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아시아컵과 올림픽을 이끌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 후보가 4명으로 확정됐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2차 공모까지 진행한 가운데 지난 19일, 최종적으로 이문규, 임달식, 김영주, 신기성 등 총 4명의 지원자가 새로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5월 초, 경기력향상위원회를 거쳐 최종 후보를 확정한 후 이사회에서 신임 감독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 해 FIBA여자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테네리페 참사’를 당했던 여자대표팀을 재정비할 새로운 수장 후보들의 장단점을 살펴봤다.

1. 이문규 전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
이문규 감독은 4명의 지원자 중 가장 경험이 많은 감독이다. 

농구대잔치 시절 현대산업개발과 한국화장품의 코치를 역임했고, WKBL에서도 신세계와 KB의 감독을 지낸 바 있다. 2012년에는 이옥자 감독을 보좌해 KDB생명의 코치를 맡았고, 이후 중국에 진출해 상하이 옥토퍼스를 이끌었다.

국가대표 코칭스태프 경험도 많다. 1996년 베이징 국제초청 여자농구대회와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꾸준히 대표팀 코치를 지냈고, 2001년 동아시아 경기대회를 시작으로 아시아선수권대회,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 부산 아시안게임 때는 감독을 역임했다.

특히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WKBL 출범 후 우리나라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지난해에는 대표팀 감독에 복귀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8 FIBA 여자농구 월드컵을 이끌었다.

여자농구 대표팀과 관련해 이번에도 남북 단일팀이 추진되고 있어, 지난 해 단일팀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는 것도 이문규 감독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 감독은 지난 해 남북단일팀을 이끌고 아시안게임을 치렀고, 남북통일농구대회 때도 팀을 이끌었다. 

협회의 평가도 이 감독에게 호의적. 협회 한 관계자는 2018년 이문규 감독의 대표팀 운영에 대해 “어려운 가운데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대표팀 운영 부분에 대한 WKBL 현장과 여론의 평가는 협회와 다르다는 것이 단점이다. 단일팀 이슈와 박지수의 투혼으로 기억되는 결승전 분전으로 상쇄됐지만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평가는 높지 않았다. 특히 FIBA월드컵에서는 성적과 경기력 모두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고, 결과에 대해서는 ‘테네리페 참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WKBL 현장에서는 지난 해 국가대표팀의 경기력과 성적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고, 대표팀을 다녀온 선수들의 관리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2. 임달식 전 신한은행 감독
임달식 감독은 WKBL 출범 후 한국여자농구에서 가장 화려한 이력을 만든 지도자 중 한 명이다. 사실상 현재 한국 여자농구에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과 더불어 가장 압도적인 경력을 갖춘 지도자라는 데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임달식 감독은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 중 5번을 이끌었고, 재임기간 중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 적이 없다. 신한은행 사령탑으로 7시즌 동안 정규리그에서 199승(61패)을 기록한 WKBL 역대 최다승 감독이다. 

큰 경기를 치른 경험도 많고, 또 강했다.

역대 WKBL에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40경기 이상 치른 감독은 임달식 감독(41경기)을 포함해 단 4명 뿐이다.(정덕화 감독 53경기, 박명수 감독 51경기, 이문규 감독 41경기) 임 감독은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 34승(7패)을 올리며, 이 부분에서도 최다승 감독에 올라있고, 승률도 82.9%로 1위다.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 30승 이상을 올린 감독은 임달식 감독이 유일하다.

당시 신한은행의 전력이 워낙 막강하기도 했지만, 실력과 개성이 특출한 선수들을 아우르며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최강의 전력을 구축하는 것은 프로팀보다 오히려 대표팀에서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능력.

실제로 임달식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으로도 좋은 경력을 쌓았다.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와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년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의 사령탑을 맡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이전 대회 13위로 떨어졌던 대표팀을 8강으로 복귀시켰고, 텃세와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으로 금메달 획득이 좌절된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는 당시 아시아 최강이었던 중국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중국에 밀려 2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의 경기력은 아시아 최강을 논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임달식 감독은 감독으로서의 능력이 확실히 검증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WKBL에서도 감독 교체시기마다 항상 이름이 언급되는 지도자다. 팬들 역시 WKBL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는 임 감독의 현장 복귀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도력과 인지도를 모두 갖춘 후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협회와의 갈등 속에 대표팀 사령탑을 떠났다는 점과 현재 WKBL 재정위원을 맡고 있지만 2016년 중국 산시 신루이를 잠시 맡았던 이후, 감독으로서 공백기가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3. 김영주 전 KDB생명 감독
김영주 감독 역시 여자농구 지도자로서 상당한 경력을 갖고 있다. 

2000년 우리은행 코치를 시작으로 KDB생명의 코치를 지냈고 이후 감독으로 KDB생명을 5시즌 동안 이끌었다. 신한은행이 리그를 압도하던 2010~2012년에는 KDB생명을 ‘레알 신한은행’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성장시켰다. 

국가대표 지도자로도 감독과 코치를 모두 경험했다. 

2006년 유수종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에 코치로 합류하여 세계선수권대회와 도하 아시안게임을 거쳤고,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감독을 맡았다. 

이 대회에서 비록 토너먼트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대표팀에 대한 평가는 높았다. 우리 대표팀은 호주, 벨라루스, 쿠바에 패하며 3전 전패로 대회를 마쳤다. 작년 스페인 대회 때와 결과는 같았지만, 평가는 전혀 달랐다. 

당시 우리나라는 20년만의 금메달을 위해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표팀을 집중했다. 선수단 구성과 지원 역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쏠릴 수밖에 없었고,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사실상 대표 2진을 출전시켰다. 

그러나 대표팀은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고, 대표팀에 합류했던 선수들 대부분이 대표팀과 대회 경험을 통해 많은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 KDB생명의 감독으로 3년 만에 복귀한 후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 김영주 감독에 대한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김영주 감독이 팀을 비웠던 3년 사이에 KDB생명이 완전히 내리막으로 접어들었던 점, 사실상 프로라는 이름에 부합하지 못했던 모기업의 지원과 상식 밖이었던 농구단 운영 등을 감안하면 악전고투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4. 신기성 전 신한은행 감독
신기성 감독은 이번 대표팀 사령탑 지원자 중 가장 젊은 후보다. 

화려한 선수경력을 자랑하는 신기성 감독은 2013년 모교인 고려대 코치를 거쳐 2014년 하나은행의 코치를 맡으며 여자농구 지도자로 첫발을 디뎠고, 2016년부터 3시즌 동안 신한은행 감독을 지냈다. 

2018-2019시즌까지 WKBL 감독을 역임한 만큼, 4명의 지원자 중 현재 선수들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기량의 차이를 떠나 현역 선수들이 과거 선수들과는 생활과 문화, 정신적인 측면까지 많은 부분이 달라 지도하는 측면에서도 고려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은 만큼, 직전시즌까지 최근 5년간 WKBL 현장에 직접 몸담았던 지도자라는 부분은 신기성 감독이 갖는 확실한 장점이다. 2017-18시즌에는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기도 했다.

다만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8-19시즌, 여러 악재가 겹치며 팀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던 점은 걸림돌이다. 또한 유일한 40대 지도자인만큼 경험 면에서는 다른 지도자들보다 열세일 수밖에 없다. 4명 중 유일하게 대표팀을 이끌었던 경험이 없다는 부분도 심사 과정에서 다소 불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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