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뉴욕 닉스가 트레이드를 체결했다. 오클라호마시티가 카멜로 앤써니를 받는 대신 에네스 칸터, 덕 맥더밋, 2018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뉴욕으로 보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지난 7월 폴 조지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이후 앤써니까지 데려오며 전력 강화에 성공했다. 러셀 웨스트브룩-폴 조지-카멜로 앤써니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그야말로 리그 최정상급이다. 

그러나 볼을 소유해야 기량이 불을 뿜는 세 명의 조합이 과연 성공적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특히 앤써니가 가장 걱정스럽다. 앤써니는 만33세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기량이 떨어지고 있다. 예전 같은 폭발력이 줄어들었다. 데뷔 이후 줄곧 1옵션을 맡았던 그가 2~3옵션 역할을 수행한다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그는 풀타임 파워포워드로 뛸 예정이다. 데뷔 이후 줄곧 스몰포워드로 뛴 그가 이제는 빅맨 역할을 맡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 파워포워드로 나선 적은 많지만 주전 파워포워드로 나서는 건 처음이다. 새로운 출발을 알린 앤써니가 우승을 위해 겪어야 할 시행착오가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 많다. 앤써니는 여전히 평균 20점 이상을 넘길 수 있다. 혼자서 책임진 부담감을 웨스트브룩과 조지가 덜어준다면 더 나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 세 선수의 시너지 효과가 100% 발휘된다면 2017-18시즌 최고의 다크호스로서 오클라호마시티가 우뚝 설 것이다.

▲ 1옵션이 아니어도 괜찮아
앤써니는 데뷔 이후 좋은 포인트가드와 함께했다. 안드레 밀러, 천시 빌럽스, 제이슨 키드 등이 앤써니에게 적재적소에 패스를 건넸다. 이를 통해 그는 안정적인 미드레인지 게임, 포스트업, 2대2 게임 등을 이어갔다.

그러나 최근 뉴욕 닉스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필 잭슨 前 사장이 추구하는 트라이앵글 오펜스 속에서 갈 길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팀 전력도 좋지 못했다. 결국 앤써니가 원하는 공격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부담이 커졌다. 혼자 공을 들고 무리하게 공격을 이끄는 경우가 많았고, 동료들의 도움이 부족해 포스트업와 캐치앤슛 등의 확률이 떨어졌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뉴욕과 다르다. 리그 정상급 리딩 가드 웨스트브룩이 있다. 공격 성향이 강하지만 언제든지 동료에게 패스를 전달할 수 있다. 빅맨과 2대2 게임, 돌파 이후 킥아웃 패스 등 결코 능력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웨스트브룩은 직선적인 움직임이 강한 선수다. 공을 잡고 골밑 안쪽까지 돌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3점슛 라인 밖인 탑을 선호한다. 앤써니도 마찬가지. 대신 메인 볼 핸들러가 웨스트브룩이기 때문에 앤써니는 오른쪽 혹은 왼쪽 사이드로 이동할 것이다.
여기서 기대할 수 있는 건 그의 캐치앤슛이다. 지난 시즌, 앤써니는 캐치앤슛 상황에서 평균 6.3점(리그 18위)을 올렸다. 해당 상황에서 야투 성공률은 44.8%였다. 이는 리그에서 평균 4개 이상 캐치앤슛을 던지는 66명 중 8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 앤써니가 공이 없을 때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오클라호마시티는 포스트업 비중이 높은 팀이다. NBA.com에 의하면 오클라호마시티의 포스트업 시도는 리그 2위(937회)였다. 스티븐 아담스, 에네스 칸터, 웨스트브룩 등이 많이 시도한 결과다. 앤써니는 칸터의 자리에서 활약할 수 있다. 자리를 잡은 뒤 웨스트브룩의 공을 받아 잽스텝 이후 중거리슛, 슛 페이크 이후 돌파 등 다양한 움직임을 펼칠 수 있다.

웨스트브룩과 조지는 리그 정상급 일대일 공격수다. 이들과 코트에 함께 있다면 수비수가 앤써니에게 쉽게 도움 수비를 펼치지 못할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뉴욕보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앤써니에게 쏠리는 부담감이 그만큼 덜할 터. 1옵션이라는 부담감이 줄어들면서 앤써니의 경기력 역시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 올림픽 멜로가 출동한다면?
앤써니는 ESPN과 인터뷰에서 "커리어 동안 4번에서 많이 뛰었다. 덴버 너게츠 시절에도 조지 칼 감독은 스몰볼을 추구했다. 나를 파워포워드에 두고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이제는 스몰볼이 대세가 되었다. 포지션은 상관없다.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앤써니는 리그 정상급 공격력을 갖췄다. 슛 폼만 보면 누구보다 안정적이고 깨끗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생산성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믿음직하다. 그런 그가 파워포워드로 뛰면 이점이 여럿 생긴다. 

그는 파워포워드보다 빠르다. 스몰포워드에서 누리지 못한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이점을 파워포워드 상대로 얻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지난 국제무대에서 터득했다. 올림픽 무대에서 앤써니는 파워포워드로 뛰면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지난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시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은 케빈 듀란트-카멜로 앤써니-폴 조지-클레이 탐슨-카이리 어빙이 함께 뛰는 라인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앤써니는 빅맨 수비수를 상대로 빠른 페이스업, 외곽에서 캐치앤슛, 클로즈아웃 수비에 돌파로 공격하는 등 여러 기술로 수비를 농락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공격 옵션을 창출할 수 있다. 웨스트브룩과 2대2 게임으로 외곽슛을 노릴 수 있다. 특히 3점슛 라인에서 아담스와 앤써니가 동시에 스크린을 걸어 아담스는 골밑, 앤써니는 외곽으로 빠져 내외곽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조지가 오프 더 볼 무브로 스트롱사이드를 흔들 때 앤써니가 위크사이드에서 캐치앤슈터로 나설 수 있다. 앤써니의 매치업 상대가 빅맨이므로 외곽에서 자신의 수비수 상대로 더욱 손쉽게 공략할 수 있다.

수비 약점이 두드러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동료 폴 조지와 안드레 로벌슨의 존재로 채울 수 있다. 두 선수는 2~4번까지 수비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조지와 로벌슨은 상황에 따라 빅맨 수비까지 책임진 바 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지난 시즌 수비 효율성 10위(105.1점)에 올랐다. 여기에 조지가 가세했으니 수비력이 더욱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수비시 움직임이 많은 오클라호마시티가 조지를 통해 더 많은 활동량을 이어갈 것이다. 

특히 앤써니의 파트너 스티븐 아담스는 좋은 수비수다. 골밑 안쪽에서 묵직한 존재감과 함께 스위치 디펜스 상황에서 외곽 수비수를 견제할 수도 있다. 앤써니는 “아담스는 다른 포지션을 수비할 수 있고, 스위치 디펜스까지 가능하다. 그와 함께 뛴다면 괜찮다. 그런 선수와 함께 뛰길 원했다"라고 밝혔다. 앤써니가 조금만 버텨준다면 골밑과 외곽에서 도움 수비가 펼쳐질 것은 당연해 보인다.

▲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앤써니가 변해야 한다. 수십 년간 몸으로 터득한 1옵션, 득점 에이스의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긴 쉽지 않다. 웨스트브룩, 조지, 앤써니가 모였기 때문에 세 선수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팀은 아무래도 앤써니보다 생산성과 활용도가 높은 웨스트브룩, 조지에게 더 많은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앤써니가 과연 이들을 위해 얼마나 헌신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앤써니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미디어데이에서 『NBA TV』와 인터뷰를 통해 "나는 항상 상황에 맞춰서 뛰었다. 나가서 30, 40, 50점을 넣으라고 시키면 그렇게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나에게 스팟업 슈터가 되고,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추라고 요청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내 환경에 맞춰서 움직일 것이다"라며 "내가 오클라호마시티에 온 이유 중 하나다. 이 팀이 가진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봤기 때문이다. 나는 웨스트브룩이 어떻게 하는지 안다. 조지도 안다.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도 안다. 그렇기에 내가 이들과 함께한다면 완벽한 조합이 될 것으로 보였다. 또한 그들을 돕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앤써니는 데뷔 때부터 르브론 제임스와의 라이벌, 뛰어난 득점력, 대학 때 명성 등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스타에 10번이나 오르며 인기를 과시했지만 정작 올-NBA 팀에는 6번(세컨드팀 2회, 서드팀 4회) 밖에 오르지 못했다. 그의 기량을 생각한다면 아쉬운 수치.

이제 이런 개인 업적을 달성하는 건 쉽지 않다. 대신 우승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 이를 위해 데뷔 이후 세 번째 팀에 안착했다. 과연 앤써니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오클라호마시티 역사에 앤써니가 자신의 이름을 채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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