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클리블랜드 도시와 캐벌리어스 구단에게 르브론 제임스는 수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

올시즌 또 한 번의 FA를 앞두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의 거취 문제는 NBA를 비롯해 세계인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LA 레이커스, 휴스턴 로케츠부터 보스턴, 심지어는 골든스테이트까지. 언급이 안 되는 팀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로 전세계가 르브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르브론의 이적을 예상하는 가운데, 「ESPN」의 대런 로벨 기자는 “클리블랜드 도시와 캐벌리어스 구단에게 있어서 르브론은 수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다”며 클리블랜드가 어떻게 해서든 르브론을 잡아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NBA의 대표적인 스몰마켓으로 꼽히는 클리블랜드는 올시즌 약 1억 3,800만 달러의 막대한 팀 연봉을 지출하며 리그 전체 1위의 페이롤을 기록했다. 르브론의 연봉은 3,300만 달러로 지구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농구 선수 중 하나이며 팀 연봉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과연 클리블랜드는 르브론을 잡아야만 하는 걸까? 르브론의 가치는 어느 정도이며 ‘도시’ 클리블랜드가 갖는 르브론의 가치는 무엇일까.

 

▲ 성적 : 62% or 31%

2000년대 클리블랜드는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된다. 첫 번째로 르브론이 입단하고 마이애미로 이적할 때까지의 시기인 2003~10시즌 ‘르브론 클리블랜드 1기(이하 1기)’와 두 번째로 르브론이 마이애미로 이적하며 자리를 비웠던 2010~14시즌 4년간의 ‘공백기’, 마지막으로 르브론이 다시 돌아온 2014~18시즌 ‘르브론 클리블랜드 2기(이하 2기)’다.

 

 

르브론의 존재가 클리블랜드 성적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르브론이 자리를 비웠던 ‘공백기’ 시절 클리블랜드의 정규시즌 승률은 4시즌 도합 312경기 97승 215패로 승률이 고작 31%에 불과했던 반면 르브론이 뛰었던 ‘1기’와 ‘2기’ 시절에는 11시즌 도합 902경기 560승 342패로 무려 62%의 정규시즌 승률을 기록했다. 

리그 소식통에 따르면 클리블랜드는 올시즌 르브론을 잡지 못할 경우 팀내 2옵션인 케빈 러브마저 트레이드하고 아예 새 판을 짤 가능성이 높다(새 판의 중심에는 JR 스미스와 트리스탄 탐슨이 있다). 르브론을 놓치는 순간 다시 한번 암흑기가 시작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 관중 : ‘킹’이라 불리는 사나이를 ‘로컬 보이’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시민들

르브론이 드래프트로 클리블랜드의 부름을 받기 직전이었던 2002-03시즌, 클리블랜드는 두 개의 부문에서 꼴찌를 기록한다. 첫 번째는 17승 65패(승률 0.207)를 기록한 성적 부문, 두 번째는 11,496명에 그친 평균 관중 부문이다. 

그러나 르브론이 오고 난 뒤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르브론은 데뷔 시즌부터 평균 20득점의 괴물 같은 퍼포먼스로 클리블랜드 시민들의 마음을 위무했고 시민들은 응답하기 시작했다. 

 

 

‘킹’이라 불리는 사나이를 ‘로컬 보이’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시민들. 클리블랜드의 팬들은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1기’ 시절, 캐벌리어스의 평균 관중은 19,745명까지 치솟았다. 르브론 입단 직전 년도에 비해 무려 71.7%나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도 잠시, 르브론이 마이애미로 이적한 ‘공백기’ 시절 관중들은 다시 마음을 돌렸다(17,390명). 때마침 카이리 어빙이라는 걸출한 루키가 등장해준 덕분에 그나마 선방한 수치다. 잠시 외도의 시간을 가졌던 클리블랜드의 관중들은 ‘2기’ 개막과 함께 더욱 단단해진 충성심으로 무장하여 다시 돌아왔다(20,562명). ‘2기’ 출범과 동시에 클리블랜드의 홈구장 퀴큰 론즈 아레나에는 203경기 연속 매진 기록이 세워졌다.

그뿐만 아니다. 스포츠 컨설팅 회사 ‘CSL(Conventions, Sports & Leisure)’은 클리블랜드가 올시즌 홈에서 11번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개최하면서 발생한 경제 효과가 3,100만 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340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돈으로 단 11경기 만에 르브론의 올시즌 연봉인 3,300만 달러와 맞먹는 경제효과를 창출한 것이다.

클리블랜드는 르브론이 뛰었던 11시즌 동안 9번의 플레이오프 진출과 5번의 파이널 진출, 그리고 한 번의 우승을 일궈냈다. 그러나 만약 르브론이 떠난다면? 클리블랜드의 암울한 로스터와 샐러리캡을 고려했을 때, 향후 몇 년간 파이널은 커녕플레이오프 진출조차도 언감생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히 성적을 떠나서 구단 수익과 지역 경제에 직결되는 문제다.

 

▲ 구단 가치 : 역사상 최고의 프랜차이즈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2010년 4억 7,600만 달러(한화 약 5,259억 원)에 달했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구단 가치는 르브론이 마이애미로 떠난 이후 단 1년 만에 3억 5,500만 달러(한화 약 3,923억 원)로 수직 낙하했다. 선수 한 명이 떠났다는 이유로 무려 25%의 드라마틱한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르브론이 돌아온 ‘2기’ 이후의 수치다. 2014-15시즌 이후 클리블랜드의 구단 가치는 무려 9억 1,500만 달러(한화 약 1조 119억 원)로 크게 뛰어올랐다. 이후 상승세는 계속되어 2018년 현재 클리블랜드의 구단 가치는 13억 2,500만 달러(한화 약 1조 4,651억 원)에 이른다. 클리블랜드가 르브론을 놓치고 지난번처럼 구단 가치가 25%가량 감소한다고 가정해보자. 무려 3억 3,100만 달러(한화 약 3,660억 원)에 가까운 돈이 증발하게 된다.

 

▲ 지역 경제 그리고 ”Cleveland, This is for you”

미국 대도시경찰협회(MCCA)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클리블랜드는 1인당 살인 범죄율이 5번째로 높은 도시였으며 미국의 질병관리본부 CDC는 이곳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 증가율이 3번째로 높은 도시라고 발표했다. ‘Factory of Sadness(슬픔의 공장)’라는 별명답게 도시 곳곳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는 도시가 바로 클리블랜드다.

그러나 이런 클리블랜드도 르브론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도시 전체가 들썩인다. 미국의 데이터 분석 업체 STR에 따르면 골든스테이트와의 파이널 3, 4차전이 열렸던 6월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클리블랜드 지역 내 호텔의 일일 평균 수입은 265만 달러(한화 약 29억 원)에 달했다. 이는 파이널이 열리지 않았던 지난 2014년의 6월 4일부터 8일까지의 일일 평균 수입보다 백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 이상 높은 수치다. 

르브론 경제효과는 비단 숙박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하버드의 경제학 교수 다니엘 쇼그는 최근 자신의 논문을 통해 르브론 제임스가 클리블랜드의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소개했다. 쇼그 교수는 르브론의 이적을 전후로 클리블랜드의 홈구장으로부터 1마일(1.6km) 안에 위치한 음식점들의 변화 추이를 조사했는데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르브론이 클리블랜드에 있을 때, 경기장 근처의 음식점들의 수는 평균 12.8%가량 늘어났으며 고용률 또한 23.5% 증가했다. 

포브스의 발표에 따르면 클리블랜드는 미국에서 인구대비 고용성장률 꼴찌를 기록 중인 도시다. 그 어떤 사업가도, 정치인도, 나아가 대통령조차도 풀어 내지 못한 과제를 빈민가 출신의 르브론이 해낸 것이다. 농구를 모를지언정 르브론 제임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클리블랜드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4-0으로 허무하게 끝난 지난 파이널에서 알 수 있듯, 클리블랜드의 현 전력은 골든스테이트의 대항마가 되기에 턱없이 부족하며 르브론의 시선은 여전히 반지를 향하고 있다. 4년 연속 파이널이 열렸던 클리블랜드는 르브론이 떠난다면 다시 ‘Loser's City(패배자들의 도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2016년 6월, 파이널 7차전이 끝나고 챔피언 모자를 쓴 르브론이 눈물을 훔치며 “Cleveland, This is for you(클리블랜드 시민 여러분,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를 외치기 전까지, 클리블랜드는 52년간 메이저 스포츠 우승이 없었던 도시였다. 

그러나 클리블랜드가 다시 ‘패배자들의 도시’로 돌아간다고 한들 이번 여름 르브론의 이적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33살의 르브론은 고향팀의 우승을 위해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 도합 104경기에서 3,948분을 뛰었다. 지난 2015년부터는 직접 재단과 학교를 설립하여 클리블랜드의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총 490억 원가량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자선 활동도 이어왔다. 그의 잔류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르브론의 고향 애크런에서는 그의 동상을 건립하기 위해 기금이 모집되고 있다. 

르브론의 곁에서 때로는 고용주로, 때로는 철천지 원수로, 때로는 파트너가 되어 캐벌리어스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던 구단주 댄 길버트도 이번 만큼은 르브론의 마음을 돌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길버트는 지역지 'Crain's Cleveland Business'를 통해 이렇게 얘기한다.

“르브론은 클리블랜드에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가 떠나더라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겁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터미널 타워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고,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일을 할 것이며 우리는 그렇게 성공할 것입니다” 

지난 2010년 여름 ‘더 디시전 쇼’와는 다르다. 르브론과 클리블랜드는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 나이키, 펜타프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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