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됐던 2014년 올스타전. 

캔터키 출신의 빅맨 앤써니 데이비스는 전반기까지 평균 20.5점 10.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지만 올스타전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2년차에 불과했던 그에게 서부 컨퍼런스의 올스타 무대는 높은 벽이었다. 당시 올스타전 서부 컨퍼런스의 최고 스타는 팬투표에서 약 130만 표를 받은 케빈 듀란트였고, 스테픈 커리 역시 100만 표를 넘게 받으며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그러나 서부 주전으로 뽑힌 선수 중 한 명이 부상으로 올스타전에 나서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아담 실버 총재는 그 빈자리를 대신할 주인공으로 데이비스의 이름을 호명한다. 그렇게 데이비스는 대체 선수 자격으로 첫 올스타전 무대를 밟게 된다. 당시 부상으로 인해 데이비스에게 자리를 넘겨줬던 인물. 그의 이름은 바로 코비 브라이언트였다. 

 

 

코비를 대신해 주전으로 나섰던 인물은 제임스 하든이었다. 데이비스는 벤치 선수로 자신의 첫 올스타전을 맞이하게 된다. 9분 35초의 짧은 출전 시간. 10점 1리바운드 2스틸의 데이비스가 첫 올스타전에서 남긴 기록이다. 

그로부터 6년의 시간이 지났다. 매 시즌 성장을 거듭한 데이비스는 이제 대체 선수가 아닌 팬 투표를 통해 올스타 주전으로 선정되는 선수가 됐다. 자신의 고향인 시카고에서 개최된 이번 올스타전에서 데이비스는 955,246표를 획득하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2월 17일(이하 한국시간)로 예정된 올스타전. 대축제를 약 한 달 앞둔 1월 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은퇴 후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코비가 헬리콥터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는 것.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명이었던 코비의 갑작스러운 사고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이에 이번 올스타전은 다소 특별한 방식을 도입했다. 3쿼터까지 앞서고 있는 팀의 스코어에 24점을 더한 점수가 두 팀의 최종 목표점이었다. 현역 시절 24번을 달고 뛰었던 코비를 추모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실버 총재는 이번 올스타전부터 MVP의 주인공에게는 ‘코비 브라이언트 MVP 어워드’가 주어진다고 발표했다. 

 

 

경기를 앞둔 데이비스는 “코비 브라이언트 MVP를 따낸 첫 선수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그리고 데이비스의 이야기대로 이번 올스타전은 전례 없는 치열한 승부로 전개됐다. 

3쿼터가 종료된 시점. ‘팀 야니스’가 133-124로 리드를 잡았다. 이에 따라 두 팀은 157점을 향해 달려야했다. 

4쿼터가 되자 두 팀 선수들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정규시즌, 아니 그 이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몸싸움이 코트를 수놓았다. 유례없이 치열하게 전개된 올스타전. 두 팀 선수들 모두 코비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명승부를 펼쳤다. 

시간제한 없이 펼쳐진 4쿼터. 데이비스가 속한 ‘팀 르브론’이 156-155로 앞서며 경기를 끝낼 기회를 잡았다. 그 순간 데이비스는 골밑에서 카일 라우리의 반칙을 유도하며 자유투를 획득했다. 1구는 실패. 그러나 2구가 깔끔하게 림을 가르며 최종 승자는 ‘팀 르브론’이 됐다. 

6년 전 코비를 대신해 처음으로 올스타전 무대를 밟았던 데이비스는 코비를 추모하기 위해 치러진 올스타전에서 마지막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팀 승리를 결정지은 자유투를 성공시킨 후 데이비스는 “1구는 일부러 놓쳤다.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함이었다. 팀원들에게도 자유투를 던지기 전에 미리 이야기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데이비스의 기록은 20점 9리바운드. 첫 코비 브라이언트 MVP의 주인공은 3점슛 8개를 포함해 30점을 올린 카와이 레너드에게 돌아갔다. 비록 MVP 트로피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데이비스에게도 이번 올스타전은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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