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지난 주말, KBL 프로농구가 시작됐다. 길었던 비시즌을 마치고 나온 각 팀의 선수들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코트 위에 섰고 다양한 모습들이 연출되며 농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대부분의 관심이 KBL개막에 쏠렸던 토요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도 시즌 개막을 두 주 앞두고 팬들과 더 가까이 다가서는 행사를 통해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선수들을 활용해 농구 외적인 요소로 팬들과 가깝게 호흡한 ‘위시(Wish)가 있는 W카페’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번 행사는 WKBL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일일 카페 형태로 진행한 이벤트였다. 박혜진(우리은행)과 이경은(KDB생명), 김단비(신한은행)를 비롯해 박하나(삼성생명), 박지수(KB스타즈), 신지현, 김지영(KEB하나은행) 등 WKBL을 대표하는 18명의 선수들이 60명의 팬들과 함께했다. 

일반적인 일일카페의 형태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이후 이구동성 퀴즈, 에그 크래프트 만들기, 애장품 경매 등을 진행했고, 바리스타로 변신한 선수들은 판매, 서빙, 요리 등을 맡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팬들과 함께 했다.

선수들의 적극성이 어느 때보다 돋보였다.

개막을 2주 앞두고 있어 당일 오전에도 대부분 소속팀의 훈련을 소화했지만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모여 팬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팬들과의 호흡에 적극적이었고 작은 코너마다 최선을 다했다. 참가한 18명의 선수 중 최고참이었던 한채진(KDB생명) 부터 막내인 한엄지, 이혜미(이상 신한은행)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선수들은 행사의 취지에도 공감하고 있었다. 팬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함께한 선수들은 “이러한 자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타냈고, “다음 번 행사 때는 이번보다 더 잘 하겠다”며 밝은 모습을 모였다. 선수들의 적극성과 참여 의식은 시간을 할애해 준 팬들의 만족감으로 이어졌다.

유니폼 대신 바리스타의 옷으로 갈아입은 선수들의 색다른 모습만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했지만 바로 옆에서 팬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이어졌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선수들은 사인과 사진 촬영 등 팬들의 요청을 모두 들어주고 자리를 떠났다.

팬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호의적이었다. WKBL 6개 구단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연고를 두고 있는 탓에 여자프로농구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지방에서 올라와 행사에 참여한 열성팬 또한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가하겠다”고 할 만큼 이날의 행사는 인상 깊었다. 

이날 참가비와 바자회 등으로 얻은 수익금은 코트 개선과 골대 제작 등 농구 환경 조성을 위한 ‘스포츠토토와 함께하는 W 위시코트 캠페인’ 사회 공헌 활동에 전액 기부됐다. 

사실 이번 비시즌, 팬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기 위한 WKBL의 노력은 상당했다. 역대 그 어느 해보다 적극적이었다.

WKBL은 지난 8월 13일, 반포한강시민공원 예빛섬에서 WKBL 3X3 토너먼트 트리플 잼(TOURNAMENT TRIPLE JAM)을 개최했다. 3X3농구를 통해 여자 농구를 알리고 팬들에게 더 다가서고자 한 것. 

개최 전에는 우려도 많았다. 

박진감이 넘치고 개인기 위주의 플레이가 많아야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에 여자 선수들의 경기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막상 3X3 농구에 프로 선수들이 참가해놓고 볼거리 없는 행사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WKBL은 행사를 추진했다. 농구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위기의식이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현장의 변화는 더뎠고, 새로운 노력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인기와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인지한 WKBL은 “설령 실패하더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낫다”며 행사를 개최했고 ‘WKBL 3X3 토너먼트 트리플 잼’은 일요일 밤의 한강을 농구로 물들이며 성황리에 성료됐다.

3회째를 맞이한 박신자컵을 앞두고는 ‘유소녀 농구캠프’를 함께 개최했다. 

임달식 전 신한은행 감독이 총감독을 맡아 선수들에게 필요한 기술과 기본기를 지도하도록 이끌었고, 이후에는 각 구단 코치와 선수들이 직접 참가해 어린 유망주들과 함께 호흡했다. 

WKBL은 ‘박신자컵’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고 여자 선수들의 참여와 일반의 관심을 제고할 수 있도록 박신자컵과 연계한 행사의 확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박신자컵이 농구 유망주와 함께 하는 부분에 치중을 했다면 내년 부터는 일반 팬들의 관심을 도모할 수 있는 부분까지 집중의 범위를 넓힐 생각이다.

WKBL은 지난 달,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이 일본 WJBL 1-2위 팀인 JX-에네오스와 도요타 앤틸로프스와 ‘2017 한일 여자농구 클럽 챔피언십’을 개최하기도 했다. 

비시즌 동안 여자농구 경기를 볼 수 없었던 팬들에게 오랜만에 공식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팬들은 아시아 정상으로 올라선 일본 여자농구 선수들도 직접 볼 수 있었다.

3X3 농구와 유소녀 농구 교실, 새로운 대회와 일일카페 등 WKBL은 여자농구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리기 위한 많은 기획으로 비시즌을 보냈다. 물론 모든 행사가 결점 없이 완벽하게만 치러진 것은 아니다. 좋은 취지를 갖고 시도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WKBL이 개막을 앞두고 한국 여자농구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다각도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변화와 도약을 위해 점진적인 과정이 필요하고, 팬들은 수수방관하며 경기력 탓만 하는 수동적인 관료주의적 행태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노력을 원한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야말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도모할 수 있는 힘이다.

올해 WKBL은 출범 20주년을 맞이한다. 20주년과 관련해 화려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 여자농구에 가장 필요한 저변 확대와 팬들의 관심 고조를 도모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내실 있게 비시즌을 준비했다.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비시즌을 준비한 WKBL의 노력이 두 주 앞으로 다가온 정규리그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이어주기를 기대한다.

사진 = 이현수 기자, 루키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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