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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NBA리거’ 제레미 린이 겪은 인종차별

기사승인 2020.07.12  11: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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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이동환 기자] NBA에서 아시아 선수는 흑인 선수와는 또 다른 차별을 코트 안팎에서 겪으며 살아간다. 인종차별, 인종 불평등의 문제는 비단 흑인 선수에게만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아시아 선수들이 이 문제에 더 민감할지도 모른다.

‘린새니티’ 제레미 린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선수다. 하지만 아시아계 선수라는 이유로 수많은 인종 차별과 혐오적 대우를 경험해야 했다. 지금부터 아시아 선수로서 NBA를 누볐던 제레미 린이 겪은 몇 가지 사건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본 기사는 루키더바스켓 7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작지만 치명적인 약점

2012년 2월 19일 당시 뉴욕 닉스에서 뛰고 있던 제레미 린에 대한 한 헤드라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ESPN 모바일 앱에 노출된 기사의 헤드라인이었다. 그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작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제레미 린은 경기력을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가?(There is chink in the armor. Where can Lin improve his game?)”

언뜻 보면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 헤드라인에는 논란의 소지가 될 만한 단어가 있다. 바로 ‘chink’다.

‘chink’는 틈, 맹점을 의미하는 단어다. 그리고 ‘chink in the armor’는 작지만 치명적인 약점을 의미하는 관용구이기도 하다.

문제는 ‘chink’가 중국계 동양인을 비하하는 경멸어이기도 하다는 점. 제레미 린은 엄밀히 말하면 대만계이지만 할머니의 영향으로 중국계의 피도 흐르는 선수다. 즉 제레미 린과 관련한 기사의 헤드라인에 ‘chink’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교묘한 인종 비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헤드라인은 무려 35분 동안 노출됐고 이로 인해 ESPN은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다. 해당 헤드라인을 쓴 편집자 앤써니 페데리코는 고의성이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고 사과까지 했지만, ESPN은 이 편집자를 결국 해고했다. 또한 이 헤드라인을 방송에서 그대로 언급한 앵커 맥스 브레토스는 30일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이 벌어진 후 ESPN도 공식적으로 린과 팬들에게 사과했다. 놀라운 것은 제레미 린의 대인배적인 면모였다. 린은 “고의적으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사과까지 하지 않았나.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린은 이메일을 통해 헤드라인을 쓴 페데리코에게 직접 접촉해 만남을 가졌다. 페데리코를 만난 린은 그에게 너무 개의치 말라고 직접 위로를 전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린과 만난 후 페데리코는 “놀라운 것은 린이 먼저 내게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무척 바쁜 사람임에도 나를 만나줬다. 린은 정말 대단하고 겸손한 사람이다. 그 사건은 명백히 내 실수였다”라며 또 다시 용서를 구했다.

 

더욱 끔찍했던 대학 코트

2017년 ESPN과 가진 인터뷰에서 제레미 린은 NBA보다 대학 무대에서 훨씬 더 인종차별을 심각하게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린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하버드 대학 선수로 뛰었는데 당시 상대 선수, 코치는 물론이고 같은 팀 동료들로부터도 인종차별을 당했다. 심지어 심판과도 불편한 사건이 있었다.

“코넬 대학과 경기를 할 때가 정말 최악이었다. 그 경기에서 내가 부진하니 벤치에 있던 동료 선수들이 나를 전반전 내내 ‘칭크(chink)’라고 불렀다. 그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혼자서 꾹 삼키고 넘어가곤 했었기 때문이다.” 린의 회상이다.

조지타운 대학과 경기를 할 때는 한 팬이 린을 향해 “치킨 프라이드 라이스(chicken fried rice)”, “비프와 브로콜리(beef and broccoli)”라고 외친 적도 있었다. 예일대와 경기에서는 상대 팀 팬이 린 앞에서 눈을 찢으며 플레이를 방해하기도 했다.

린은 “그런 팬들은 나에게 그렇게 작은 눈으로 스코어보드나 제대로 볼 수 있냐며 외치곤 했었다”라며 경험담을 들려줬다.

상대 팀 코치와 심판에게 상처를 받는 일도 있었다.

버몬트 대학과의 경기였다. 상대 팀 코치가 린을 “오리엔탈(oriental)”이라고 불렀다. ‘오리엔탈(oriental)’은 ‘니그로(Negro)’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인종차별적인 경멸어다. 서구권에서는 동양인을 ‘아시아인(asian)’ 대신 ‘오리엔탈’이라고 부르면 상대를 비하하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2016년에는 미국 연방법 조항에서 ‘오리엔탈’이라는 단어가 아예 삭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장면을 지켜본 심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마치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분노한 린의 동료들은 곧바로 심판에게 항의했다. 상대 팀 코치가 명백히 ‘오리엔탈’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왜 가만히 있냐고 따진 것. 하지만 끝내 심판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사건을 겪으며 동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정말 뿌리 깊이 박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NBA에 오면 그게 더 심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NBA에 와보니 대학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모두가 인종차별적인 표현이나 행동을 할까봐 조심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NBA도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다행히도 내 기준에서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다만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스스로 동기부여의 계기로 삼기도 했다” 린의 말이다.

 

단지 동양인이어서

린은 2011-2012시즌에 뉴욕 닉스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NBA에 마침내 정착했다. ‘린새니티’라는 별명을 얻으며 전세계적으로 큰 인지도를 얻었다. 한 마디로 인생역전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린은 동양인은 농구를 잘하지 못한다는 편견 때문에 경기장을 오가며 종종 곤욕을 치러야 했다.

2015년이었다. 샬럿으로 이적한 후 홈 경기장을 처음 방문한 린을 보안 요원이 붙잡았다. 린이 선수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린은 자신이 NBA 선수라는 사실을 보안 요원에게 한참 설명한 뒤에야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경기를 치르고 밖으로 나오던 중에는 보안요원에게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요구받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2019년 플레이오프 동부 결승 시리즈를 치를 때도 린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밀워키 홈 구장 파이저브 포럼에서 열린 토론토와 밀워키의 2차전 경기가 끝난 후였다. 린이 라커룸을 빠져나와 토론토 팀 버스에 탑승하려고 하는데 그때 한 경기장 보안 요원이 “지금 어디로 가는 거냐”라고 외치며 린에게 달려왔다.

린은 “팀 버스에 타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이에 보안 요원이 “뭐라고요? 탑승증 있어요?”라고 되물었다. 린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토론토 선수인) 나는 당연히 탑승증이 없다”라고 설명해야 했다.

린은 이 사건을 언급하며 “정말 많은 경기장에서 이런 일을 겪는다. (너무 많이 경험해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느껴질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인 선수가 아니었다면 겪지 않았을 일이었다.

“NBA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기 시작한 뒤에도 단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조롱과 혐오의 말들을 들어야 했다.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인종차별이 난무하는 끔찍한 현실에 눈을 뜨곤 했다.” 이제는 NBA를 떠난 린의 회상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이동환 기자 ldh2305@rookie.co.kr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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