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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과 훈련부족’ 이문규 감독의 항변은 온당한가?

기사승인 2020.02.14  1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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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박진호 기자] 올림픽 본선 진출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용과 혹사 논란 등으로 궁지에 몰린 이문규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 11일, 입국 현장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더욱 커졌다. 자기반성과 변화 의지를 보이지 않은 이문규 감독의 발언에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이문규 감독은 모든 문제에 대해 선수 부상과 훈련 시간 부족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WKBL 리그를 하면서 선수들이 다 부상이다. 첫날 소집해서 훈련하는데 3명이 뛰었다. 그 다음날 4명. 12명 전원이 모여 훈련이 안됐고. 설날이 껴서 3일간 선수촌에서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이문규 감독이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내놓은 해명이다. 과연 이것이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이 발언을 통해 보면, WKBL 때문에 정상적인 훈련이 힘들었다는 성토로 보인다. 여기에서 제기된 부분들을 한번 돌아보자.

대표선수들, 리그 뛰다가 다 부상?
이번 올림픽 본선행을 위해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된 것은 지난 해 9월 아시아컵 부터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6개월 동안 대표팀과 관련해 부상 이슈가 발생한 선수는 10명이 넘는다. 강아정, 박지수, 염윤아(이상 KB), 김정은, 박혜진, 최은실(이상 우리은행), 김한별, 박하나, 윤예빈(이상 삼성생명), 김단비(신한은행), 신지현(하나은행)이 그들.  

이들 중 소속팀에서 당한 부상으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된 경우는 김정은과 윤예빈 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대표팀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혹은 호전되던 상태가 대표팀에 들어간 후 악화됐다. 

박하나는 대표팀에서의 부상으로 무릎 수술을 하고 이번 시즌을 제대로 소화 못하고 있다. 김단비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구단 마무리 훈련도 하지 못하고 개막전을 결장했다. 부상을 안고 있음에도 대표팀에 소집된 최은실은 대표팀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동행만 하다가 부상이 악화되어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다가 1주일 전에야 팀 훈련에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빠진 신지현도 대표팀 합류 전까지는 소속팀에서 정상적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김정은의 경우는 부상의 반복이었다. 

처음에는 구단 훈련 중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11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2차 예선에서는 대표팀에서 맹활약한 후 허리 부상을 당했고, 이를 안고 리그를 소화했다. 이번에는 시즌 마지막 경기 후 아킬레스 건 상태가 심각하게 좋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대표팀과 일정을 같이했다.

김정은 외에도 대표팀 일정 중 부상을 당하고 팀에 복귀한 후 재활을 하거나, 부상을 안고 경기에 뛴 선수들이 많다. 선수 당사자는 물론 각 구단들은 리그 도중에 주요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부상을 당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은 있지만, 국가대표를 뛰며 생긴 부상을 경기력의 원인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문규 감독과 농구협회는 선수 부상을 리그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리그가 진행 중이라 부상 선수가 나온다”고 반복했다. 대표팀의 부상 이슈는 WKBL 개막 이전인 9월부터 이어졌다. “대표팀만 가면 선수들이 다치거나 몸이 망가진다”는 불만이 각 구단에서 제기된 이유다.

실제로 몇몇 지도자는 대표팀을 다녀온 선수들에게 훈련 내용과 상황을 들은 후 “훈련 방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리그가 진행 중이라 부상 선수가 많았다는 주장은 인과관계를 따져볼 때,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훈련 선수 부족, 이유는?
이문규 감독은 “3명, 4명으로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12명의 엔트리를 뽑아놓고 3-4명으로 훈련을 하면 당연히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낭비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왜 초래됐을까?

원래 대표팀 소집일은 1월 25일이었다. WKBL은 국가대표 일정에 맞춰 협회와의 조율을 통해 2차 예선과 최종예선 시기에 리그 일정을 비웠다.

그런데 지난 해 12월, 갑자기 대표팀 측에서 소집일을 21일로 앞당겨 달라고 했다. 최종예선을 준비할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 이유. WKBL 6개 구단은 실무자 회의를 통해 응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고 협회에 의견을 전달했다. 

당시는 이미 순위싸움이 첨예하게 시작된 시점였다. ‘역대급 3위 싸움’의 조짐이 나타나며 한 경기의 결과가 한 시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이 일찌감치 펼쳐졌고, 대표팀 조기 소집으로 인해 전력의 차질이 생기는 것을 우려할 수 밖에 없었다. 

21일에 소집할 경우, 팀별 형평성도 문제가 됐다. 하나은행은 이미 일정을 마친 상태라 문제가 없지만, 신한은행은 22일과 24일에 경기를 치러야 했다. 다른 구단들은 모두 1경기씩을 남기고 있었다. 구단별로 상황이 달랐다.

게다가 WKBL은 이미 대표팀을 배려해 일정을 조율했는데, 리그가 진행 중인 상황에 이런 요구를 한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처음 대표팀 일정을 확인했을 때 미리 WKBL에 요청했으면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런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은 것은 이문규 감독과 협회다. 

그러나 대표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문규 감독이 각 구단 감독들에게 직접 전화를 해 조기 소집의 필요성을 강변했다. 감독들은 난색을 표했지만 이 감독은 완강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감독에게는 직접 전화를 하지 않고, 협회 간부를 통했다. 결국 협회는 소속팀 경기에 선수들을 돌려보낸다는 조건을 걸어 조기 소집을 관철시켰다.

그리고 사단이 났다. 짧은 기간, 소속팀과 진천 선수촌을 오간 선수들의 상태에 이상이 발생했다. 

김단비는 허리가 좋지 않았다. 앉아만 있어도 통증이 심했다. 경기 후에는 다리를 절면서 코트를 빠져나갔다. 치료를 받고 오후에 합류해도 되겠냐는 의사를 대표팀에 전달했다가 이문규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김단비는 그 상태로 인천과 진천을 오가며 진통제를 복용하고 경기를 뛰었다.

강아정은 양쪽 발목을 여러 차례 수술한 선수다. 지속적인 통증이 있기 때문에 구단에서는 세심하게 관리를 한다. 경기를 뛴 다음날은 무조건 휴식이다. 심지어 오전에는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말라고 할 정도로 관리를 철저히 한다. 

그러나 대표팀은 소속팀처럼 강아정을 관리하지는 않았다. 20일 마산 경기 후 바로 대표팀에 합류해 훈련을 진행한 강아정은 삼성생명과의 경기를 위해 다시 팀에 합류했지만, 경기 당일 오전에 걷지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오후에 상황이 다소 나아져 어렵게 경기를 소화했다. 

시즌이 시작되면 구단은 팀 일정에 맞춰 선수들을 철저히 관리한다. 경기와 훈련, 그리고 휴식 등을 시즌 일정과 선수 개개인의 상태에 맞춰 진행한다. 그런데 갑자기 환경과 일정이 바뀌면서 컨디션 유지에 균열이 생겼다. 경기 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장거리 이동이 이어지면서 피로도가 높아졌다.

외국인 선수가 없었던 때에도 많은 시간을 뛰면서도 불굴의 체력과 투지를 자랑했던 삼성생명의 배혜윤과 김한별은 23일 KB와의 경기에서는 2쿼터부터 제대로 뛰지 못했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도 “체력적으로 부침이 있다 보니 평소에 하던 농구를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일정을 소화한 한 대표 선수는 소속팀의 경기를 마친 후 끝내 눈물을 보였다. 승패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은 물론, 경기를 소화한 양 팀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 것을 보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속상해 했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경기에 제대로 뛸 수 없었던 점, 그리고 그렇게 소집된 대표팀에서도 정상적인 훈련이 이어지지 않은 부분에 설움이 북받친 것으로 보인다.

이문규 감독이 지적한 ‘3-4명으로 훈련을 치르게 됐던 사태’의 시작은 이런 상황이 배경이었다. KB와 삼성생명 경기에는 국가대표 선수 6명이 뛰게 된다. 대표팀에 남는 선수는 6명. 정상적인 훈련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여기에 무리한 일정으로 컨디션이 무너진 선수가 제 역할을 못하니 훈련 인원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훈련이 이어지지 못한 사태. 이 일은 사실상 이문규 감독 자신이 자초했다.

프로 팀 감독 대부분은 “21일에 소집을 해도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없다. 선수들 몸 상태도 문제가 올 것”이라고 소집 이전부터 지적했다. 그리고 그렇게 됐다. 감독들은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이 올림픽을 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니 수긍할 수밖에 없다”며, 대의를 위해 희생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WKBL에서 부상을 당해 제대로 된 인원으로 훈련을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경우에 맞지 않다.  

과거에는 국제대회가 비시즌에 주로 개최됐다. 이제는 다르다. WKBL 리그 도중에 국가대표 경기가 수시로 열린다. 대표팀 운영을 위해 WKBL의 협조가 이전보다 더 필요하다. 더구나 협회는 KBL이나 WKBL의 지원이 없으면 제대로 대표팀을 운영할 능력도 없다. 

리그와 구단들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과오에 대해 폭탄 던지기를 한 대표팀 감독과 이를 수습하지 못하는 협회를 WKBL과 각 구단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뜬금없는 설 연휴 식사 타령
설 연휴로 선수들이 식사를 할 수 없었다는 불만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수촌이 명절 기간 중 식당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관계자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문규 감독은 물론, 대표팀이 진천 선수촌에 들어가는 것이 처음도 아니다. 설 연휴 기간은 애초부터 대표팀 소집 기간이었다. 

그렇다면 이 기간 중 선수단의 식사 문제는 대표팀을 소집하기 전에 협회가 미리 해결 했어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사항이다. 협회와 감독 사이에 이런 기본적인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 문제마저 남 탓인 양 돌리는 모습은 온당치 못하다. 

대표팀을 이끈 감독 입장에서 볼 때, 외부적인 변수로 자신의 계획을 만족스럽게 진행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들, 심지어는 그 원인을 제공한 쪽에서도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이문규 감독의 해명에 대해서는 많은 농구 관계자들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말이 안돼죠. 그런데 제가 기자님이랑 이런 이야기를 하면 뭐해요? 그런다고 바뀌나요? 아니잖아요. 선수가 농구나 잘하지 쓸데없이 불평이나 한다고 생각할거 잖아요. 저희는 그냥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일정이 무리여서 탈 나면 부상당하고, 그냥 자기 관리 못해서 그런거라고 반성하면서 뛰어야 해요. 어쩔 수 없잖아요.”

이번 대표팀에 포함됐던 한 선수가 선수촌과 경기장을 오가는 일정 중에 했던 말이다.

비겁한 변명으로 자신의 과오를 덮으려 하는 감독도, 비난의 총알받이가 된 감독 뒤에 숨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협회도, 온 몸 던져 올림픽 본선 티켓을 획득한 선수들의 노력과 수고 앞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FIBA 제공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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