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전주, 이동환 기자] 화려한 라인업의 해법은 의외의 선수에게 있었다. 부상에서 막 복귀한 유현준이었다.

전주 KCC 이지스는 8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의 경기에서 89–81로 승리했다.

지난 11월 11일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한 이후 치른 7번째 경기. 하지만 이날도 KCC의 스타트는 불안했다. 1쿼터에만 무려 28점을 내주며 수비가 붕괴했고 공격도 잘 풀리지 않았다. 3쿼터 한 때 21점 차까지 뒤지기도 했다.

하지만 KCC는 기어코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4쿼터에만 29점을 폭격한 KCC는 막판 혈투 끝에 전자랜드에 신승을 챙기며 트레이드 후 첫 홈 승리와 첫 연승을 동시에 해냈다. 홈 3연패에서 탈출한 것도 기분 좋은 수확이었다.

해법은 유현준이었다. 1쿼터에 이대성, 최승욱, 송창용, 최현민, 라건아를 선발 기용했다가 공수가 흔들리며 크게 밀린 KCC는 2쿼터부터 유현준을 투입하며 해법을 모색했다. 유현준이 이대성, 이정현과 함께 뛰는 스리 가드(three guard) 라인업을 활용했고 이것이 효과를 봤다. 유현준이 코트에 설 때 KCC의 볼 흐름은 눈에 띄게 부드러웠고 결국 이대성, 이정현, 송교창의 공격력이 동반 상승하며 전자랜드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2017년 드래프트를 통해 KCC에 입단한 유현준은 패스가 최대 강점인 선수다. 데뷔 후에도 유현준에 대해 “탐난다”는 이야기를 하는 타팀 감독들이 있었을 정도.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프로 무대에서는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올 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50일의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팀에 돌아오니 동료들이 달라져 있었다. 이대성, 라건아가 오면서 공격을 조율할 부분이 더 많아졌다. 가드진이 이대성-이정현으로 꾸려진 탓에 출전시간 감소도 걱정해야 했다. 하지만 화려한 라인업 속에서 유현준의 가치가 오히려 드러났다. 7일 DB전에서 29분 1초 동안 5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합류 후 첫 승을 이끈 유현준은 이날은 정확히 30분 동안 11점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연승까지 견인했다. 유현준이 코트에 선 30분 동안 KCC가 기록한 득실 마진은 무려 +23점. 이정현과 더불어 팀내 최다였다.

경기 후 유현준은 “오늘은 제가 포인트가드여서라기 보다는 동료들의 움직임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우리 팀은 공격할 선수가 많은 팀이다. 그래서 지금은 볼 소유 시간을 줄이면서 플레이하고 있다. 감독님도 이 부분에서 확실한 역할을 주고 계시다. 그게 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창진 감독도 유현준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전 감독은 “오늘은 현준이가 듬직해보일 정도로 경기를 잘해줬다. 경기 리딩, 강약 조절, 공격을 전개시켜야 하는 지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농구를 알고 하는 느낌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블록버스터 트레이드 단행 후 KCC는 스타 플레이어들 간의 호흡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유현준이 코트에 서는 시간만큼은 호흡 문제가 해결된 듯한 모습이었다. KCC가 마주한 조직력 문제의 해법은 유현준이었을까. 유현준이 ‘슈퍼 팀’ KCC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며 팀을 바꿔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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