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대학농구리그 시상식에 참석한 방열 회장의 발언이 화제다.

대학농구연맹은 3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2017 남녀 대학농구리그 시상식을 열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방열 회장 역시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협회장 자격으로 행사 초반 선수들과 지도자 및 대학농구 관계자에게 공식적으로 축하의 말을 남겼다. 

하지만 방 회장의 이날 발언은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시상식에서 언급된 축하 인사라고 하기에는 매우 아쉬웠다. 

방열 회장은 “최근 대학농구가 위기를 맞았다”며 현재의 문제점을 짚었다. 협회 수장으로서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방 회장은 “여러분이 잘하지 못해서 대학농구의 입지가 줄어들었고, 해체설이 돌고 있다”고 덧붙였고, “도박과 약물을 해서는 안 된다. 또 공부와 농구를 열심히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해서 농구가 위기를 맞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여자대학농구부 해체와 관련된 반갑지 않은 이야기들이 수시로 등장하는 원인이 선수들의 실력과 자세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한국 농구를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현실 인식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다.

최근 대학농구 위기설의 근원은 여자대학농구다. 대학리그에 참여하는 여자팀 중 용인대를 비롯해 한림성심대, 극동대, 전주비전대는 해체설에 휘말렸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수원대 역시 학교 사정으로 인해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 2017 대학농구리그에 참여하는 팀 중 광주대와 단국대를 제외한 대다수 여대부가 선수 수급 위기와 해체설에 휘말린 셈이다.

게다가 남자부 역시 일부 학교가 대학 구조조정과 성적 문제로 인해 선수단 축소를 고민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 이는 선수 스카우트의 불평등에서 발생한 문제다. 

하지만 방 회장은 대학농구 위기의 원인을 단순히 선수와 현장 지도자의 탓으로 돌렸다. 심지어 방 회장이 언급한 불법도박은 해체설을 겪는 대다수 여대부와는 전혀 무관하다. 대한민국농구협회의 현재 위기 인식 상태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한 대학농구 지도자는 “도대체 방 회장이 저 말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선수와 지도자는 팀 해체를 막겠다고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해왔다. 마치 대학농구의 위기가 학생들의 행실에 문제가 있어 발생했다는 말로 들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지도자 역시 반응은 마찬가지. 오히려 대학 자체의 구체적인 시각은 방 회장의 인식과 첨예하게 다르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학교에서 해체 카드를 꺼내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학 구조조정이었다”고 설명한 뒤 “학교 측에서는 농구를 통한 홍보가 미미하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고 했다. 

이어 “농구에 대한 인식 향상은 주로 협회 몫이다. 선수들은 그냥 열심히 한 죄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농구의 시스템이다. 도대체 선수가 대학리그에서 얼마나 더 활약해야 농구의 인식이 좋아지는 건지 되묻고 싶다”며 열변을 토했다.

현장 지도자들의 반응은 모두 다르지 않았다. 대학 농구 위기를 맞이해 이 문제를 짚은 대한농구협회 수장의 발언에 우려를 씻기 보다는 막힌 가슴을 두드리기만 했다.

또 다른 지도자는 “방 회장은 농구인 출신 대선배다. 해체설에 휘말린 학교의 선수와 지도자는 팀 유지를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 하지만 이 발언을 통해 학생과 지도자의 의지를 꺾어버렸다”고 허탈해 했다. 

이어 “협회가 (해체를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해도 부족한데, 오히려 선수에게 그 책임을 돌렸다. 정말 실망했다. 협회와 회장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최근 농구협회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성인 대표팀을 비롯해 연령대별 대표팀에 빈약한 지원을 해 빈축을 샀다. 이는 농구의 위기로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대한농구협회와 수뇌부를 향한 날 선 비판과 원망이 하루도 끊이지 않는다. 

선수들의 실력 향상과 올바른 태도 견지는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고 격려를 위해 업급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방 회장의 발언은 격려라기 보다 책임 전가에 가까웠다.

정치인 회장의 고리를 끊고 농구인 출신 방열 회장이 협회를 맡았지만 이후 한국 국내 농구의 위상과 저변은 더 추락했고,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에서도 꾸준히 협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대우탄금의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한 농구인은 “사실 생각해보면, 농구의 위기는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의 잘못을 힘없는 어린 선수들 덮어씌운 꼴”이라며 “방 회장이 비겁한 어른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대학농구연맹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