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알렌 아이버슨이 재림했다.

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선수가 등장했다. 보스턴 셀틱스의 '작은 거인' 아이재아 토마스(27, 175cm)가 상식을 파괴하는 놀라운 활약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17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TD 가든에서 열린 2016-17시즌 NBA 정규리그 경기에서 보스턴이 샬럿 호네츠를 108-98로 제압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토마스. 35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7개의 3점슛을 터뜨리는 등 종횡무진 활약했다. 25개의 야투 중 14개를 넣는 등 야투 감각도 대단했다.

4쿼터 활약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토마스는 10개의 슛을 던져 8개를 터뜨리는 등 혼자 17점을 뽑아냈다. 3점슛도 네 개나 성공시켰다. 반면 샬럿의 또 다른 '4쿼터 대마왕' 켐바 워커는 6개의 야투 중 5개를 실패하며 토마스와의 자존심 대결에서 무릎을 꿇었다.

★ 아이버슨의 재림

이번 시즌 토마스는 그야말로 신들린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알렌 아이버슨의 재림'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마스는 그의 우상이었던 아이버슨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

토마스는 이번 시즌 37경기에 출전, 평균 28.4점(3위) 2.7리바운드 6.1어시스트 FG 45.9% 3점슛 38.3% FT 90.7%(4위)로 생산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경기당 평균 3.0개의 3점슛 역시 리그 6위에 해당한다.

심지어 꾸준하기까지 하다. 보통 폭발력을 갖춘 선수들은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토마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토마스는 이번 시즌 37경기 중 단 한 차례를 빼놓고는 모두 20점 이상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최근 25경기 연속 20점 이상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보스턴 구단 역대 최고 기록은 30경기로, 1980년대 '보스턴 왕조'의 주역이었던 케빈 맥헤일이 보유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신기록을 세우는 것은 시간문제다.

가장 경이로운 것은 토마스의 4쿼터 활약이다. 이번 시즌 토마스는 4쿼터에서 평균 10.1점 FG 49.5% 3점슛 45.1% FT 89.9%를 기록 중이다. 비교 대상조차 찾을 수 없는 압도적인 활약이다.

실제로 토마스의 4쿼터 평균 득점 기록은 역대 1위이기도 하다. NBA는 1996년부터 쿼터별 득점을 집계했는데, 토마스가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2위는 역시 이번 시즌 러셀 웨스트브룩(9.6점), 3위는 2005-06시즌 코비 브라이언트(9.5점)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 '농구의 신'이 된 코트 위의 나폴레옹

단순히 개인기록만 뛰어난 것이 아니다. 토마스는 꾸준히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셀틱스는 현재 26승 15패를 기록, 동부 컨퍼런스 단독 3위를 달리고 있다.

토마스는 2016년 12월 중순 사타구니 부상으로 인해 네 경기에 결장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약이 됐다. 부상에서 돌아온 토마스가 그야말로 '농구의 신'이 되어 나타났기 때문이다.

토마스의 2016-17시즌 첫 21경기

26.0점 2.6리바운드 6.1어시스트 3점슛 2.2개

FG 42.4% 3점슛 33.1% FT 88.6%

보스턴 13승 12패

토마스 복귀 이후 16경기

31.6점 2.9리바운드 6.1어시스트 3점슛 4.0개

FG 50.2% 3점슛 43.2% FT 93.7%

보스턴 13승 3패

토마스는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가공할 만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타구니 부상 때문에 네 경기에 결장한 것이, 체력적으로 도움이 된 느낌이다.

토마스가 복귀했던 2016년 12월 17일 이후 한 달 동안, 토마스는 리그 최고의 선수라고 부를 만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평균 득점 1위(31.6점), 3점슛 성공(4.0개) 1위 등을 기록 중이다. 이 정도면 2015-16시즌 스테픈 커리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

4쿼터 활약은 그냥 '신의 영역'에 들어섰다. 토마스는 지난 16경기에서 4쿼터 평균 득점(13.2점) 1위에 올라 있을 뿐만 아니라, FG 54.8% 3점슛 54.7%(1.8개) FT 94.9%라는 말도 안 되는 성적을 내고 있다. 100년이 훌쩍 넘는 농구 역사상 이러한 기록은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다.

4쿼터가 되면 보스턴은 토마스의 개인능력에 많이 의존하는데, 위의 기록들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그냥 토마스에게 공을 주고 공간만 벌려줘도 알아서 득점을 해결해주는 수준이기 때문. 실제로 토마스 던지는 무수한 터프샷들도 쏘는 족족 림을 가르고 있다.

지난 14일 애틀랜타 호크스와의 원정경기는 토마스의 위대함을 잘 보여줬다. 당시 7연승을 달리던 애틀랜타는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4쿼터 들어 토마스를 막지 못해 무너졌다. 토마스는 4쿼터에 13점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경기 종료 2초를 남기고 천금 같은 위닝샷을 터뜨리기도 했다.

 

★ 60픽의 기적

토마스는 워싱턴 대학 시절부터 빼어난 득점력과 화려한 개인기로 유명세를 치렀다. 하지만 작은 신장 때문에 NBA에서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2011 드래프트에서도 60순위까지 쭉쭉 밀리고 말았다.

2011-12시즌 새크라멘토 킹스에서 데뷔한 토마스는 신인 시절부터 뛰어난 득점력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3년차 때는 이미 평균 20점 벽을 허물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토마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다들 반신반의했다.

2014-15시즌 토마스는 피닉스 선즈를 거쳐 시즌 도중 보스턴에 합류했다. 셀틱스의 수장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은 토마스의 재능을 한 눈에 알아봤다. 그래서 토마스를 '고-투 가이'로 임명하고, 그를 중심으로 한 공격 플랜을 짰다.

토마스는 곧 기대에 부응했다. 2년 연속 보스턴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고, 2015-16시즌에는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전 무대를 밟으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2016-17시즌, 토마스는 리그 최고의 선수로 각광받고 있다.

드래프트 꼴찌(60순위)로 출발했던 남자.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신장은 작지만 심장은 누구보다 큰 선수, 바로 아이재아 토마스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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