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지난 3년 동안 골든스테이트는 정규시즌의 최강자였다. 하지만 올시즌은 경쟁자의 등장과 잇따른 부상으로 4년 연속 정규시즌 1위 도전에 적신호가 커졌다. 골든스테이트는 이미 목표를 재조준하고 있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정규시즌 1위가 아닌 파이널 2연패다. 

무언가에 익숙해지면,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한다. 골든스테이트의 정규시즌 1위가 그랬다. 어떤 팀이 골든스테이트보다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골든스테이트는 정규시즌이든 플레이오프든 명실상부한 ‘리그 최강’이었다. 정규시즌을 가볍게 압살한 뒤 플레이오프에서도 압도적인 전력으로 파이널까지 도달하는 골든스테이트만의 강력함. 우리가 그들을 2010년대의 신(新) 왕조로 부르길 주저하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당연한 강력함’을 구축하는 일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골든스테이트가 지난 3년 간 압도적이면서 일관된 강력함을 유지한 핵심적인 비결은 두 가지였다. 첫째, 우승 멤버의 이적을 최소화하고 둘째, 주전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해 그들이 건강하고 꾸준하게 경기에 나서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2016-2017시즌까지는 이 전략을 이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케빈 듀란트가 합류한 시즌이었고 젊은 골든스테이트는 여유가 넘쳤다. 2월 말 케빈 듀란트가 워싱턴 원정에서 무릎 부상을 당한 것은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골든스테이트는 압도적인 로스터의 힘을 앞세워 연승을 달렸다. 결국 골든스테이트는 케빈 듀란트가 후반기에 무려 한 달을 결장하는 상황에서도 샌안토니오(61승)를 6경기 차로 누르고 리그 1위를 차지했다.

2017-2018시즌을 앞두고는 국내 NBA 팬들 사이에서 재밌는 유행어가 떠돌았다. ‘어우골’이었다. ‘어차피 우승은 골든스테이트’라는 어구의 줄임말이었다. 2017년 여름 FA 시장에서 골든스테이트는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 안드레 이궈달라, 숀 리빙스턴, 데이비드 웨스트, 자베일 맥기, 자자 파출리아를 모두 붙잡은 것도 모자라 닉 영, 옴리 카스피까지 영입했다. 전력 누수는커녕 오히려 로스터가 더 두터워졌다. 그 사이 경쟁자 클리블랜드는 카이리 어빙 트레이드 파문(?)으로 전력이 불안정해졌다. 많은 이들이 골든스테이트의 4년 연속 정규시즌 1위, 파이널 2연패가 ‘어차피’ 찾아올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3월 중순을 지나는 지금, 누구도 ‘어우골’을 말하지 않는다. 3월 18일 기준으로 골든스테이트는 휴스턴에 2.5경기 뒤진 리그 2위다. 토론토는 골든스테이트를 불과 0.5경기 차로 쫓으로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리그 1위는커녕 2위 자리도 안전하지 못하다. 1년 전 골든스테이트라면 절대 상상하지 못했을 일이다.

 

골든스테이트가 약해진 걸까? ‘절대 아니다’라고 답할 순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지난 3년 동안 잘 피해갔던 부상의 저주가 비로소 찾아왔다. 올시즌 골든스테이트는 스티브 커 감독 부임 이래 어느 시즌보다 부상에 많이 시달리고 있다. 드레이먼드 그린, 안드레 이궈달라, 숀 리빙스턴이 시즌 초반부터 계속 몸 상태가 좋지 못했고 여전히 몸 상태가 100%가 아니다. 스테픈 커리도 발목을 두 차례나 다쳤고 누구보다 건강했던 클레이 탐슨은 손가락에, 케빈 듀란트는 발목에 부상을 입으면서 정규시즌 막판 장기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농구는 부상과 많은 나이라는 변수를 누구도 이겨낼 수 없는 스포츠다. 선수 개개인이 노익장을 발휘하는 일은 존재한다. 그러나 팀 전체가 나이가 들고 부상에 시달리는데 그 팀이 잘 나가는 일은 없다. 오히려 잘 나가던 팀이 나이가 들고 부상이 잦아지면서 갑자기 추락하거나 기대 이하의 성적에 머무는 일은 아주 흔하게 벌어진다. 골든스테이트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물론 골든스테이트는 결코 늙은 팀은 아니다. 커리, 탐슨, 듀란트, 그린 모두 갓 30이 되었거나 아직 20대에 불과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지난 몇 년 간 쌓인 피로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안드레 이궈달라, 숀 리빙스턴, 데이비드 웨스트가 버티는 벤치 라인업은 노쇠화의 기미가 뚜렷하다. 골든스테이트의 수비력, 에너지 레벨이 예년만 못한 느낌이 괜히 드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자들의 기세가 너무 대단하다. 특히 휴스턴은 올시즌은 물론 향후에도 골든스테이트의 자리를 꾸준히 위협할 만한 팀이다. 이미 올시즌 세 번의 맞대결에서 휴스턴이 두 번이나 웃었다. 골든스테이트가 한 차례 승리한 경기조차도 휴스턴은 제임스 하든 없이 골든스테이트를 물고 늘어졌다.

휴스턴은 17연승을 달린 것을 포함해 최근 22경기에서 21승을 챙겼다. 골든스테이트가 올시즌 에너지 레벨 하락으로 수비가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는 것과 달리 휴스턴은 현재 공수 균형이 매우 안정적이다. 골든스테이트를 누르고 리그 1위를 달리려면 이쯤은 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휴스턴이 골든스테이트를 플레이오프에서 누를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는 이유다.

결국 골든스테이트는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잇따른 핵심 선수들의 부상으로 정규시즌 운영이 힘들어지자 휴스턴과 계속 1위 싸움을 펼치기보다는 플레이오프를 기다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7일 새크라멘토전과 18일 피닉스전을 벤치 멤버들로 경기를 치렀다. 드레이먼드 그린 정도를 제외하면 주전으로 꾸준히 출전했던 선수가 거의 없었다.

선수들도 코칭 스태프와 구단의 방향 설정에 동의하는 모양새다. 현재 발목 부상으로 결장 중인 스테픈 커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플레이오프 1번 시드를 무리하게 쫓는 것보다 선수들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라고 했다.

다행히 골든스테이트는 서부지구 3위 포틀랜드와의 승차가 9경기 안팎이다. 아무리 시즌 막판 페이스가 떨어져 있어도 서부지구 2번 시드까지 놓칠 가능성은 낮다. 2번 시드로 플레이오프를 시작한다면 파이널 2연패 도전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 골든스테이트의 계산이다. 정규시즌 1위가 아닌 파이널 2연패로 목표를 재조준한 골든스테이트는 과연 어떤 결과를 얻게 될까?

 

사진 제공 = 나이키, NBA 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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