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트레이드가 터졌다.

30일(이하 한국시간) LA 클리퍼스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블레이크 그리핀이 포함된 블록버스터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블레이크 그리핀과 윌리 리드, 브라이스 존슨이 디트로이트로 가고 에이브리 브래들리, 토바이어스 해리스, 2장의 드래프트 지명권이 클리퍼스로 향하는 ‘빅딜’이다.

*블레이크 그리핀 트레이드 내용*
디트로이트 get: 블레이크 그리핀, 윌리 리드, 브라이스 존슨
클리퍼스 get: 에이브리 브래들리, 토바이어스 해리스, 보반 마르야노비치, 1라운드 지명권 1장, 2라운드 지명권 1장

적어도 여름이 오기 전까지 이 트레이드는 2018년에 일어난 가장 큰 트레이드로 남아 있을 것이다. 현재 트레이드 시장에 올라 있는 선수 중 그리핀만한 인지도와 무게감을 가진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트레이드는 별다른 루머 없이 너무 순식간에 이루어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한국 시간으로 30일 오전에 ESPN 애드리안 워나로우스키 기자에 의해 클리퍼스와 디트로이트의 트레이드 논의가 처음으로 보도됐고, 첫 보도가 나온 지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트레이드 합의 소식이 전해졌다. 블레이크 그리핀이 트레이드 블록에 오른 것도 놀라운 일인데, 트레이드가 너무 빠른 시간 안에 성사되면서 리그 전체에 더욱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정작 클리퍼스와 디트로이트의 트레이드 논의는 일주일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디안드레 조던, 에이브리 브래들리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이 양 측은 그리핀의 이적을 놓고 차분하게 서로가 원하는 카드를 조율했다. 그리고 양 팀 모두 경기가 없는, 평일의 첫 날인 월요일(미국 기준)에 트레이드를 최종 결정했다.

이 트레이드로 블레이크 그리핀-안드레 드러먼드 인사이드 콤비를 보유하게 된 디트로이트는 플레이오프 도전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30일 기준으로 디트로이트는 시즌 성적 22승 26패를 기록하며 동부지구 9위에 올라 있다. 8위 필라델피아와의 승차가 2.5경기로 크지 않다. 시즌이 이제 막 반환점을 돈 만큼, 반격의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 물론 불안해 보이는 백코트진 경기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는 숙제가 될 것이다.

*트레이드 이후 디트로이트의 예상 베스트 라인업*
PG: 이시 스미스(레지 잭슨은 2월 말 복귀 예정)
SG: 루크 케너드
SF: 스탠리 존슨
PF: 블레이크 그리핀
C: 안드레 드러먼드

 

반대로 8년 동안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한 그리핀을 떠나보낸 LA 클리퍼스는 '리빌딩' 혹은 '리툴링'의 기로에 서 있다. 클리퍼스는 로스터 개편을 위해 디안드레 조던과 루 윌리엄스도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둘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대가를 받고 트레이드하느냐에 따라 향후 행보가 꽤 달라질 수 있다. 일단 클리퍼스는 유망주와 드래프트 지명권 확보를 우선적으로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조던과 윌리엄스의 대가로 지명권을 추가적으로 얻게 된다면, 클리퍼스는 향후 몇 년 동안 아주 원활하게 유망주를 수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클리퍼스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다름 아닌 샐러리캡 유동성 확보다.

클리퍼스와 블레이크 그리핀은 지난해 7월 5년 1억 7,210만 달러에 육박하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던 바 있다. 당시 클리퍼스는 그리핀과의 FA 미팅을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가졌었는데, 스테이플스 센터 내부를 그리핀의 유년기 시절부터 오클라호마 대학 시절, NBA 데뷔 시절 등의 사진으로 화려하게 꾸며 그리핀을 감동시켰다는 후문이다. 또한 그리핀이 코트로 들어서자 그리핀의 저지를 천장에 걸어 올리며 장내 아나운서가 “평생 클리퍼(Clipper)가 될 선수를 환영해주세요”라는 코멘트를 하는 등 매우 성대하게 그리핀을 맞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당시 클리퍼스는 그리핀과의 재계약이 절실했다.

하지만 연평균 3,4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그리핀의 5년 계약은 어쨌든 샐러리캡에 굉장한 부담이었다. 심지어 그리핀은 2020-21시즌에 3,681만 달러, 2021-22시즌에는 3,895만 달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게다가 그리핀의 나이는 곧 만 29세. 5년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는 30대 중반에 돌입하게 된다. 그때 그리핀은 연봉 값을 전혀 못하는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은 그리핀을 붙잡긴 했지만, 클리퍼스로서는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리핀은 올시즌은 물론이고 지난 몇 년 동안 부상에 꾸준히 시달린 ‘인저리-프론’이었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올시즌 중에 클리퍼스는 그리핀 트레이드에 대한 문의를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한다. 부상이 잦고, 연봉은 높으며, 계약 기간이 5년에 육박하는, 전성기를 맞이할 나이에 활약이 오히려 지지부진한 29살의 선수를 누가 선뜻 데려가려고 했을까. 윈 나우(Win now)를 외치는 팀에게도, 리빌딩을 노리는 팀에게도 그리핀은 매력적인 선수가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한 팀이 ‘미끼’를 덥석 물었다. 다름 아닌 디트로이트였다.

이유가 있었다. 디트로이트는 올시즌부터 디트로이트 시내에 위치한 신축구장 ‘리틀 시저스 아레나’에서 홈 경기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성적이 좋았던 시즌 초반에도 관중 동원이 잘 되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실제로 30일 기준으로 올시즌 디트로이트의 평균 홈 관중 수는 17,418명으로 리그 19위 정도다. 흔히 말하는 '오픈 빨'도 못 받고 있는 셈이다. 총 관중 수는 더 심각하다. 40만 657명으로 리그 25위에 불과하다. 좌석 점유율은 83.0%로 노골적인 탱킹 팀 애틀랜타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다.

결국 디트로이트가 그리핀 영입을 결정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부진한 성적 개선 그리고 관중 동원 증가다. 이런 저런 문제가 있어도 블레이크 그리핀만한 스타성을 가진 선수는 리그에 많지 않다. 싸늘하게 식어 있는 디트로이트 지역 팬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8연패에 빠지며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는 팀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려면, 디트로이트에겐 도박이 필요했다. 블레이크 그리핀 트레이드는 어쩌면 지금 디트로이트가 던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최후의 한 수였을지도 모른다.

(에이브리 브래들리, 토바이어스 해리스를 한꺼번에 넘겨버린 것에 대해 디트로이트를 비판하는 시선이 많다. 물론 타당한 비판이다. 특히 미래 1라운드 지명권과 2라운드 지명권까지 함께 클리퍼스에 내준 것은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의 입장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에이브리 브래들리는 올시즌이 끝나면, 토바이어스 해리스는 다음 시즌이 끝나면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브래들리는 코트 밖 성추문과 잦은 부상으로 시즌 중반부터 경기력이 기대 이하였고, 해리스는 갈수록 기복이 심해지고 있었다.

때문에 스탠 밴 건디 감독 겸 사장을 비롯한 디트로이트 프런트는 브래들리와 해리스에게 대형 장기계약을 안기는 것이 그리핀의 5년 계약을 받아오는 것보다 더 위험한 선택이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리핀에겐 브래들리와 해리스에게 없는 티켓 파워라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디트로이트가 과감한 도박을 해준 덕분에 클리퍼스는 그리핀의 ‘악성 계약’을 순식간에 처분하는 횡재를 누렸다.

이제 클리퍼스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 중 2019-20시즌까지 계약돼 있는 고액 연봉자는 다닐로 갈리나리(2,261만 달러)가 유일하다. 그 외의 선수들은 모두 그 전에 계약이 만료되거나 연봉이 100만 달러 선이다. 이는 곧 클리퍼스가 향후 이적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클리퍼스는 오는 여름에 에이브리 브래들리, 디안드레 조던, 루 윌리엄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거나 그 전에 셋을 트레이드해도 딱히 손해는 아니다. 트레이드한다면 그에 걸맞은 대가를 받아올 가능성이 높고, 그냥 내보내더라도 나중에 FA 시장에서 더 가치 있는 대어를 물어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번 트레이드로 클리퍼스는 오는 여름 혹은 내년 여름에 최소 1명, 최대 2명의 대형 FA를 영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혹시나 여의치 않으면 트레이드로 받아올 유망주와 지명권을 이용해 차분하게 리빌딩에 돌입해도 된다. 아니면 에이브리 브래들리, 디안드레 조던, 루 윌리엄스를 모두 붙잡고 가도 괜찮다. 운신의 폭이 너무 넓어졌다. 이것만으로도 클리퍼스에게 블레이크 그리핀 트레이드는 굉장한 이득이다.

(클리퍼스의 FA 대어 영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물론 존재한다. 실제로 과거 클리퍼스는 만년 약체 팀, 짠돌이 구단주 도널드 스털링의 팀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FA 선수들에게 기피 대상인 팀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블레이크 그리핀이 데뷔한 2010년을 기점으로 클리퍼스의 이미지는 꾸준히 개선돼 왔다. 특히 누구보다 열정이고 투자에 적극적인 스티브 발머 구단주가 취임하면서 클리퍼스는 승리 욕구가 늘 충만한, 긍정적인 이미지의 팀으로 변모했다. 이제 클리퍼스는 과거만큼 FA 선수들에게 냉대받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항간의 소문처럼 르브론 제임스가 이 팀에 갈지는 모르겠다. 이제 클리퍼스와 견원지간이 된 크리스 폴이 르브론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물론 이 트레이드가 어떤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랍 시티(Lob City)’ 가 아닌 ‘모터 시티(Motor City)’에서 블레이크 그리핀이 뜻밖의 반등에 성공할 수도 있다. 탱킹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클리퍼스가 고민 끝에 디안드레 조던과 루 윌리엄스를 트레이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블레이크 그리핀 트레이드는 양 팀의 변화를 알리는 시발탄일 뿐, 그 자체로 어떤 결과물은 아니다. 모든 가능성이 아직은 열려 있다.

시즌 중반에 깜짝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한 LA 클리퍼스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블레이크 그리핀 트레이드는 과연 두 팀의 운명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사진 제공 = 나이키, NBA 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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