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WKBL 정규리그 우승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경기가 아산에서 펼쳐진다. 1경기차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청주 KB스타즈와 아산 우리은행 위비의 경기다. 

지난 6라운드 맞대결에서 승리한 KB 쪽으로 우승의 무게가 쏠리는 듯 했지만, KB가 삼성생명에게 덜미를 잡히며 다시 긴장감이 높아졌다.

여전히 KB가 유리한 상황이지만 23일 맞대결에서 우리은행이 승리한다면 남은 4경기의 흐름은 장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양 팀 모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집중력으로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양 팀 뿐 아니라 심판들 역시 경기 운영에 신중함과 일관성을 유지하며, 높은 집중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불신의 중심에 있던 WKBL의 판정은 이번 시즌에도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펼쳐졌던 KB와 우리은행의 6라운드 맞대결은 납득하기 힘든 판정과 어설픈 운영으로 인해 경기 자체가 엉망이 될 뻔했다.

양 팀 선수들이 높은 집중력을 보이며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이끌어, 올 시즌 최고의 명승부로 둔갑했지만, 경기 내내 현장 기자석에서는 심판의 휘슬이 울릴 때마다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큰 화두는 U파울 2개로 퇴장을 당한 카일라 쏜튼(KB)이었다.

쏜튼이 받은 2개의 U파울 중 첫 번째로 불린 3쿼터 상황은 특히 논란이 됐다. 쏜튼이 불필요하게 동작이 크고 팔꿈치를 위험하게 사용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반대로 U파울을 분 것은 명백한 오심이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논란이 된 상황에 대해 경기 당사자인 KB와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구단의 코칭스태프 중 12명에게 문의한 결과, 쏜튼에 대한 U파울이 정심이었다고 말한 지도자는 없었다. 

한 감독은 “쏜튼의 팔 각도로 인해 보기에 따라 심판이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는데, 유일하게 심판의 판정을 옹호하는 의견이었다.

나머지 11명의 의견은 단호했다. U파울이 아니라는 것. 

쏜튼은 슛을 하고 내려오는 자연스러운 동작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김정은(우리은행)이 팔꿈치에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의성은 전혀 없다는 판단이었다. 충돌 순간에도 쏜튼의 시선이 계속 림과 볼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것도 고의성이 없음을 증명한다는 것.

이들은 모두 “그 상황이 U파울로 인정이 된다면 슛을 던진 선수들은 내려올 때, 모두 팔을 하늘 위로 들고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라며 당혹스러워 했다. 

특히 한 지도자는 “순간적으로는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비디오로 분석을 하고도 그 장면을 U파울로 선언했다는 건 판정을 한 심판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게 만드는 부분”이라며, “단순한 오심이라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비디오 판독을 하고도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 나온 사례가 올 시즌에 몇 차례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불만이 더 제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심판들은 고의적으로 KB에게 불리한 판정을 불었을까?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특정팀을 봐줬다기보다 오심에 이은 보상판정을 남발하다가 자신들이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 같다”고 지적했다.

3쿼터 초반 다소 애매한 상황에서 이른 시간에 박지수(KB)에게 3번째 파울을 준 후, 판정이 양쪽 모두에게 이상했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 양 팀이 모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는 게 관계자들과 지도자들의 분석이다.

쏜튼에게 주어진 U파울 퇴장으로 인해 KB가 불리했다는 지적도 있었고, 1쿼터 시작 6분 40초만에 모니크 빌링스(우리은행)에게 다소 민감한 콜로 파울 3개를 불어버리며, 우리은행의 발목을 묶고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쏜튼의 첫 번째 U파울 선언도 직전의 상황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추론도 있었다.

한 지도자는 “쏜튼의 U파울 장면은 김정은의 4번째 파울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김정은의 파울 자체가 잘못 불린 콜같다. 비디오 판독으로 그 장면까지 같이 보게 되니, 심판 입장에서는 김정은에게 준 파울을 회수할 수 없어 쏜튼에게도 U파울을 줘 버린 게 아닐까 싶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곧, 보이는 대로 판정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판정을 만들었다는 예상이다. 사실이라면 오심보다 더 나쁜 경우다.

실제로 쏜튼의 U파울 직전에 불린 김정은의 수비자 파울에 대해서도 파울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3쿼터 시작 3분도 되지 않은 시점에 김정은은 파울트러블에 걸렸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3쿼터 중반 이후 양 팀 선수들은 심판의 판정에 심하게 동요했다. 선수들의 지나친 플레이를 제어하기 위해 심판의 휘슬이 사용되기보다, 심판의 당황스러운 판정이 선수들의 정상적인 플레이를 방해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3쿼터 종료 2분 3초 전. 더블팀에 걸린 빌링스가 공격자 파울을 범했다. 갇혀있는 상황에서 팔꿈치로 강아정(KB)을 쳤다는 것. 그러나 이번 시즌, 이 같은 장면에서 공격자 파울이 불린 경우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이에 대해 ‘트레블링’이라고 대답했다. 공격자 파울이 맞다는 의견을 나타낸 이는 없었다. 팔꿈치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파울을 불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빌링스는 이 판정으로 파울트러블에 걸렸다. 

경기 종료 1분 12초 전. 우리은행은 임영희가 뱅크슛을 성공시키며 80-75를 만들었다. 그런데 임영희의 슛이 림을 가른 후, 빌링스가 염윤아(KB)를 밀쳐 넘어뜨렸다. 명백한 파울로 보이지만 심판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만약 빌링스의 파울이 아니라고 봤다면, 심하게 넘어진 염윤아에게 페이크 파울에 대한 경고라도 줬어야 하지만 심판은 아무것도 선언하지 않았다. 

해당 상황에 대해 경기 후 염윤아에게 확인하자 “넘어졌을 때, 바로 앞에 있던 심판에게 물어봤더니, 내가 먼저 잡았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 장면을 다시 확인해보면 염윤아가 빌링스를 잡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해당 장면을 영상으로 확인한 관계자들과 지도자들도 “파울이 맞다”고 답했다. 오히려 염윤아가 먼저 잡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차라리 밀쳐지는 장면을 못봤다면 모를까, 그 말을 한 심판의 위치에서는 염윤아의 오른손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아해했다.

이날 경기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종료 직전, 박혜진(우리은행)의 슛을 막아낸 박지수의 블록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직전, 박혜진은 이미 트레블링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판은 이 역시도 놓쳤다. 

이 경기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은 큰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부분만 해도 이렇게 많았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지만 이는 지나치다. 

올 시즌 KB와 우리은행의 6차례 맞대결 중 5번이 5점차 이내의 승부였다. 2점차 승부가 2번, 1점차 승부도 2번 있었다. 판정 하나에 승패가 바뀔 수 있는 경기가 꾸준히 펼쳐졌다는 것이다.

올 시즌 판정으로 인해 몸살을 앓았던 것이 이 경기 하나는 아니다. 이미 심판설명회가 세 차례 열렸고, 판정으로 인한 제소도 있었다. 한 구단 관계자가 이례적으로 경기가 끝난 뒤, 직접 코트로 내려와 언성을 높이며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판정의 공정성과 정확도가 나아졌다는 평가는 없다. 오히려 기준의 일관성이 없다는 불만은 더 커졌다.

시즌 전체의 일관성이 아니라, 경기 중 각 쿼터마다 판정 기준이 바뀌고, 경기를 운영하는 심판끼리도 기준이 다르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구단만의 입장이 아니다. 해설자는 물론, 농구 관계자들도 이 같은 문제를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WKBL은 김진수 전 심판위원장 시절부터 “심판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팬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미숙함이 있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WKBL은 프로다.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곳이다.

비시즌 내내 피땀 흘려 노력한 선수들도 경기에 나서서 결과로 보여주지 못하면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심판도 마찬가지다. 심판 역시 비시즌 동안 체력훈련과 함께 많은 토론과 교육 등을 통해 시즌을 준비한다. 하지만 결과로 보여주지 못하면 인정받을 수 없다. 프로는 미숙함을 ‘노력한다’는 말로 용서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 미숙함이 몇 년째 꾸준히 반복된다면 더욱 그렇다.

판정에 대한 불만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이번 시즌, 감독들의 벤치 테크니컬 파울과 파울 경고는 유독 빈번하지만, 거듭된 판정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WKBL의 자정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심판 문제는 판정 뿐 아니라 운영과 배정 등 여러 면에서 의혹의 눈초리만 더해지고 있다.

한 순간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 총체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을 단 시간에 정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각 팀의 명운이 걸려있는 정규 리그 막판의 승부만이라도 농구다운 농구를 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 속에 경기가 운영되어야 하며, 코트의 주인공은 휘슬이 아닌 선수여야 할 것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