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명예일까? 불명예일까?

농구의 다양한 기록 중 USG%라는 기록이 있다. 풀어쓰면 Usage Percentage, 직역하면 ‘공격 점유율’로 한 선수가 얼마나 팀의 공격을 책임졌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이다. NBA에서는 이 USG%를 ‘NBA.com’, ‘바스켓볼 레퍼런스’ 등 여러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데, 저마다 구하는 공식이 다르다. 올 시즌부터 2차 스탯을 제공하고 있는 KBL은 바스켓볼 레퍼런스의 공식을 빌렸는데, 그 공식은 다음과 같다.

 

현재 NBA에서 가장 많이 공을 들고 있는 선수는 휴스턴 로케츠의 제임스 하든이다. 하든은 지난 2017-18시즌(36.1%)부터 2018-19시즌(40.5%), 그리고 올 시즌(40.9%)까지 3년 연속 USG% 부문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그가 기록한 40.5%의 USG%는 NBA 역대 2위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USG%였다. 역대 1위는 2016-17시즌 러셀 웨스트브룩이 세운 41.6%다. 

 

그런데 한국프로농구에 하든과 웨스트브룩을 능가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창원 LG 세이커스의 마이크 해리스다. 

버논 맥클린의 대체 선수로 시즌 중 합류한 해리스는 지난 10월 31일 데뷔전부터 DB를 상대로 31분 40초 동안 무려 41점을 폭격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2경기에서도 모두 20득점 이상을 기록한 해리스는 3경기에서 평균 24분 43초 동안 29.3득점을 올리고 있다. 득점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USG%다. 해리스는 3경기에서 무려 51.6%의 USG%를 기록 중이다.

표본이 적기에 좀 더 두고 봐야 할 필요는 있지만, 해리스의 USG%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아무리 KBL이 외국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리그라고 하지만, 출범 이래 한 선수의 USG%가 50%가 넘는 사례는 없었고, 40%가 넘는 것도 찾기 쉽지 않다. 

문제는 LG의 또 다른 외국선수 캐디 라렌 역시 39.9%의 높은 USG%를 기록 중이라는 것이다. 지난 시즌에도 이미 조쉬 그레이(36.8 USG%, 리그 2위)와 제임스 메이스(36.2 USG%, 리그 3위) 두 외인에 많은 공격을 의존했던 LG는 올 시즌 역시 같은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LG의 이런 전략을 ‘틀린’ 전략이라고 비판하긴 어렵다. 

LG는 올 여름 팀의 핵심이었던 김종규를 FA에서 잃었고, 김시래 또한 현재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주엽 LG 감독은 남은 국내선수들에게 매 경기 “자신 있게 하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지난 31일 열린 DB와의 경기, 82-82 동점 상황에서 LG 국내선수들은 마지막 공격 기회를 서로 미루다 승리할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 현 시점에서 누구보다 가장 속이 타들어 가는 사람은 현 감독일 것이다.

그러나 외국선수와 다년 계약이 어려운 KBL에서 이러한 USG%는 분명 기형적이다. 국내선수들의 코트 위 공격 참여가 적어질수록, 당연히 이들의 기량은 점점 더 떨어진다. 다음 시즌 더 좋은 외국선수를 공수할 수 있다면 문제없겠지만, 이를 장담할 수 없기에 결국 문제가 된다.

코트 안에서도 문제다. 지난 몇 년간 NBA에서 가장 높은 USG%를 기록한 하든과 웨스트브룩은 언제든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올릴 수 있는 수준급 패서들인 반면, 해리스의 3경기 평균 어시스트는 1.7개에 불과하다. 똑같이 높은 USG%를 기록하더라도 파생되는 공격이 적을 수밖에 없다. 

사진 = 로이터/뉴스1,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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