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외국 선수 농사는 각 팀들의 시즌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이슈다. 시즌 전 약체로 평가받던 팀이 뛰어난 외국 선수를 활용해 평가를 뒤집는 경우도 허다하며, 반대의 경우 역시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KBL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통해 시즌 조기 종료 결정을 내렸다. 이에 KBL의 2019-2020시즌은 이대로 마무리됐다. 그렇다면 마무리가 된 이번 시즌, 각 팀들의 외국 선수들은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 이번엔 부산 KT 소닉붐의 외국 선수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바이런 멀린스, 아쉬웠던 끝맺음

NBA 출신의 바이런 멀린스는 213cm의 장신에 외곽슛까지 가능한 자원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멀린스는 고교 시절 풋볼과 농구의 리쿠르팅을 담당하는 Rivals.com이 선정한 랭킹 1위 선수에 이름을 올렸고, 또 다른 사이트인 Scout.com에서는 3위의 랭킹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NBA 무대에서는 커리어 평균 7.4점 4.2리바운드의 기록으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KBL 무대에 합류한 멀린스는 KT 양궁부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됐다. 영입 초기 다루기 힘든 까칠한 선수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서동철 감독은 “소문을 듣고 걱정했는데 전혀 딴 판이라 놀랐다. 너무 말을 잘 들어서 당황스러울 정도”라며 이를 일축했다. 

KT 유니폼을 입은 멀린스는 41경기에서 평균 21분 54초를 뛰며 13.8점 9.2리바운드의 기록을 남겼다. 기대를 모았던 3점슛의 위력은 그렇게 돋보이지 않았다. 경기 당 0.9개를 31.5%의 확률로 성공시켰다. 

1옵션 역할을 맡았음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기록. 터지는 날에는 무섭게 터졌지만 한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경기도 종종 나왔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경기 후반부에는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마무리도 아쉬웠다. 멀린스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자진 퇴출을 요청했는데 그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퇴출을 요구한 당일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열심히 하겠다”던 그는 오후가 되어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이후 하루 만에 멀린스는 스페인리그의 DB 에스투디안테스와 계약했다. 몰래 새로운 팀을 알아보던 그가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가 계약이 된 직후 마음을 바꿨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 그렇게 멀린스와 KT의 동행은 아쉽게 마무리됐다. 

 

 

2% 부족했던 쏜튼, 구원자가 될 뻔했던 더햄

당초 멀린스와 짝을 이뤘던 선수는 알 쏜튼. 2009년 NBA 무대에서 평균 16.8점을 기록한 적이 있을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이었다. 

그러나 KBL 무대에 입성한 쏜튼은 이미 노쇠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거기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대한 고민도 항상 안고 있었다. 온전하지 않은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폭발력있는 득점력을 보여주는 경기도 있었지만 그 횟수는 많지 않았다. 기복 심한 모습과 더불어 수비 문제도 두드러졌다. 외곽에서는 상대의 발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고, 골밑에서는 몸싸움을 이겨내기가 힘겨웠다. 

32경기에 나선 쏜튼은 평균 11.2점 5.2리바운드의 기록을 남겼다. 경기 당 평균 16분 58초를 출전한 것을 고려하면 득점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나머지 부분에서의 한계가 명확했다. 

 

 

결국 고민을 거듭하던 KT는 교체를 단행했다. 쏜튼을 대신해 새롭게 KT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앨런 더햄. ‘헐크’라는 별명을 보유한 더햄은 KT 합류 전 필리핀 리그에서 평균 29.6점 14.6리바운드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더햄 합류 후 KT는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더햄은 경기 당 23분을 뛰며 멀린스의 체력 안배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또한 경기 당 평균 11.3점 8.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KT의 골밑을 든든히 지켰다. 

KBL 입성 후 3번째 경기였던 삼성전에서는 18점 13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KT의 복덩어리로 자리매김했다. KT는 더햄과 함께 한 8경기에서 6승 2패를 기록하며 완연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천군만마를 얻은 KT는 달라진 경기력과 함께 나머지 팀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그러나 더햄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에 자진 퇴출을 요청했다. 물론 곧바로 새로운 팀과 계약한 멀린스의 경우와는 다소 달랐다. 그렇게 KT의 구원자가 될 뻔했던 더햄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KBL 무대를 떠나게 됐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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