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총 52명 소집,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이원화 체제로 운영

[루키=박상혁 기자] 지난해 일본 여자농구는 눈부신 결과를 이뤘다. 성인 대표팀은 아시아선수권대회 3연패를 거뒀고, 유니버시아드팀은 2017 타이페이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어린 선수들도 못지 않았다.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은 세계 대회 4강까지 올랐고 16세 이하 대표팀은 아시아 지역 준우승까지 오르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2017년이 일본 여자농구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적이다.

작년의 영광을 올해도 이어가기 위해 여자대표팀은 WJBL이 끝난 4월부터 일찌감치 대표팀을 소집해 훈련에 들어갔는데 사이즈부터 다르다. WJBL 선수를 비롯해 고교선수까지 총 52명을 선발해 4월 15일부터 25일까지 1차 소집 훈련에 들어갔다. 이 많은 선수들 가운데 추리고 추려 정예 멤버들을 뽑겠다는 생각이다.

일본 여자대표팀의 톰 호바스 전임 감독은 첫 소집 후 상견례에서 “만약 상위 팀에 부상이나 혹은 기량 미달의 선수가 나와도 신속하게 대체선수를 보강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선수에게 기회가 있다. 여러분이 있기에 일본 농구의 미래는 밝다"고 단언하며 사기를 북돋웠다. 

일본은 올해 열리는 2018 FIBA 여자농구 월드컵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차출하는 대표팀을 이원화시켜 운영할 방침이다. 농구 월드컵 대표팀은 호바스 감독이 맡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지휘봉은 야부우치 나츠미(히타치 하이테크) 감독에게 맡겼다. 다케다 요코 기자는 “대표팀 운영을 이원화하면서 일본 내 여성 지도자들을 육성하겠다는 JBA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야부우치 감독은 WJBL 12개 구단 중에 미쯔비시의 코가 쿄코 감독과 더불어 유이한 여자 사령탑으로 후지쯔 및 미쯔비시에서 코치를 지낸 뒤 히타치 하이테크의 감독으로 가는 등 WJBL 내에서도 다양한 코치 경력과 경험을 인정받아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게 됐다.  

남자와 반대로 여자 대표팀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 우선 지난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던 일본여자농구의 기둥 도카시키 라무가 처음부터 훈련에 참가해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도카시키는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서라도 FIBA 농구 월드컵은 지금 우리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간에서 합류하는 것보다 다른 선수를 알고 나 자신을 다른 선수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처음부터 대표팀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합류를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2차 소집 훈련이 끝나고 52명에서 32명으로 추려졌고 3차 소집 훈련이 끝난 후에 월드컵에 참가하는 A팀과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B팀이 결정됐다. 하지만 호바스 감독은 "만약 B팀의 선수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A팀으로 올릴 것이다. 어렵게 2개팀을 나눴지만 이 구성은 확정이 아니다. 대회 직전까지 경쟁을 시키는 시스템으로 가면서 두 개 팀 모두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하려고 한다“며 선수들의 긴장감을 유도했다.

대표팀 은퇴한 요시다, 임신으로 대회 불참한 오사키

이번 대표팀의 명단을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일본 여자대표팀 부동의 멤버였던 가드 요시다 아사미와 포워드 오사키 유카가 빠졌다는 점이다. 취재 결과 요시다는 나이가 있다는 이유로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고, 오사키는 임신에 따른 출전 불가로 선발되지 않았다는 답이 왔다. 이에 따라 오사키는 다가오는 시즌 W-리그 선수 등록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여자대표팀 입장에서 두 선수의 공백은 클 수밖에 없을 터. 요시다 같은 백전노장의 포인트가드가 있고 없는 것은 큰 차이이며, 오사키 역시 골밑에서 몸싸움과 궂은일, 리바운드 등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경기력에서 마이너스 되는 부분이 상당하다. 

하지만 호바스 감독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이미 지난해 도카시키가 없는 가운데 아사이선수권에서 우승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누군가의 공백이 생기면 다른 선수가 그 빈자리를 확실히 메우고 팀적으로 단단해지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요시다를 대신해 주전 포인트가드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은 후지쯔 소속의 가드 마치다 루이다. 물론 본인은 달라진 상황에 대해 처음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불안감만 가득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4차 소집 훈련에 들어간 지금은 "여태까지는 스타팅이 아닌 백업 멤버로 나선다는 생각이 컸지만 이제는 스타팅 가드로 뛸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왕 할 거라면 제대로 주전 가드를 꿰차고 싶다"라는 승부욕을 보이며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외에도 호바스 감독은 “미요시 나호는 3점슛이 강점이고 모토하시 나코는 슛과 패스가 좋아 가드로서 밸런스가 좋다. 지난해부터 있는 후지오카 마나미의 플레이는 이미 알고 있다"라며 대표팀 내 4명의 포인트가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사키의 빈자리까지 커버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된 도카시키에게 호바스 감독은 기존의 골밑 플레이 외에 3점슛을 던질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주문했다. 이는 도카시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모든 포지션의 선수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B팀의 대학생 센터 나카타 모에 역시 뜻밖의 3점슛 연마 요구에 놀라면서도 부지런히 슛 연습을 하고 있다. 

도카시키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것이지만 감독의 말에 따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최근 골밑슛이나 미들슛보다 3점슛 연습에 더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에 대해 호바스 감독은 “도카시키나 다른 센터들이 일본 내에서는 신장의 우위가 있을지 몰라도 세계에 나가면 결코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활동 영역을 더욱 더 넓히고 다양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도카시키는 골밑 플레이만큼은 안정적이기 때문에 외곽슛까지 겸비하게 된다면 국제 무대에서 높은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 선수 개인은 물론이고 대표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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