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2018 NBA 드래프트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6월 22일 뉴욕에서 열린다. 그때까지 올해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유망주들을 ‘스카우팅 리포트’를 통해 한 명씩 살펴보도록 하자. 이번 시간의 주인공은 유럽을 삼킨 19살 괴물 유망주, 루카 돈치치다.

▲ 루카 돈치치 프로필
- 출신: 슬로베니아
- 소속: 레알 마드리드
- 포지션: 슈팅가드. 스몰포워드
- 생년월일: 1999년 2월 28일(만 19세)
- 신장: 204cm (6피트 8인치)
- 체중: 103kg (228파운드)
- 윙스팬: 미확인
- 스탠딩 리치: 266cm (8피트 9인치)
- 비교 대상: 마누 지노빌리, 고든 헤이워드, 히도 터코글루

- 2017-18시즌 평균 기록: 21.5점 4.8리바운드 4.3어시스트 1.1스틸(유로리그, 25.9분 출전)

 

▲ 장점: 최고의 득점 창출 능력을 가진 완성형 공격수

슬로베니아는 2017 유로바스켓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전까지 통산 4강 진출 횟수가 한 차례에 불과했을 정도로 유럽에서 ‘최강’이라는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팀이었다. 그랬던 슬로베니아는 이 대회에서 스페인, 세르비아 등 유럽 전통 강호들을 누르고 9전 전승으로 압도적인 우승에 성공했다.

슬로베니아 우승의 중심에는 고란 드라기치(마이애미 히트)가 있었다. 2017 유로바스켓를 앞두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드라기치는 평균 22.6점을 기록하는 대활약으로 슬로베니아의 우승을 이끌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드라기치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은 슬로베니아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바로 괴물 유망주 루카 돈치치였다.

돈치치는 유럽 농구의 역사를 새로 써가고 있는 선수다. 지난 2월 28일에야 만 19살이 된 돈치치는(1999년 2월 28일생) 레알 마드리드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데뷔했으며(만 16살 2개월 2일), 스페인 리그 역사를 통틀어서도 세 번째로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

그리고 돈치치는 올해 NBA 드래프트에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유로바스켓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돈치치는 더 많은 것을 성취했다. 최근 있었던 유로리그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을 이끌며 역대 최연소 유로리그 MVP를 차지했고 유로리그 파이널포(Final Four) MVP도 석권했다. 이어서 스페인리그 MVP까지 차지하며 이번 시즌에만 MVP 트로피를 3개나 들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유럽 농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10대 괴물의 등장이다.

ESPN의 대학농구 전문기자 프란 프라실라는 지난 2월 말 방송을 통해 루카 돈치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NBA를 메이저리그로 본다면, 미국 대학농구는 더블 A이고 유로리그는 트리플 A라고 보면 된다. 그런 무대에서 돈치치는 16살 때부터 뛰고 있으며, 역사상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성취를 이뤄내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돈치치는 이렇게 특별한 선수가 된 걸까? 현지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돈치치의 비교 대상은 마누 지노빌리(샌안토니오 스퍼스)와 고든 헤이워드(보스턴 셀틱스)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돈치치는 지노빌리와 헤이워드를 섞어놓은 느낌이다. 204cm의 큰 신장과 준수한 운동능력과 힘은 헤이워드를 닯았다.(현재 알려진 돈치치의 스탠딩리치는 266cm로 헤이워드의 20살 측정 기록인 260cm보다 더 길다. 윙스팬은 공식 측정 기록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 역시 헤이워드보다 더 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2대2 게임을 전개하는 감각과 탁월한 볼 핸들링, 패싱 센스, 넓은 시야는 마누 지노빌리를 꼭 닮았다. 돈치치의 플레이스타일을 요악하면 ‘한 팀의 공격을 이끌 수 있는 장신 포인트가드’ 정도가 되겠다.

특히 돈치치의 2대2 게임 전개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19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감각적이고, 안정적이며, 탁월하다. 스크리너(스크린을 걸어주는 선수)의 움직임과 상대 수비의 대응, 다른 동료들의 움직임에 맞춰 패스의 세기를 조절하고 패스의 종류를 선택하는 감각만큼은 역대 어떤 NBA 가드 유망주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2대2 게임에서 자신의 득점을 창출하는 능력도 훌륭하다. 가장 위협적인 무기인 스텝백 3점슛을 비롯해 미드레인지 점프슛, 수비수의 타이밍을 빼앗아 올라가는 돌파 레이업슛, 기습적인 플로터슛까지 대부분의 슈팅 기술을 아주 안정적으로 구사한다. 「NBA드래프트넷」 역시 돈치치에 대해 ‘이미 기량이 증명된 완성형 선수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득점을 창출할 줄 알며, 구사하는 모든 슈팅 기술이 효율적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직접 자신의 득점을 만들고 동료들의 득점을 돕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NBA에서도 한 팀의 전담 볼 핸들러(primary ball handler)로 활약하기에 제격이라는 평이다. 좋은 사이즈를 활용해 시도하는 포스트업 공격, 리바운드 가담 역시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주요 공격 기술을 체화한,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 중 기술적으로 가장 안정되고 세련된 선수이기에 1999년생임에도 즉시전력감에 가장 가까운 유망주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 단점: 평범한 운동능력으로 인한 공수 불안

돈치치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디안드레 에이튼(애리조나 대학)과 1순위를 놓고 경쟁했다. 그를 아예 1순위에 놓은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돈치치의 지명 순위가 1순위는커녕 4순위 혹은 5순위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급변하는 중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이번 드래프트는 상위 유망주 5명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평을 받고 있다. 루머 혹은 팀의 성향에 따라 2순위부터 5순위까지 지명 예상 순위가 오르락내리락할 수밖에 없는 드래프트다.

하필 피닉스가 1순위 지명권을 차지한 것도 돈치치에겐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피닉스의 라이언 맥도너 단장은 최근 ESP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여태까지 스카우팅한 유럽 유망주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다”라며 돈치치를 매우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피닉스에서 고교 2년을 보내고 대학도 애리조나 대학으로 진학한 지역 스타 에이튼을 피닉스가 지나칠 리는 없다는 게 현지의 시선이다. 새크라멘토(2순위)와 애틀랜타(3순위)도 돈치치보다는 빅맨 유망주들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때문에 멤피스(4순위) 혹은 댈러스(5순위)의 돈치치 지명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돈치치의 지명 예상 순위가 갈수록 내려가는 이유는 이 같은 외부 변수 때문만은 아니다. 돈치치는 분명 1순위로 뽑혀도 이상하지 않은 뛰어난 유망주다. 하지만 뚜렷한 약점이 있어 몇몇 스카우터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특히 많은 유럽 선수들이 NBA 무대에서 겪는 운동능력 문제를 돈치치도 가지고 있다.

돈치치의 운동능력은 그가 백인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NBA 전체를 기준으로 봤을 땐 평균 수준에 속한다. 돌파 속도와 사이드 스텝은 아주 느리지는 않다. 하지만 상대에 큰 위협이 될 만큼 빠른 수준은 절대 아니다. 이로 인해 돈치치는 공수 양면에서 치명적인 단점을 드러낸다.

앞서 돈치치의 2대2 게임 전개 능력을 극찬한 바 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돈치치는 동료의 스크린이 없는 상황에서는 공격 효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선수이기도 하다. 돌파 시의 순간 속도가 폭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민첩하고 운동능력이 좋은 수비수를 상대로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시도할 때는 수비수의 포지션과 상관없이 불안하고 때로는 무기력한 모습까지 보인다. 첫 돌파가 막히면 비하인드 더 백 드리블(behind the back dribble)과 스탭백 기술 등을 통해 화려한 두 번째 공격을 시도하지만 그리 위협적이지는 못하다. 운동능력 좋은 수비수가 많은 NBA에서 돈치치는 이런 상황을 더욱 자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수비 시의 사이드스텝과 반응속도가 느려 상대 공격수에 허무하게 오픈 점프슛 기회를 주거나 돌파 득점을 내주기도 한다. 2대2 게임을 수비할 때 스크린과 자신의 간격을 잘못 계산하거나 스크린을 신경 쓰다가 마크맨을 놓쳐버리는 일이 종종 나온다. 넓은 어깨와 등을 가졌지만 아직 힘이 좋은 편이 아니기에 포스트업 수비도 꽤 불안하다. NBA에서 엘리트 수준의 포워드 혹은 장신 가드를 상대할 경우 수비에서 구멍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복 있는 점프슛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풀업 점프슛(pull-up jump shot, 드리블을 하다가 던지는 점프슛)을 워낙 좋아하고 자주 던져서인지, 슈팅의 효율이 들쑥날쑥하다. 감 좋은 날은 무서울 정도로 스텝백 점프슛을 꽂아 넣다가도 그렇지 않은 날은 잇따라 공이 림을 외면한다.

NBA 3점슛 거리에 적응할 수 있을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2017-18시즌 돈치치는 스페인리그에서 28.5%, 유로리그에서 32.9%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더 링어(The Ringer)」는 이 같은 돈치치의 불안한 점프슛 능력에 대해 ‘점프슛의 세밀한 기술을 바꿀 필요가 있다. 돈치치는 가끔 림의 앞뒤가 아닌 왼쪽과 오른쪽으로 슛이 날아간다. 슈팅 릴리즈 속도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돈치치는 현지에서도 평이 꽤 갈리는 선수다. 어떤 이들은 돈치치의 천재적인 2대2 게임 전개 능력과 패싱 센스를 거론하며 그가 제2의 마누 지노빌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돈치치의 비교적 평범한 운동능력과 그로 인한 공수 불안을 지적하는 이들은 돈치치가 NBA의 경기 속도와 우월한 운동능력에 크게 고전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결국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두 가지 시선 모두 나름 일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슬로베니아의 천재 가드 루카 돈치치는 과연 NBA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돈치치의 NBA 데뷔 팀은 오는 22일에 결정될 전망이다.

 

사진 제공 = FIBA, 루카 돈치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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