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선수들이 설렁설렁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치열하게 경쟁했고 승자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2018년 NBA 올스타전의 모습이었다.

19일(이하 한국시간)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는 2018 NBA 올스타전 본경기가 열렸다.

올스타전은 최고의 별들이 모이는 축제의 장이다. 하지만 동기를 부여할 만한 요소가 없고 선수들이 부상을 피하기 위해 몸을 사리는 탓에 매년 맥빠진 경기가 연출되곤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올스타전에 새로운 보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었다.

사무국은 결국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간 서부와 동부로 나누어져 경기를 치르던 시스템을 양대 컨퍼런스의 주장이 컨퍼런스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을 지명해 팀에 데려가는 것으로 바꾸었다. 또한 올스타전 승리 팀 선수들에게 각각 10만 달러의 승리 수당까지 챙겨주기로 결정했다. 올스타전을 ‘올스타전답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양 팀 주장인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픈 커리도 이러한 시도에 기꺼이 동참했다. 둘은 주장의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경기에 참여했다. 벤치에 있을 때도 동료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뜨겁게 환호했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 공격과 수비가 이뤄지면서 이날 양 팀의 득점도 평소보다 적게 나왔다. 맥빠지는 덩크 쇼와 3점슛 쇼 대신 피지컬하고 터프한 공격과 수비가 반복됐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팀 르브론이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면서 올스타전 역사상 최초로 비디오 판독이 이뤄지기도 했다. 경기가 팀 르브론의 승리로 끝나자 팀 커리의 주장이었던 스테픈 커리는 진심으로 분한 표정을 지었다. 덕분에 이날 경기장을 찾은 17,800여명의 NBA 팬들은 표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진정한 ‘별들의 전쟁’을 볼 수 있었다.

 

이날 29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MVP를 차지한 르브론 제임스는 “팀 르브론과 팀 커리를 뽑을 때 스테픈 커리와 통화를 했었다. 그때 올스타전의 분위기를 바꿔보자고 이야기했었다. 솔직히 지난 몇 년 간 올스타전에서 제대로 된 경쟁심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다”라며 올해 올스타전에 참여한 마음가짐에 대해 설명했다.

경기 후 TNT 토크쇼에도 참여한 르브론은 “NBA가 위대한 이유는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라며 “올스타전을 대충 뛰는 것은 팬들이 우리에게 기대한 바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도 르브론과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이날 팀 르브론의 선수로 뛰었던 카이리 어빙은 “솔직히 승리 수당이 10만 달러가 아니라 2만 5000달러였더라도 우리의 플레이는 똑같았을 것이다”라며 경기에 진지하게 임한 이유가 승리 수당 때문이 아니었음을 밝혔다. 폴 조지는 달라진 올스타전 방식과 분위기에 대해 “최고다”라고 짧게 대답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진지한 분위기에서 올스타전이 진행되면서 그간 맥빠지는 내용으로 비판받아왔던 올스타전이 또 다시 NBA의 흥행 요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생겼다. 사무국과 선수들의 노력으로 스스로 리그의 품격과 재미를 끌어올린 셈이다.

올스타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NBA는 3일의 짧은 휴식기를 가진 뒤 오는 23일부터 후반기에 돌입할 예정이다.

 

사진 = 루키 DB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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