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안양, 편집부] 매치업 상 전력에 부분과 외국인 선수가 두 명 나서는 2-3쿼터에서 삼성이 확실한 우위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완전히 반대로 진행됐다. 22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7 KCC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안양 KGC인삼공사가 서울 삼성 썬더스를 86-77로 이겼다.

삼성의 트리플포스트 잡은 KGC의 존디펜스
기본적으로 양 팀 모두 승리에 대한 의지는 강했는데 KGC가 좀 더 냉정한 플레이를 했다면 삼성은 다소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마음만 앞섰지 행동으로는 옮겨지지 않았다고 할까? 실제로 리바운드 상황에서 KGC는 모든 선수들이 뛰어 들었던 반면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만 경쟁에 참여했다. 

이 경기의 승부처는 2쿼터 초반이었다고 본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 두 명에 김준일을 투입하며 트리플포스트로 높이의 우위를 살리고자 했고, KGC는 이에 맞서 존디펜스를 썼는데 이 싸움에서 KGC가 이겼다. 

2쿼터에 김준일이 뛰었던 시간은 2분 정도 밖에 안됐지만 이 상황에서 점수가 10점차 이상으로 벌어졌고 KGC쪽으로 흐름이 완전히 기울었다. 높이를 살리기 위한 방법에서 실패한 삼성은 이때 벌어진 점수를 마지막까지 좁히지 못했다.

라틀리프만 보인 삼성
삼성은 라틀리프(43점 15리바운드)가 여전히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냥 라틀리프만 보인 경기였다. 라틀리프는 자기 중심적으로 무리한 플레이를 펼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라틀리프가 제몫을 한 가운데 나머지 선수들이 무리하는 모습이 많았다.

1명의 슈퍼스타도 중요하지만 결국 농구는 5명이 하는 스포츠다. 투맨게임이나 픽게임은 물론, 하다못해 아이솔레이션을 한다 해도 돌파하는 선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나머지 4명이 어떻게 움직여주느냐가 중요하다. 

볼을 가진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들 사이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삼성은 볼 없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의욕만 앞섰고 준비한 것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결국 약속된 움직임이 나오지 않다보니 선수들이 개인 능력으로만 돌파구를 만들려 했고 무리한 공격이 나오며 팀웍이 무너졌다.

또한 정신력과 투지는 공격이 아니라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 선수들은 오늘 이를 공격으로 보여주려 했다. 삼성이 비록 공격에서 신바람을 내야 수비까지 힘을 받는 팀이긴 하지만 이런 부분은 상대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KGC 역시 경기를 썩 매끄럽게 풀지 못했고 데이비드 사이먼과 키퍼 사익스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86점이나 내줬다는 것은 수비에서 엇박자가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단기전에서는 공격은 기존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고 주로 상대에 맞게 수비에서 변화를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다. 공격은 갑자기 큰 변화를 주면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아 변화를 줘도 큰 폭으로 시도하지 않거나 패턴 플레이를 추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은 기존의 강점인 높이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 더 세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오늘 삼성은 3점슛 성공률도 낮았지만(20%. 4/20) 효과적인 3점슛 찬스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부족했다. 그러나 리바운드 참여도나 투지에서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밀렸음에도 결국 리바운드 숫자는 38-38로 같았다. 이는 그만큼 삼성의 포스트가 강하다는 방증이다.

비록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바로 2차전에 나서지만 남자 선수들은 비디오 분석이나 잠깐 손발을 맞추는 것으로 변화를 가져갈 수 있다. 삼성도 오늘 부족한 부분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안 된다면 삼성은 시리즈 내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주축 활약 속 양희종-문성곤-박재한 등 골고루 빛나
반면 KGC는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번갈아 당하는 악재 속에도 불구하고 1차전을 비교적 쉽게 가져갔다. 사이먼(24점 9리바운드)-오세근(16점 14리바운드 3스틸 4블록)-이정현(20점 3리바운드) 등 주축 선수들이 공격을 주도했지만 이외 다른 선수들의 공헌이 큰 역할을 했다.

우선 양희종(5리바운드)은 팀에 파이팅을 불어넣는 액션과 터프한 수비로 팀의 승부욕을 높였다. 거친 수비로 인해 가끔 구설이 생기기도 하지만 양희종 같은 선수는 감독 입장에서 정말 예뻐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다. 

또한 신인급 선수들의 활약을 칭찬하고 싶다. 문성곤(4점 4리바운드 2스틸)은 많은 득점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필요할 때 중요한 득점과 리바운드, 스틸 등을 해줬다. 본인에게 벤치에서 기대한 모습은 충분히 보여줬다.

박재한(11점 4스틸) 역시 마찬가지. 선발로 나서서 좋은 플레이를 보였을 뿐 아니라 사익스가 부상으로 빠진 후에도 훌륭하게 경기를 치렀다. 사익스의 빈 자리를 무난하게 채운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완벽하게 대체해줬다. 

높이에서 상대적인 약점이 있는 KGC는 라틀리프나 마이클 크레익에 대한 도움 수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고민이 있다. 쉽게 말해 핼프를 빨리 갈 것인가, 혹은 공격이 시작된 후 갈 것인가의 문제도 존재하는 데 오늘의 KGC는 후자 쪽이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이러한 KGC의 수비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 안으로 투입된 볼이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했고 팀 플레이를 살리지 못했다. 반대로 KGC는 비교적 평소 하던대로 공격을 풀면서 리바운드와 집중력, 냉정함 등에서 삼성보다 앞서며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갔다.

서동철 전 KB스타즈 감독, <더 바스켓> 칼럼리스트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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