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용인, 박진호 기자] 너무나 당연히 여겼던 것이 허락되지 않을 때, 가장 일상적이었던 것들로부터 격리됐을 때 느끼는 박탈감은 말로 형언하기 힘들다.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던 농구인생에서 부상의 암초를 만나 2년 동안의 공식 기록을 공백으로 둬야 했던 부천 KEB하나은행의 신지현이 역경을 딛고 코트 복귀를 위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신지현은 지난 26일, 용인시 하갈동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연수원에서 열린 일본 WJBL 도요타 보쇼쿠와의 연습 경기에 출전했다. 1쿼터 중반 교체로 코트를 밟은 신지현은 약 15분 남짓 경기를 소화했다. 

팀은 46-76으로 패했고 신지현 역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재활과 훈련에만 매진하던 그가 정식 경기에서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적응력을 올리고 있다는 부분에 우선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지현은 2015-16시즌을 앞둔 비시즌 훈련 기간에 연습경기 도중 십자인대 파열을 당했고 이후 수술과 재활 과정에서 다른 부위의 부상이 생기는 등 악재가 겹치며 코트로 복귀하지 못했다. 지난 2월 8일, 구리 KDB생명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702일만의 복귀전을 가졌지만 당시 출전은 2분 40초. 1군 복귀는 끝내 이루지 못했다.

당시 이환우 하나은행 감독은 “(신)지현이가 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시즌 내내 경기를 아예 안 뛰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서 퓨처스 마지막 경기까지 짧게라도 코트를 밟아보자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한 바 있다.

이후 신지현은 꾸준히 재활을 병행하며 팀 훈련에 합류했고, 하나은행이 본격적으로 연습경기를 시작한 이날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본인 스스로도 “5대5 경기를 얼마 만에 뛴 건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할 만큼 오랜만의 복귀였다. 특히 10분 이상의 시간을 제대로 소화한 것은 부상 이후 거의 처음. 신지현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감독님이 지시하신 것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잘 안 된 것 같다”며 이날 경기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전체적으로 부상 후유증을 완전히 극복한 모습은 아니었다. 투입 직후 페인트 존에서 상대 수비를 앞에 두고 레이업으로 득점을 올렸지만 이후에는 슛 시도가 없었다. 특히나 스피드와 몸싸움에서 한수 위인 도요타 보쇼쿠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자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신지현은 “볼이 들어올 걸 알아서 몸이 먼저 가야 하는데 아직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경기를 통해 더 몸을 끌어올리고 익숙해지면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환우 감독도 신지현의 첫 경기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눈에 띄는 활약은 아니었지만 무난한 첫 경기였다는 것. 그리고 몸 상태가 확실히 올라오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한 평가였다.

꾸준한 재활과 운동을 통해 몸을 끌어올렸던 신지현은 지난 주 장염에 시달리며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 그래서 더 주의가 필요했다. 2년 전 큰 부상을 당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기 때문.

신인상을 수상한 후 비시즌 훈련을 통해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던 신지현은 장염을 앓으며 페이스를 잃었고 다시 몸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던 중 연습 경기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당하는 부상을 겪었다. 이번에도 당시와 흐름이 비슷해 조금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신지현은 “트라우마는 아니지만 의식이 안 된 건 아니다. 하지만 몸 상태만 올라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정확히 정상적인 상태의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일본팀과의 이번 연습경기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우 감독도 같은 생각. 

이 감독은 “팀도 오랫동안 기다렸고, (신)지현이도 한 눈 팔지 않고 긴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재활에 매진했다. 장염에 걸리기 전까지 몸 상태도 정말 좋았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몸도 열심히 만들었다. 컨디션이 올라오면 기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얼마 전 인터넷에는 스킬 트레이닝을 받는 신지현의 영상이 공개됐다. 신지현은 “그러면 안 되는데, 영상을 봤을 때 나도 내가 농구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뛸 수 없었던 시간이 그렇게 낯설게 만들었나보다. 영상을 본 날은 심장이 너무 뛰어서 밤에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그 만큼 신지현에게는 가혹했고 힘들었던 2년의 시간이었다. 코트 밖에서 동료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시간동안 그에게 농구는 간절했고, 코트로의 복귀는 절실한 목표였다. 그래서 결과는 물론 과정 역시 소중하다.

신지현은 “프로에 와서 비시즌 훈련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첫 해에는 대표팀에 갔었고 두 번째 해에 다쳤다. 지난 해에는 계속 재활만 했다. 결국 이번이 본격적으로 경험하는 첫 비시즌이다. 정말 열심히 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퓨처스 경기에 2분 40초를 출전한 후 “코트에서 뛸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고 밝혔던 신지현의 정상적인 1군 무대 복귀는 이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2017-18시즌 정규리그 개막전에 신지현이 코트를 밟는다면 약 970일 만의 1군 경기 복귀가 된다. 신지현이 잡은 우선의 목표는 소박하다.

신지현은 “당연히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만 우선은 꾸준히 15분에서 20분 정도를 소화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치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베테랑 염윤아를 비롯해 김이슬, 서수빈, 김지영 등이 가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복귀하는 신지현은 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아직 부족한 것투성이다. 차츰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의지를 다진 신지현이 오랫동안 자신을 기다려 준 구단과 팬들을 미소 짓게 할지 기대가 된다.

사진 = 루키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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