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삼성은 2018-2019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겪었다. 지난 세 시즌 동안 팀의 기둥으로 활약하던 리카르도 라틀리프(라건아)가 팀을 떠났다. 그동안 공수 모두에서 핵심 역할을 하던 그의 이탈로 삼성은 처음부터 새 판을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높이 역시 현저하게 낮아졌다.

다만 부산 케이티에서 김현수를 영입하며 가드진은 오히려 강해졌다. 또 1번과 2번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글렌 코지도 지난 터리픽 12를 통해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다. 두 선수의 합류로 삼성은 적어도 가드진에서는 다양한 옵션을 갖추게 됐다.

핵심은 조직력이다. 3가드를 활용할 계획이기에 유기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결국 국내 빅맨인 김준일이 제대할 때까지 얼마나 조직력으로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2017-18 REVIEW 

① 쓰러진 라틀리프, 떨어진 순위
삼성은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비록 안양 KGC인삼공사에 무릎을 꿇었지만, 강팀의 면모를 선보인 나름 성공적인 시즌이었다. 

수훈갑은 단연 리카르도 라틀리프였다. 라틀리프는 2016-2017시즌 54경기에 나와 평균 35분 56초 동안 23.57점 13.19리바운드 2.39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공수 모두에서 팀을 이끌었다.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임동섭과 김준일 등이 입대로 이탈했음에도 삼성이 우승권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 역시 라틀리프의 존재였다. 

삼성은 지난 시즌 중반까지도 중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라틀리프가 부상으로 인해 쓰러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초 삼성 측은 “라틀리프가 서혜부 치골염으로 인해 당분간 경기를 소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라틀리프는 부상 이전까지 19경기에서 평균 37분 14초 동안 평균 24.6점 14.9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삼성의 공수를 책임지고 있었다. 라틀리프는 12월 5일 오리온과의 경기를 소화한 이후 올스타전 휴식기를 포함해 약 6주 동안 정식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부랴부랴 칼 홀을 대체 선수로 영입했지만, 라틀리프의 공백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라틀리프 부상 이전 10승 9패로 5할 승률을 이어가던 삼성은 팀의 기둥이었던 라틀리프가 잠시 코트를 떠난 사이 4승 10패를 거두는 데 그쳤다. 이후 라틀리프가 1월 16일 SK전에서 돌아왔지만, 한 번 떨어진 순위는 좀처럼 복구되지 않았다. 결국 이전 시즌 준우승팀 삼성은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6위 전자랜드에 5경기 차 뒤진 7위(25승 29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② 김동욱의 ‘회춘’, 그리고 이관희의 발견
비록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지만, 실패한 시즌은 결코 아니었다. 수확도 있었다. 삼성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의 변화가 있었다. 주희정과 이시준은 유니폼을 벗었고, 임동섭과 김준일은 입대했다. 

삼성은 베테랑 김동욱을 FA로 데려왔다. 시즌 초반만 해도 문태영과의 호흡에 문제를 드러내며 이상민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하지만 이내 곧 그는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회춘’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을 정도였다. 

김동욱은 이전 소속팀인 오리온에서 보여줬던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모습은 물론 3점슛으로 팀 공격에 보탬이 됐다. 50경기에 나와 평균 10.16점 3.14리바운드 3.38어시스트를 올린 그는 지난 시즌 39.8%(98/246)라는 높은 3점슛 성공률도 함께 기록했다. 여기에 때로는 노련한 경기 운영까지 선보였다.

이관희도 빼놓을 수 없다. 이관희는 시즌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습 경기에서 부진했다. 하지만 막상 정규리그에 돌입하자 그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그는 지난 시즌 53경기에 나와 평균 20분 27초 동안 8.4점 2.4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45.7%를 기록하며 어느덧 팀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 2018-19 POINT 
① 라틀리프의 공백을 채워야 할 음발라와 코지

일단 삼성은 벤와 음발라에게 큰 기대를 건다. 음발라는 196.3cm인 장신 외국선수다. 골밑에서의 공격은 물론 외곽슛 능력까지도 갖춰 팀에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지난 9월 마카오에서 열린 ‘터리픽 12’에서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선보였다. 대회를 앞두고 카메룬 대표팀에 소집된 탓에 예선 첫 경기에서는 다소 주춤했지만, 이후 컨디션을 회복하며 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3-4위 전이었던 나고야와의 경기에서 27점 12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팀이 대회 3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글렌 코지(180.3cm)도 마찬가지다. 1번과 2번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코지 역시 지난 터리픽 12를 통해 득점과 경기 운영 능력 모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김태술, 이관희, 김현수 등과 함께 가드진에 무게감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② 낮아진 높이, 간절한 김준일의 복귀
이번 시즌 삼성의 가장 큰 단점은 무엇보다 높이다. 음발라를 장신 외국선수로 영입했지만, 지난 시즌 라틀리프가 책임졌던 역할이 워낙 컸던 탓이다. 또 음발라가 KBL 무대에 적응할 수 있을지도 여전히 물음표다. 여기에 지난 시즌에도 겪었던 국내 빅맨 자리에 대한 고민도 여전하다. 

일단 삼성은 김동욱을 포함해 차민석, 문태영 등 다양한 선수를 활용해 4번 자리를 채울 생각이다. 그러나 어느 선수를 선택하더라도 만족할만한 옵션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과 문태영이 나이로 인해 풀타임을 소화할 수 없고, 차민석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은 시즌 도중 제대할 김준일이 돌아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 관건이다. 이상민 감독도 “4번 자리에 대한 고민은 시즌 내내 지속될 것 같다. 어쨌든 (김)준일이가 돌아올 때까지 팀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단은 지난 시즌 ‘회춘 모드’를 선보인 김동욱이 조금 더 팀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

③ 3가드, 유기적인 움직임이 중요하다
반면 이번 시즌 삼성의 가장 큰 장점은 코지를 비롯해 김태술, 이관희, 김현수 등을 활용한 가드진이다. 이상민 감독은 ‘3가드’ 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는 높이가 부족한 삼성의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세 가드가 동시에 뛰면 스피드와 압박 등에서는 충분히 장점이 있다. 오히려 우리가 상대방에게 까다로운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핵심은 가드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다. 이 감독은 연습 경기와 터리픽 12를 통해 꾸준히 조직력을 강조해왔다. 삼성은 지난 22일 중국 광저우와의 준결승에서 74-88로 패했다. 가드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실종됐기 때문이었다. 또 경기를 풀어줄 코지의 부진도 패배의 원인이었다. 오는 2018-2019시즌 가드진의 조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다만 코지와 김태술의 공존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연습경기에서 두 선수는 다소 동선이 겹치며 뻐걱대는 모습을 선보였다. 만약 두 선수가 함께 코트에서 활약할 수 있다면, 삼성은 조금 더 쉽게 경기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Comments

이상민 감독 : 이번 시즌 콘셉트는 조직력이다. 우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겪었다. 일단 그동안 팀의 기둥이었던 라틀리프가 팀을 옮겼다. 일단은 벤와 음발라가 그 공백을 채워야 한다. 그는 한국 농구를 겪어본 적이 없고, 경험 자체도 부족한 선수다. 외국선수와 함께 호흡을 맞출 시간도 다소 부족했다. 
어쨌든 우리가 골밑에서 승부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3가드 시스템으로 시즌을 운영해 볼 생각이 있다. 장단점이 명확하다. 아무래도 가드 세 명이 코트에 있으면,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음발라도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선수다. 이 부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상대방이 우리를 까다롭게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수비와 조직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김)준일이가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부상 선수들이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장)민국이, (천)기범이의 복귀가 불투명하다. 다만 (김)동욱이, (차)민석이, (문)태영이를 활용한 여러 가지 공수 옵션을 고민 중이다. 식스맨 선수들이 더 성장해준다면, 조금 더 여유 있는 선수단 운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누군가는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당연히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다.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 시즌은 도전적인 자세로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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