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한때 이름만으로 상대를 공포에 떨게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LA 클리퍼스의 리더 크리스 폴(31, 183cm)의 시대는 이제 끝난 것일까. 그의 기량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폴은 2000년대 후반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군림했다. 제이슨 키드와 스티브 내쉬의 시대가 저물고, 폴은 데런 윌리엄스와 함께 포인트가드계를 양분했다.

하지만 최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09-10시즌 도중 당한 무릎 부상 때문이었다. 이후 폴은 운동능력이 확연히 떨어졌고, 이로 인해 더 이상 'MVP 레벨'의 포스를 보여주지 못하게 됐다.

물론 그래도 폴은 난놈이었다. 타고난 센스와 노련미,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갔고, 이후에도 줄곧 리그 최상급 기량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폴을 보면 어딘지 안쓰러워 보일 정도다. 더 이상 예전의 경기 지배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잔부상으로 인해 자주 결장하는 통에 기복도 심해졌다.

폴은 리그 최고의 클러치 해결사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닌 것 같다. 승부처에서 자꾸 실책을 범하고, 야투를 놓치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충분히 그럴 때가 됐다. 폴은 만 31세, 12년차 베테랑이다. 2005 드래프티 중 현재까지 뛰어난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는 폴이 유일하다. 

실제로 데런 윌리엄스, 앤드류 보거트, 레이먼드 펠튼, 데이비드 리 등은 각종 부상과 노쇠화로 기량이 폭락했고, 앤드류 바이넘과 대니 그레인저, 찰리 빌라누에바, 네이트 로빈슨 등은 이미 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노망주' 마빈 윌리엄스만이 그나마 주축 멤버로 왕성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생각해보면 폴은 지난 몇 년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왔다. 더 이상 매치업 포인트가드를 압도하지 못한다. 어느덧 스포트라이트에서도 많이 멀어졌다. 이번 올스타전에는 아예 초대도 받지 못했다. 폴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올스타 휴식기를 집에서 보냈다. 

이번 시즌 폴은 평균 17.5점 9.1어시스트에 그치고 있다. 3월 들어서는 평균 17.6점 7.4어시스트로 활약이 더 떨어졌다. 기록뿐만 아니라 존재감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한편, 폴은 2017-18시즌까지 클리퍼스와 계약되어 있다. 하지만 2017-18시즌 계약에 대한 선수 옵션을 보유 중이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 시장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기량은 떨어지고, 나이는 들어가는데 클리퍼스는 비전이 없다. 폴이 이적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과연 폴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제공 =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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