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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을 버려야 한다” 코치 김주성이 품은 첫 과제

기사승인 2019.08.09  08: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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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이동환 기자] 새 출발에는 많은 난관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낯설고 생소한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DB의 신임 코치 김주성도 마찬가지다. 선수가 아닌 코치로 DB에 돌아온 지 두 달. 김주성 코치는 달라진 마음으로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었다. 인터뷰 중 그는 지도자로서 자신이 꼭 해내고 싶은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선수로서 가졌던 ‘김주성’이라는 이름을 버리는 일이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DB의 전설로 활약했던 선수 김주성의 과거는 그대로 두고, 지도자 김주성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었다.

 

코치 김주성의 미션 ‘김주성을 버려라’

지난 7월 19일 원주에 위치한 DB 연습체육관. 선수가 아닌 코치로 오후 훈련을 준비 중이던 김주성 코치를 로비에서 만날 수 있었다. 두 달 전 정식으로 DB의 코치로 정식 임명된 그는 6월 초부터 시작된 DB의 비시즌 훈련을 코치로 함께 하고 있었다.

코치로 맞이한 첫 비시즌의 느낌은 어떨까. 김 코치는 “새로우면서도 익숙하다”고 답했다.

“새로우면서도 익숙합니다. 어쨌든 선수로서 항상 왔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15년 동안 원주에서 뛰었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곳에 편한 마음으로 온 듯한 느낌이 들어요.” 

김 코치는 비시즌을 보내며 긴장, 기대, 부담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사실 어떤 경우든 새로운 곳에 온다는 것은 어렵기 마련이잖아요. 오랫동안 뛰었던 팀이기 때문에 새로우면서도 편한 부분이 분명 있어요. 하지만 선수가 아닌 코치로 들어왔기 때문에 달라진 역할과 직책으로 인해 긴장도 다소 느끼고 있어요. 부담도 분명히 있습니다.”

“예전과 비교해서 비시즌을 보내는 느낌이 엄청나게 특별한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이제 한 달 반 밖에 지나지 않기도 했고요. 시간이 너무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어요. 다만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예전에는 운동을 했는데 지금은 하지 않는 거예요. 코트 안에서 뛰는 것과 밖에서 서 있는 것은 정말 다르죠.”

DB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은퇴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되뇌곤 한다고.

“선수들 운동하는 거 보면 은퇴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웃음) 다시 하라면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사실 비시즌이라 부상 선수들이 있고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제가 같이 직접 훈련에 참가하는 날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날은 숙소에서 일찍 잠들곤 해요. 너무 힘들고 피곤하거든요.”

김 코치에게 올여름은 배움의 시기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낯선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상범 감독과 다른 코치들이 내준 숙제를 하느라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코치로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선수일 때는 제가 훈련을 할 때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나오시는지 궁금했었어요. 그리고 이제 직접 코칭스태프 안에 들어가서 훈련 준비 과정을 접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새롭고 즐겁습니다. 사실 아직은 모르는 게 정말 많아요. 하지만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걸음마를 떼고 있는 거죠.”

김 코치는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며 부담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바로 선수 김주성의 이름을 버리는 일이었다.

“선수로서 쌓은 것들을 비워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이상범 감독님이 지도자가 됐으니 이제 선수 김주성으로 쌓았던 것들에 대한 생각을 버리라고 하셨거든요. 감독님 말씀이 맞고 스스로도 그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데 마냥 쉽지는 않아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한 번에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시행착오를 계속 겪을 수밖에 없는 것 같고 감독님, 다른 코치님들이 도와주시니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 김주성으로 가졌던 생각과 자존심을 빨리 버리고 싶다는 부담이 스스로에게 좀 있어요.”

김 코치는 선수 김주성과 지도자 김주성의 커리어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생활에 대해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로서 내가 쌓은 입지와 지도자로서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입지는 당연히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 때 어떤 커리어를 쌓았든 그건 선수 때의 이야기잖아요. 농구계에 남아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엄연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선수 때를 생각하며 코치 생활을 한다면 제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범 감독님 말씀이 백번 맞습니다. 선수 김주성으로 쌓은 것들에 대한 생각을 버리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코치로서 배워야 할 것을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죠. 많은 것들을 더 빨리 배워서 선수 김주성으로서 가졌던 생각을 어서 버리고 싶습니다. 내심 걱정도 있어요. 결국엔 못 버리는 게 아닌가 하고요. 그래도 그걸 버려야만 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팬들이 스타플레이어가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지도자가 되고 나면 선수로서 만든 입지와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 결국 필요하거든요. 선수 때 가졌던 잣대로 코치 생활을 해서는 안 됩니다. 가르치는 선수가 어떤 기량을 가졌든 그 선수를 선수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달라진 빅맨의 역할, 그리고 김종규

김주성 코치가 선수로 커리어를 보내는 동안 농구는 많이 달라졌다. 빅맨이 3점슛을 던지고 어시스트를 하는 시대가 됐다. 김 코치 역시 선수로 뛴 마지막 시즌에는 적극적으로 3점슛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 코치는 “달라진 농구 트렌드는 분명히 따라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달라진 농구 트렌드는 분명히 따라가야 합니다. 모든 스포츠는 팬들이 있어야 하고 팬들이 즐거워야 리그도 흥행하니까요. 팬들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에 맞게 변해야죠. 세계적인 농구 추세가 빅맨이 3점슛을 던지고 더 다양한 역할을 맡는 것입니다. 한국 농구도 그에 맞게 따라가야 하고 우리 팀도 마찬가지죠. 이상범 감독님도 센터가 3점슛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신 분입니다. 그런 면에서 감독님이 트렌드와 잘 맞는 분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머리로 플레이를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코트에서 그 플레이를 이행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많은 국내 빅맨들이 외곽슛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실제 코트에서 결과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생각과 훈련이 다르고, 훈련과 실전이 또 다르다. 선수로 성장하면서 3점슛과 드리블을 연습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빅맨에게는 최근의 트렌드 변화가 낯설고 까다롭고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빅맨이 3점을 던지고 드리블을 익히는 일은 분명 한계에 봉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쉽지 않죠. 하지만 어차피 빅맨이 코트에서 상대하는 선수는 보통 큰 선수들입니다 큰 선수를 상대로 볼을 핸들링하고 슛을 던질 수 있으면 당연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저 역시 선수 생활 막판에는 외곽슛을 많이 던졌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 외국선수들이 하는 플레이, 국내 가드와 포워드들이 하는 플레이를 많이 보고 참고하면서 연습했었어요. 3점슛 라인 바깥에서 가드와 포워드들이 가져가는 스텝이나 다양한 플레이를 흡수하려고도 노력했었죠.”

“사실 슛 거리를 늘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냥 되는 것은 없어요. 많이 보고 따라하고 그걸 코트에서 활용하고 또 연습해야 합니다. 저도 슛 거리를 늘리기 위해서 팔굽혀펴기도 하고 어깨 운동도 하고 다양한 노력을 했었어요. 두경민 같은 슈터들에게 슛을 쏠 때 어떤 스텝을 밟는지 어떤 식으로 슛 동작을 가져가는지도 물어봤었고요. 가지지 않은 것을 가지려면 그런 노력들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고민하고 연구하고 시도하고 다시 고민하는 과정이 계속 있어야 하죠.”

DB 팬들이 오는 시즌 기대를 거는 부분이 있다. 바로 김 코치와 김종규의 만남이다. 현역 시절 전실적인 빅맨이었던 김주성이 김종규의 잠재력을 더 끌어내줄 수 있다고 기대하는 이가 적지 않다. 김 코치는 “김종규가 DB라는 팀에서 동료들과 더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저와 종규의 만남에 대해 기대를 거시는 걸 이해합니다. 사실 이상범 감독님도 저와 종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시면서 저를 코치로 데려오셨거든요. 지금 종규가 대표팀에 들어가 있고 아마 월드컵이 끝나고 9월 중순은 돼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종규에 대한 전체적인 부분은 감독님이 관리하실 것이고 세세한 부분은 제가 보게 되겠죠.”

“현실적으로 당장 종규의 1대1 능력 같은 것들을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시키기는 어려워요.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종규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때 시너지 효과가 더 날 수 있도록 플레이를 다듬어주는 일이라고 봐요. 종규 본인도 당장 코트에서 20점, 30점을 넣는다는 생각을 가지기보다는 외국선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골밑을 든든히 지키고 팀을 우승권에 올려놓는다는 점에 집중한다면 부담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라는 것은 우승, 해피엔딩을 꿈꾼다

오는 시즌 DB는 강팀으로 분류되고 있다. 김종규, 김민구, 김태술이 합류하면서 전력이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주성 코치는 “부담이 있지만 당연히 우승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시즌의 바람은 당연히 우승입니다. 우승하고 싶어요. 여기 감독님, 코치님들, 저, 선수들 모두 사연이 하나씩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연들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어요. 이젠 정말 우승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우승이 2008년이에요. 그 뒤엔 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2017-2018시즌에 챔프전에서 우승할 줄 알았는데 못해서 정말 아쉬웠어요. 사람 일이라는 게 재밌다는 생각이 듭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을 때 허점이 생기고, 허점이 보일 때 오히려 완벽에 가까운 성공이 나오는 것 같아요. 희한해요.”

얘기가 나온 김에 김 코치는 2017-2018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갔다.

“2017-2018시즌은 드라마를 하나 쓴 것과 다름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큰 원동력은 이상범 감독님이 부임한 것이었죠. 팀이 하나의 배라면 선장이 어떤 방향으로 키를 잡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이상범 감독님이 DB에 오셔서 방향을 제시했고 선수들은 그걸 믿고 닻을 올리고 노를 저으며 앞으로만 나아갔어요. 그 믿음이 통했던 시즌이었죠.”

“이상범 감독님은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시는 감독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선수도 믿음을 받을 수 있도록 플레이하는 게 정말 중요하긴 하죠. 하지만 사실 지도자가 선수에게 믿음을 준다고 했을 때 100% 주기는 힘들어요. 그리고 그러면 상대도 그걸 느낄 수밖에 없고 그렇게 신뢰가 조금씩 무너지는 거죠. 하지만 이상범 감독님은 정말 100%의 믿음을 선수들에게 주셨고 선수들도 그에 맞게 모든 것을 쏟아내면서 시너지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 시너지 효과가 없었으면 정규시즌 우승은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 코치는 지난 두 시즌에 비해 주위의 기대치가 높은 오는 시즌이 오히려 더 까다로운 시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올시즌은 주위의 기대치가 높은 탓에 생기는 부담과 걱정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밖에서 기대가 적으면 분명 좋은 부분도 있어요. 팀이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더 내려갈 곳이 없거든요. 전속력으로 달려가다 넘어지더라도 충격이 덜 해요.”

“하지만 기대치가 높은 상황에서는 부진했을 때 그만큼 충격이 더 커요. 계단을 하나하나 밟으면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기대치 자체가 높다보니 넘어졌을 때 심리적으로 추락하는 폭도 크죠. 그래서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무너지는 경우엔 위로 다시 치고 올라가기가 오히려 쉽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올시즌도 우리 팀에 대해 분명 많은 말들이 오갈 것 같아요. 어쨌든 그것에 개의치 않고 코치로서 우승이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점을 감독님이 잘 대비하시고 이끌어주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코치는 선수 김주성의 이름값을 버리겠다는 의지를 또 한 번 드러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일단 선수들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막내 코치인 만큼 다른 코치님들, 감독님을 잘 보좌하고 싶어요. 분명 부족한 점이 있을 겁니다. 특히 계속 얘기했던 부분이지만 선수로서 가졌던 자존심과 이름값에 대한 생각을 버리는 일은 올시즌에 완전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하지만 꾸준히 노력해야죠. 저도 모르게 나오는 예전의 습관들, 제가 선수로서 농구를 잘했다는 것에 대한 생각들을 줄이고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팬 분들도 걱정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주성이라는 선수가 지도자로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팬 분들이 지도자 김주성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분명 시간이 필요하고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꾸준히 노력해야겠죠. 팬 분들에게 인정받는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선수 김주성이 아닌 지도자 김주성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이동환 기자 ldh2305@rookie.co.kr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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