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동시에 제도를 개편한 남녀농구가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KBL(한국프로농구연맹)과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2020년 봄, 동시에 FA제도를 손봤다. 

먼저 KBL은 원소속구단 우선 협상을 전면 폐지했다. FA 자격을 얻은 모든 선수가 시장 개장일부터 1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했다. 

WKBL은 완전 수정이 아닌 일부 수정이었다. 두 번 이상 FA 자격을 얻는 2차 FA 선수들만 원소속구단과 우선 협상 없이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게 했다. 첫 번째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은 우선 협상을 유지했으며, 맥시멈 연봉(3억 원)도 그대로였다.

결과는 크게 달랐다. KBL은 51명 FA 중 15명이 팀을 옮기며 29.4% 이적률을 기록했다.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이적률. 반면 WKBL은 16명 중 이적한 선수가 단 1명으로 6% 이적률에 머물렀다. 제도가 바뀌었음에도 최근 3년 중 가장 낮은 이적률이었다. 

 

 

특히 WKBL의 경우 단일리그가 시작된 07-08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평균 이적률이 14%에 그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를 바꿨지만, 이적률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 (그마저도 유일한 이적 선수 양인영은 제도의 헤택을 받지 않은 1차 FA였다.)

그래프를 보더라도 2011년과 2014년 등 한때 WKBL이 KBL의 이적률을 앞서던 시기도 있었지만, 2015년 이후로는 계속해서 한참 낮은 이적률을 기록 중이다.

이에 대해 KBL은 “이적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선수의 권리를 찾는 데 중점을 뒀던 개편이었다. 우선 협상 외에도 영입의향서 최대 금액의 10% 안에서 선수가 선택하는 제도도 폐지하면서 선수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구단들의 경쟁을 유도했다”면서 “전반적으로 이번 시장은 연맹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흘러간 것 같다. 선수들의 자율권을 보장하면서 그렇다고 또 금액이 부풀려진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느낌이다. 그동안의 제도가 사실 하향 평준화였다면, 앞으로는 상향 평준화를 위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WKBL은 “이적률은 낮았지만, 오랫동안 풀기 어려웠던 과제를 올해 처음으로 풀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다만, 모두에게 자율 협상권을 준 것이 아니라 2차 FA 대상자에게만 푼 것은 우리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여자농구의 시장 형편을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다. 남자농구와 달리 여자농구는 프로 입단 시기가 빠르다. 1차 FA를 얻는 시기가 보통 23살에서 24살이다. 선수들이 한 구단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여 우선적으로 2차 FA만 풀게 됐다”면서 “물론 지금보다 제도가 더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선수들이 지금보다 더 FA에 대한 올바른 권리를 행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계속해서 제도를 수정,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 = KBL 제공

표 = 원석연 기자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