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영현 기자]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소속 팀 삼성을 공수에서 이끌며, 흡사 '슈퍼맨'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그가 더 무서운 이유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라틀리프는 정규리그에서 KBL(한국농구연맹) 최다 35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팀의 고공 행진을 이끌었다. 그 공을 인정받아 KBL 시상식에서 외국인 선수상도 받았다. 플레이오프(이하 PO)에서도 기록은 계속되고 있다. 6강 PO와 4강 PO,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에 이르기까지 12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PO 최다 더블더블 기록도 경신했다.

팀에서 공격 시도 횟수가 가장 많은 터라, 기록도 따라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라틀리프의 더블더블 기록 이면을 보면 순도가 높다. 

보통 외인들은 KBL 뿐만 아니라, 타 해외 리그에서도 뛰어야 하므로 기록이 자신의 가치를 알리는 증표가 된다. 이에 공격에서 무리한 욕심을 내기도 한다. 시도 횟수가 많아지는 만큼 득점도 많아진다. 한마디로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라틀리프는 다르다. 본인 스스로 확률 높은 공격만을 시도한다.

본인 스스로도 의도한 부분이다. 그는 “슛은 내가 어떤 위치에서 잘 쏘는지 알고, 그 위치에서는 잘 들어간다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슛 셀렉션을 좋게 가져가려고 한다. 가끔 슛을 더 적극적으로 시도하라는 말도 듣는데, 개인적으로는 30%의 확률로 슛을 쏘는 것보다 70%의 확률에서 슛을 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확률 높은 공격만 시도한다’고 했다.

여기에 슛 거리도 길어졌다. KBL에 입성한 모비스 시절만 해도 로포스트가 주 무대였지만, 이제는 미드레인지에서도 곧잘 적중시키고 3점슛까지 던진다. 수비하기가 더 까다로워진 셈이다. 

이상민 삼성 감독에 따르면, 연습 때도 본인의 공격 패턴대로 슈팅을 연습한다고 한다. 연습량도 많다. 김정수 삼성 통역이 훈련 때 볼을 잡아주는데 슈팅만 엄청 쏜다고 한다.

약점이었던 트랩 대처 능력도 개선됐다. 이 부분은 라틀리프 뿐만 아니라, 그 외 선수들의 볼 없는 움직임도 좋아야 한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라틀리프가 더는 트랩에 당황하지 않는다. 워낙 많이 당해 적응하기도 했고, 시야도 좋아졌다. 

오리온과의 4강 PO 5차전에서 트랩에 갇혔을 때, 골밑으로 쇄도하는 김태술에게 패스한 부분은 확실히 그가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예다.

그간 몸싸움에 능하고, 웬만한 가드보다 주력이 빠르다는 점이 그의 강점이었다면, 이제는 슈팅력과 트랩 대처 능력까지 더해져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KBL에 처음 발을 디딜 때만 해도 갓 대학을 졸업한 ‘원석’이었다면, 이제는 ‘보석’이 된 셈이다. 그의 진정한 가치는 ‘멈추지 않고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사진 = KBL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