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본격화되는 1위 레이스가 프로농구를 보는 재미를 더욱 높이고 있다.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올스타 브레이크를 기점으로 상반기를 마감하고 21일 전주 KCC와 고양 오리온의 경기를 시작으로 후반기에 돌입한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하루가 멀다하고 순위가 바뀌는 모습이 연출됐다. 중위권에 있던 팀이 연패를 타면 하위권으로 떨어지고 하위권 팀이 연승을 타면 중위권으로 오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가운데 상위권팀들의 선두 경쟁도 연일 가속화되고 있다. 

21승 12패로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와 KGC인삼공사가 있고 바로 밑에 1.5경기차로 3위를 기록중인 DB가 19승 13패로 호시탐탐 선두를 노리고 있다. 

이 세 팀은 팀 속공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1월 20일 기준으로 DB가 경기당 6.0개로 팀 속공 1위를 기록하고 있고, KGC인삼공사가 5.8개로 2위, SK가 5.5개로 3위를 기록 중이다. 세 구단이 팀 속공에서 1~3위까지 차지하고 있다. 

리그 초반만 해도 굳건히 단독 선두를 지키던 SK는 그 기세가 한풀 꺾여 있는 상태다. 연승으로 상승세를 타는 것은 물론이고 최소한 연패를 타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지만 브레이크 막판에 연패를 경험했다. 김선형과 최준용, 안영준, 자밀 워니 등을 앞세은 신바람 농구가 근래 들어 나오지 않으면서 이래저래 분위기가 처져 있다. 

특히 김선형과 최준용, 워니 등이 상대팀의 집중 견제에 빠져 있을 때 한 방을 터트려줄 수 있는 해결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외곽에서 시원스런 3점슛을 꽂아줄 선수가 없다는 게 발목을 잡고 있는데 이는 기록으로도 나타난다. SK는 3점슛 시도 횟수가 경기당 20.1개로 10개 구단 중 제일 적고 성공 개수도 6.9개로 9위에 머물고 있다. 

약한 외곽슛을 커버하기 위해 속공을 줄기차게 시도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상대팀들의 대비가 늘어나며 예전 같은 매서운 속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 SK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3점슛이다. 후반기에 이런 점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힘든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오세근의 부재라는 악재 속에서도 KGC인삼공사는 공동 선두를 달리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캡틴 양희종을 중심으로 기승호, 문성곤, 김철욱 등이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수비와 리바운드에 가담하면서 브랜든 브라운의 수비 부담이 줄었고 크리스 맥컬러 역시 외곽에서 마음놓고 공격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여기에 장기인 외곽 라인에서의 적극적인 압박 수비와 스틸에 이은 속공이 살아난 것도 상승세를 탄 이유 중 하나. 경기 운영에서 애를 먹이던 박지훈과 지금은 부상중이지만 변준형의 리딩이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은 것도 상승세의 원동력 중 하나다. 

KGC인삼공사는 그동안 김승기 감독이 그토록 고대하던 가드 이재도와 슈터 전성현의 복귀로 전력에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 생겼다. 이재도는 부상인 변준형을 대신해 포인트가드로 나서 경기 운영을 책임지고 있고, 전성현 역시 알토란 같은 득점력으로 공격 루트의 다변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재도는 복귀 후 2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9분 19초를 뛰면서 6.5점 5.5리바운드 4.0어시스트를 올렸고, 전성현은 18분 30초를 뛰며 11.0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재도의 평균 4.0어시스트와 전성현의 평균 11.0점은 KGC인삼공사를 든든하게 하는 뒷받침이다. 

시즌 초반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아슬아슬하게 상위권을 유지하던 DB 역시 최근 가드 두경민의 합류로 선수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 리그 초반 허웅과 김현호 등 가드진의 부상으로 백업으로 쓰려던 김태술과 김민구가 처음부터 많은 시간을 뛰면서 과부하가 걸렸으나 두경민의 가세로 이런 점은 상쇄됐다. 

두경민의 가치는 복귀 후 치른 3경기에서 나타났다. 두경민은 복귀전인 10일 전자랜드 전에서 15점 4어시스트를 올렸고, 이틀 뒤인 12일 LG 전에서는 역시 15점 4어시스트, 그리고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15일 SK 전에서는 23점 3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3경기에서 평균 23분 14초 출전에 17.7점 1.3리바운드 3.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연승 중이던 DB 역시 그의 복귀와 더불어 3연승을 추가해 5연승 행진을 달렸다. 

두경민이 가세하면서 허웅의 오픈 슈팅 찬스도 조금씩 늘고 있고 김민구의 체력 안배도 가능해졌다. 또 센터 김종규와의 새로운 콤비 플레이도 기대해봄직하다. 윤호영은 이에 따라 득점보다는 수비 조직력에 더욱 신경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치아누 오누아쿠와 칼렙 그린 등 외국선수들과의 호흡도 처음치고는 나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질 전망이다.

어쨌든 DB로서는 두경민의 가세로 후반기 선두까지 올라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SK와 KGC인삼공사가 양분하던 선두 경쟁에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난 셈. 이 세 팀의 1위 싸움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프로농구를 지켜보는 재미가 될 것이다. 

사진 = KBL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