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여덟 번 넘어지고 아홉 번째 일어났다.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는 2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84-92로 패했다. 시리즈 스코어 4패(1승)째. 현대모비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유도훈 감독은 지난 2월, 감독 통산 300승 금자탑을 쌓았다. 유 감독은 300승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내가 이룬 것이 아니라 선수들과 코치진이 함께 이룬 결과물”이라며 짧은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팬분들에게 아직까지 챔프전을 못 보여드렸다. 300승도 챔프전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꼭 챔프전에 진출하겠다”며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KBL에서 6번째로 나온 대기록에 자기 자랑도 할 법도 한데, 유 감독의 인터뷰는 챔프전으로 시작해 챔프전으로 끝났다.

그만큼 유 감독에게 챔프전은 간절했다. 2007년, 안양 KT&G에서 지휘봉을 잡은 유 감독 본인은 물론, 전자랜드 구단 역시 창단 후 22년 동안 한 번도 챔프전에 오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리그를 대표하는 ‘플레이오프 청부사’다. 전자랜드에 정식 부임한 2010-11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8시즌 동안 무려 7번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그중 세 번은 4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으나, 매번 4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렇게 맞이한 올 시즌, 마침내 유 감독은 숙원을 해소했다. 개막 전, KBL 경험이 없었던 머피 할로웨이와 기디 팟츠를 동시에 영입하는 파격을 선보이며 우려를 모으기도 했으나, 유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할로웨이와 팟츠, 그리고 시즌 중반 대체선수로 영입한 찰스 로드까지. 이들은 전자랜드를 창단 첫 챔프전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올 시즌 전자랜드와 유도훈 감독의 가장 큰 수확은 국내선수들의 발전이다. 시즌 중반, 국내선수들의 답답한 모습에 “국내선수! 너네는 선수 아니야? ’떡 사세요’하면서 얘(외국선수)만 찾을거야?”라고 호통쳤던 서울 삼성전 타임아웃은 아직도 두고두고 회자가 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만큼 유 감독은 외국선수가 아닌 국내선수들이 해결사로 나서기를 바랐던 감독이다.

그 결과, 전자랜드의 국내선수들은 올 시즌 대부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 9.4점 5.3리바운드를 기록한 강상재는 올 시즌 11.8점 5.7리바운드로 생애 첫 두 자릿수 득점 시즌을 기록했다. 정효근 역시 지난 시즌 8.5점에서 10.6점으로 수직 상승, 김낙현도 5.0점에서 7.6점으로 평균 득점이 올랐다. 베테랑 박찬희는 5.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그 어시스트왕에 등극했다. 플레이오프 깜짝 활약으로 일약 스타가 된 ‘군에서 온 그대’ 이대헌도 내년을 기대케 한다.

8번 넘어지고 맞이한 9번째 시즌, 마침내 통산 첫 챔프전 이력을 추가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 그의 오랜 철학 속, 8전 9기 끝에 단단해진 전자랜드의 다음 챔프전 도전은 예전만큼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 KBL 제공, 원석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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