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민재 기자 = 24분간 전반전이 끝난 이후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는 하프타임 때 한숨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이 시간은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만 볼 수 없다.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길 자격이 없다
보스턴 셀틱스의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은 감독 중 비교적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다. 닥 리버스, 스티브 커 감독처럼 사이드라인에서 자기감정을 크게 표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 그가 2015년 3월 멤피스 그리즐리스와의 경기에서 목소리를 냈다.

당시 보스턴은 멤피스를 만났는데, 전반전 52-55로 지면서 끝났다. 멤피스는 부상자가 너무 많아 제 전력을 펼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보스턴은 전반전 리바운드 개수에서 14-29로 밀렸고, 세컨 기회 득점도 17점을 내주는 등 형편없는 경기를 펼쳤다.

화가 난 스티븐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제이 라라나가 코치에 의하면 스티븐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열심히 뛰지 않는다면 이길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고. 스티븐스 감독은 "멤피스는 모든 루즈볼이나 리바운드를 따내고 있었다. 그들이 우리를 이기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스티븐스 감독의 말을 들은 에반 터너(現 포틀랜드)는 "스티븐스 감독의 평소 목소리 톤과는 달랐다"며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효과는 그대로 드러났다. 전반전 열세를 드러낸 보스턴은 후반전에 64-41로 상대를 압도하며 승리를 챙겼다. 스티븐스 감독은 "전반전과 경기 흐름 자체가 달라졌다. 아이재아 토마스와 아미르 존슨 등이 자유투를 얻어냈고, 토마스가 경기 템포를 끌어올리며 멤피스를 괴롭혔다"고 말했다.

리바운드 문제도 해결되었다. 마커스 스마트는 "멤피스의 리바운드 참여 능력은 뛰어났다.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우리도 열심히 뛰었다"며 승리 요인을 밝혔다.

맏형의 메시지
마이애미 히트의 정신적 지주는 누구일까. 2002년 언드래프티 출신의 유도니스 하슬렘을 꼽을 수 있다. 그는 2003-04시즌부터 14시즌째 마이애미에서 활약 중인 프랜차이즈 스타다. 팀내 비중은 크지 않지만 언제든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리더이기도 하다.

그는 고참으로서 리더십을 보일 때가 종종 있다. 특히 그는 지난 2015년 11월 2일, 불같이 화를 내며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전반전 종료 이후 하슬렘이 목소리를 높였는데, 그중 75%가량이 욕설이었다고 한다. 

하슬렘은 "대개 감독이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 들어와 몇 분 동안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나는 팀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며 당시 상황을 밝혔다. 드웨인 웨이드(現 시카고 불스)는 "하슬렘의 이야기는 정말 좋았다. 모든 이들이 그의 말에 존경을 표했다. 그가 말한 요지는 '상대가 우리를 쉽게 생각한다'였다. 하슬렘은 모두가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마이애미는 휴스턴 로케츠에 전반전 동안 44-63, 19점차로 뒤지고 있었다.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에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하슬렘은 팀의 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격려의 말을 하게 되었다.

고란 드라기치는 "하슬렘이 우리에게 '싸워보자. 우리는 홈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며 분발하자고 말했다. 그의 말은 정말 의미가 컸다. 그는 14년간 리그에서 뛰어온 베테랑이기 때문이다"며 “그는 정말 화가 나 있었다. 무서웠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하슬렘은 물병이나 여러 물건을 집어 던졌다고 한다. 다행히 선수들은 물병에 맞지 않았다. 그만큼 하슬렘은 분노를 표시해 선수들의 분발을 이끌어내려고 했다. 하산 화이트사이드는 "하슬렘은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절반밖에 흐르지 않았다. 우리가 포기해야 할까? 그런 질문은 마음속으로도 하지 마라'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하슬렘은 경기를 뛰지 않았다. 벤치를 지키며 후배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그러나 벤치에서 지켜봤을 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던 모양. 목소리를 높이게 된 계기가 되었다. 
드라기치는 "하슬렘은 당시 경기에 뛰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모든 선수들의 플레이를 하나하나씩 집중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슬렘은 "선수들이 내가 한 말을 듣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를 존경하게 될 것이고, 듣게 될 것이다. 나는 항상 진실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슬렘의 주문은 마법과도 같았다. 1쿼터에만 35점을 몰아넣은 휴스턴이 후반전 24분 동안 단 26점에 그쳤다. 반면, 마이애미는 후반전에 65점을 퍼부었다. 분위기 제압에 성공한 마이애미는 휴스턴을 꺾을 수 있었다.

당시 마이애미는 개막 이후 3번째 경기를 치르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하슬렘은 분위기가 흐트러지면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으리라 판단한 모양이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불같이 화를 내며 후배들을 격려하게 되었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