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프리시즌은 프리시즌일 뿐이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밀로스 테오도시치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유럽산 가드의 또 다른 성공 사례를 기대케 하고 있다.

2017 NBA 프리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13일(이하 한국시간)을 마지막으로 30개 팀들은 프리시즌을 마무리하고 18일부터 시작하는 정규시즌에 본격 돌입한다.

프리시즌은 정규시즌을 위한 일종의 테스트 과정이다. 트레이닝 캠프에서 준비한 호흡을 코트에서 실험하는 무대다. 핵심 선수들의 출전 시간은 15분에서 25분으로 조절되는 게 일반적이다. 프리시즌 경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그러나 '세르비아 특급' 밀로스 테오도시치(포인트가드, LA 클리퍼스)의 프리시즌 경기력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2009년 드래프트에서 어떤 NBA 팀에게도 지명받지 못했던 테오도시치는 만 30살이 된 올해 드디어 NBA 무대를 밟는다. 프리시즌은 그런 테오도시치의 'NBA 드림'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였다. 그리고 테오도시치는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클리퍼스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테오도시치의 패스 능력은 유럽에서 뛸 때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 특히 픽앤롤 상황에서 뿌리는 절묘한 패스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다. 수비 성공 후 반대편 림으로 달려가는 동료에게 뿌리는 긴 아웃렛 패스도 일품이다. 관건은 NBA에서도 테오도시치의 이런 능력이 그대로 발휘될 수 있느냐였다.

NBA 가드들의 압박 수비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엄청나게 긴 팔과 풍부한 활동량으로 손쉬운 드리블조차 어렵게 만든다. 패스 하나도 쉽게 뿌리기 힘든 곳이 NBA다. 많은 유럽 최고 가드들이 NBA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유럽으로 돌아가는 이유다. 하지만 프리시즌의 테오도시치는 달랐다. NBA 가드들을 상대로 본래의 패스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블레이크 그리핀, 디안드레 조던과 함께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13일 열린 새크라멘토 킹스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도 테오도시치의 활약은 이어졌다. 이날 선발 출전한 테오도시치는 패스만으로 스테이플스 센터를 찾은 팬들을 놀라게 했다. 볼을 받은 동료들이 잘 마무리만 했다면 화려한 장면이 몇 번은 더 나올 뻔했다. NBA 최고급 가드 수비수로 꼽히는 조지 힐도 테오도시치의 2대2 게임과 한 타이밍 빠른 패스에 고전했다. LA 지역 방송 해설자들 역시 테오디시치의 패스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미국 CBS스포츠는 최근 '테오도시치는 농구 팬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이름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테오도시치의 프리시즌 경기력을 집중 조명했다. 크리스 반웰 기자는 '단순히 프리시즌이라 그런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테오도시치가 정규시즌에도 블레이크 그리핀에게 엄청난 아울렛 패스를 뿌릴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NBA 팬들이 이번 시즌에 테오도시치의 플레이를 챙겨볼 필요가 있을까? 무조건 그렇다'며 테오도시치를 높이 평가했다.

골든스테이트의 케빈 듀란트는 테오도시치의 데뷔를 기다리고 있는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듀란트는 최근 출연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테오도시치가 NBA에서 뛰는 걸 어서 보고 싶다"며 기대를 드러냈던 바 있다. 듀란트는 "지난 여름 리우 올림픽에서 본 테오도시치의 패스는 내가 태어나서 본 모든 패스 중 단연 최고의 패스였다. 어떤 선수도 그런 패스를 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테오도시치를 극찬했다.

클리퍼스의 닥 리버스 감독 역시 테오도시치의 플레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리버스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패서(paseer)"라고 테오도시치를 설명했다. 그는 "테오도시치는 볼을 오래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패스를 뿌리는 선수다. 굉장히 어려운 플레이다. 상황 판단이 굉장히 빠르고 패스를 결정하면 어느새 볼이 그의 손을 떠나 있다"며 테오도시치의 플레이를 칭찬했다.

밀로스 테오도시치의 데뷔전은 오는 19일에 예정돼 있다. 연고 라이벌 LA 레이커스와의 경기가 클리퍼스의 정규시즌 개막전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LA 레이커스의 포인트가드 유망주 론조 볼도 데뷔전을 치른다. 패스 능력으로 주목받는 두 선수의 맞대결이 예정돼 있어 더욱 흥미로운 경기. 프리시즌부터 심상치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밀로스 테오도시치가 유럽산 가드의 성공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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