기 또 한명의 커리 팬이 있다. 2015년 첫 앨범을 발표한 이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가수 허니비가 그 주인공. 

커리의 매력에 빠져 그를 주제로 한 곡을 발표했을 정도로 커리의 열성 팬임을 자처한 허니비를 <루키 더 바스켓>이 만나보았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7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또 다시 여신 후보를 찾아 인터넷을 방황하던 필자의 눈에 들어온 영상 하나. 해당 영상에서는 커리의 유니폼을 입은 한 여성 래퍼가 열정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공연에서는 커리의 이름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뭔가 촉이 온 필자가 곧바로 찾아낸 여성 래퍼의 이름은 허니비. 해당 공연에서 그가 불렀던 곡의 제목 자체가 ‘Curry'인 것을 봤을 때 누가 보더라도 커리의 팬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숨어있던 새로운 여신을 발견해 낸 필자는 곧바로 섭외에 나섰고, 그렇게 허니비와의 즐거운 만남이 성사됐다. 

주변인들 덕분에 자연스레 접한 농구
전 세계에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커리로 인해 NBA의 팬들이 많이 늘어났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NBA를 좋아하는 여성 팬을 찾아보기는 쉽지가 않다. 때문에 허니비를 만나기 전까지도 우려는 있었다. 

영상을 보고 철석같이 커리의 팬이라고 믿었는데 실제로 보면 팬이라기보다 그저 이름만 알고 있는 경우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었던 것.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이런 필자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제가 남동생이 있는데 진짜 어렸을 때부터 농구를 너무 좋아해서 항상 저한테 샤킬 오닐이 어쩌고 르브론 제임스가 저쩌고 했거든요. 덕분에 저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또 생각해보면 제 주위에 되게 농구인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농구를 직접 하시는 분들은 NBA에 관심이 많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NBA에 대해 많이 아는 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같은 거는 꼭 찾아보거든요. 특히 커리 꺼요!”

경기 영상을 찾아보는 정도면 상당하지 않은가? <루키 더 바스켓>의 편집장은 농구 전문지의 수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아했던 올랜도 매직이 내리막을 탄 후 NBA 영상을 굳이 찾아보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허니비 승!

이처럼 주위에 득실대는 농구인들에게 세뇌(?)당한 그는 자연스럽게 NBA를 접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커리의 열혈 팬이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약점을 노력으로 극복해낸 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의 모습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커리를 주제로 한 곡을 발표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예전부터 스포츠 선수를 빗대어서 곡을 내야지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마침 그때 제가 한참 스테판 커리에 빠져있었거든요. 그래서 ‘아 이거다’ 싶었죠. 커리같은 선수는 조던이나 코비처럼 처음부터 특출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본인이 엄청난 노력을 통해 지금의 성공을 이루어낸 것이라서 보통 사람에게서 볼 수 없는 어떤 아우라 같은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거를 모티브로 해서 곡을 완성하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해서 ‘커리’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게 됐어요.”

그의 말처럼 커리는 데뷔 초창기만 하더라도 그저 그런 유망주에 불과했다. 분명 슈팅능력은 뛰어났지만 괴물들이 득실대는 리그 내에서 평범한 수준의 운동능력에 불과했고 드리블 실력도 떨어졌다. 

무엇보다 수시로 부상을 당하는 그의 약한 발목은 많은 팬들의 걱정을 자아냈다. 팀의 미래를 맡길 선수로 커리와 몬타 엘리스를 놓고 고민하던 골든스테이트가 최종적으로 커리를 선택하자 많은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던 것도 유명한 이야기다. 

그러나 커리는 이 모든 것을 오직 노력으로 극복해냈다. 장점이던 슛은 점점 더 막을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단점으로 지적받던 드리블 역시 엄청난 노력으로 NBA 최상급 실력으로 올라섰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2014-2015시즌 자신의 첫 MVP 트로피를 따낸 커리는 이듬해인 2015-2016시즌에는 NBA 역사상 전무후무한 ‘만장일치 MVP’를 수상하며 명실상부 리그 최고의 스타로 올라섰다. 

“저도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해왔거든요. 진짜 제가 노력한 것을 다 설명하려면 2박 3일은 걸릴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그런지 커리가 자신의 노력을 통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이 더 멋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아쉽게도 이번 여름 방한한 커리의 모습을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고. 대신 그는 무한도전에 출연한 커리의 영상을 챙겨보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훗... 필자는 커리의 내한 행사를 현장 취재했다. 여기서는 허니비 패!

“제 주위에 농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제가 커리를 좋아하는 것을 아니까 커리에 대한 기사나 소식이 있으면 저한테 제일 먼저 알려줘요. 그래서 커리가 한국에 온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때 다른 일정이 있어서 직접 보러 가지는 못했어요. 대신에 무한도전은 본방으로 챙겨봤죠. 역시 잘하더라고요. 실제로 보지 못해서 정말 아쉬워요.”

랩뿐만 아니라 보컬도 가능한 만능 싱어송라이터
허니비는 현재 래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첫 3개의 싱글 앨범 장르가 R&B였을 정도로 보컬에도 재능이 있다. 데뷔 앨범을 R&B 장르로 내게 된 것은 래퍼로써의 역할만을 강조한 전 회사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3번의 R&B 싱글 앨범 발매로 보컬에 대한 묵은 체증을 털어냈다. 

“제가 원래는 회사에 되게 오래 있었어요. 그때는 회사에서 제 포지션이 래퍼였거든요. 그런데 그때 회사에서 저한테 ‘래퍼’라고 주입시키는 게 불만이었어요. ‘너는 래퍼니까 랩만 해야 돼’ 같은 압박이 있었거든요. ‘왜? 난 노래도 할 줄 아는데’ 하는 생각이 있었죠. 그래서 회사를 나가서 음악을 한다면 보컬 앨범을 먼저 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고, 실제로 그렇게 하게 된 거에요. 나오고 바로 R&B를 작업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보컬로써의 앨범이 3개가 나왔는데 그렇게 하니까 보컬에 대한 갈증이 좀 가시더라고요. 진짜 답답했거든요. 사실 보컬에 연연했던 건 제 랩 실력에 대해 자신이 없었던 것도 이유였어요. 당시에는 제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끼니까 어디 가서 래퍼라고 말하기는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처럼 보컬에 대한 갈증으로 R&B 활동을 이어가던 그였지만 힙합이라는 장르를 완전히 놓아버린 것은 아니었다. 

데뷔곡이던 'To You'라는 곡의 발매에 앞서 자신의 사운드 클라우드(온라인 음악 유통 플랫폼)에 힙합곡을 공개하는 등 꾸준히 래퍼로써의 활동을 이어갔다. “생각해보면 힙합 역시 꾸준히 했던 것 같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허니비라는 예명을 짓게 된 것 역시 랩과 보컬을 동시에 하고 싶었던 그의 의지가 표현된 것이라고. 전 회사에서 지어준 예명에 대한 반발심(?) 또한 새로운 예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원래 회사에서는 제 본명이 김혜리이니까 지옥을 뜻하는 헬(Hell)을 갖다 붙여서 ‘헬킴’이라고 하라는 거예요. 진짜 부끄럽기도 하고 싫었어요. (웃음) 회사를 나온 후에 같이 작업을 하게 된 이노라는 프로듀서 오빠랑 이야기를 하면서 랩도 하고 노래도 할 수 있는 그런 이름을 찾았죠. 그러다가 오빠가 이름에 ‘허니’가 들어가면 노래 부를 때도 좋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래퍼 중에도 허니가 들어간 래퍼가 많거든요. 그렇게 허니를 우선 정해놓고 뒤에 ‘비’를 붙여서 ‘허니비’라는 이름으로 결정 했는데 이 이름은 처음부터 진짜 마음에 들었어요.”

이처럼 힘겨운(?) 과정을 거친 끝에 탄생한 예명이지만 하필 그 시기에 허니버터칩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도 했단다. 몰랐는데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약간 꿀 냄새와 버터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허니버터.. 아니 허니비라는 그의 예명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진짜 허니버터칩 아니에요! (웃음) 중독성 있는 목소리를 가졌다는 뜻에서 허니는 저를 지칭하는 말이고요. 비는 알파벳 B가 아니라 ‘되다’라는 동사의 Be거든요. 그러니까 제 예명 뒤에 곡 제목이 붙으면 그게 제가 되는 거죠. 커리를 예로 들면 '허니비-Curry' 이렇게 되어 있으면 제(허니)가 커리가 되는(Be)거죠.” 

②편에서 계속...  
사진=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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