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강하니 기자] NBA 오프시즌이 벌써부터 뜨겁다.

수없이 많은 트레이드 루머가 들리는 가운데 21일(이하 한국시간)에는 LA 레이커스와 브루클린 네츠가 디안젤로 러셀, 브룩 로페즈, 티모피 모즈고프 등이 포함된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 트레이드는 NBA 드래프트가 열리는 오는 금요일 공식화될 예정이다.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디안젤로 러셀로 향하고 있다. 이 트레이드로 밝혀진 러셀의 현재 시장 가치는 안타까운 수준이다. 어떤 팀도 러셀을 영입하기 위해 로터리 지명권을 내주길 원치 않았으며(레이커스는 러셀을 카드로 로터리 픽을 노렸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레이커스는 티모피 모즈고프의 악성 계약을 처분하는 트레이드에 러셀을 ‘끼워’ 팔았다.(모즈고프 잔여계약 3년 4800만 달러)

2015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LA 레이커스에 지명된 러셀은 ‘포스트 코비’ 시대의 새로운 에이스이자 리더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러셀의 가치는 처참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디안젤로 러셀은 도대체 왜 브루클린으로 트레이드됐을까?

 

코트 안: 기복 심한 왼손잡이 슈터

디안젤로 러셀이 지명됐던 2015년 드래프트로 되돌아가 보자. 당시 러셀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높았다. 195cm에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콤보 가드.

「NBA 드래프트넷」은 러셀의 비교 대상으로 페니 하더웨이, 브랜든 로이를 꼽았다. 모두 NBA에서 다재다능함으로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선수다.

운동 능력은 평범하지만 좋은 사이즈에 슈팅, 볼 핸들링, 패스에 모두 능하다는 점이 스카우터들의 눈길을 끌었고, 결국 드래프트를 앞두고 러셀의 가치는 계속 올라갔다.

드래프트 당일. 1순위로 칼 앤써니 타운스가 미네소타에 먼저 지명됐다. 예상대로였다. 그리고 2순위 지명권을 가진 LA 레이커스는 리그 트렌드에 적합하지 않은 빅맨 자릴 오카포 대신 러셀을 지명했다. 당시 레이커스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은퇴가 다가오고 있었으며, 가드진이 상당히 황폐화된 상황이었다. 러셀은 그런 레이커스의 미래를 이끌어줄 새로운 선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2년 동안 러셀이 보여준 모습은 어땠을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낙제점을 간신히 면한 수준이었다.

드래프트 당시 주목받았던 평균 이상의 패스 센스는 NBA에서 아예 발휘되지 못했다. 오하이오 대학 시절 러셀은 코트의 양쪽 사이드를 가르는 긴 동선의 빠른 패스를 매우 잘 구사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NBA는 달랐다. 평범한 순발력 때문에 자신의 수비수조차 제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패스를 뿌리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러셀에게 남은 것은 볼 핸들링과 점프슛뿐이었다. 2대2 게임을 통해 자유투 라인 부근까지 진입한 다음, 잔 스텝과 유려한 드리블로 수비수를 교란하고 점프슛을 던지는 패턴을 주무기로 삼기 시작했다. 수비수가 뒤로 쳐진다 싶으면 기습적으로 3점슛을 던지는 것도 러셀이 선호하는 공격 방식이었다.

문제는 러셀의 슈팅은 스테픈 커리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러셀의 슈팅은 기복이 매우 심했다. 제대로 들어가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격차가 너무 컸다.

한 팀을 이끄는 스타 플레이어, 혹은 팀의 미래로 꼽히는 최상위권 유망주에게는 일관성(consistency)이 반드시 필요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어느 정도의 몫은 해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가 리그 최고의 슈퍼스타로 꼽히고 칼 앤써니 타운스가 유망주를 넘어 최고 레벨의 빅맨으로 올라선 이유가 바로 일관성에 있다.

 

하지만 러셀에겐 그런 일관성이 없었다. 물론 선수라면 기복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러셀은 기복의 낙폭이 어지간한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 러셀은 자신의 슈팅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해야 할 미드레인지 구역과 3점슛 라인 바깥에서의 슈팅 효율이 기대에 못 미쳤다. 다음은 디안젤로 러셀의 2016-17 시즌 거리별 야투 성공률 기록이다.(24피트가 3점슛 라인)

5피트 이내: 50.3%
5-9피트: 53.4%
10-14피트: 33.3%
15-19피트: 41.1%
20-24피트: 38.6%
3점슛: 35.1%

러셀이 자신의 주된 활동 반경인 미드레인지 구역(15피트에서 24피트 사이)에서 기록한 야투 성공률을 살펴보자. 41.1%, 38.6%다. 한 팀의 백코트 공격을 책임지는 최고 유망주라기엔 처참한 수준이다. 페인트존 안이라고 볼 수 있는 10-14피트 구역을 포함해 세 구역을 종합하면 야투 성공률이 38.2%가 나온다. 적어도 이 구역에서는 5개를 던지면 3개 이상 빗나간다는 얘기다.

3점슛 성공률은 어떠한가. 35.1%면 괜찮은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좋다고 하기도 어렵다. 2016-17 시즌 리그 전체 3점슛 성공률이 35.8%였다. 결국 러셀은 3점슛 라인 바깥에서조차 리그 평균 수준의 슈터였던 셈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러셀 같은 슈터를 'streaky shooter'라고 부른다. ‘연속’을 의미하는 'streak'에서 파생된 표현으로, 슛 성공이든 실패든 연달아서 하는 성향이 강한 슈터를 일컫는 말이다. 들어가는 날은 연달아 잘 들어가고, 안 들어가는 날은 연달아서 안 들어간다. 이런 선수는 동료, 코칭 스태프, 팬들에게 모두 스트레스를 준다. 경기를 믿고 맡기기 어렵다.

실제로 2016-17 시즌 러셀은 출전 경기 수(63경기)의 절반에 가까운 31경기에서 30분 미만 출전했다. 러셀을 대신해 조던 클락슨, 루 윌리엄스가 경기의 중요한 순간을 책임지는 게 다반사였다.

문제가 명확함에도 러셀은 시즌 내내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늘 하던 플레이만 고집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러셀이 루키 시즌을 마친 2016년 여름, 레이커스의 미치 컵책 전 단장은 트레이드 루머로 불안해 하던 러셀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널 트레이드하지 않을테니 안심해라.’

하지만 1년 뒤 러셀을 바라보는 레이커스의 시선은 확연히 달라졌다. 단 두 시즌 만에 레이커스는 러셀의 한계를 확인했으며, 그에게 기대할 것이 더 이상 없다고 판단했다. 레이커스가 2순위 유망주였던 러셀을 과감하게 브루클린에 넘긴 이유다.

 

(▲ 디안젤로 러셀이 최근 '좋아요'를 눌러 화제가 됐던 한 레이커스 팬의 SNS 글.

글의 내용은 러셀이 더 좋은 선수이니 론조 볼을 뽑지 말자는 것이었다.)

코트 밖: 철없고 불안한 정신력

그렇다면 코트 밖의 디안젤로 러셀은 어땠을까?

많은 팀들은 유망주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로 정신력, 즉 멘탈을 꼽는다. 장기간 팀을 이끌어갈 유망주가 자신의 잠재력을 NBA에서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험난한 프로 생활을 버텨낼 만한 성숙하고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은 리그 최고의 센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드마커스 커즌스가 2010년 드래프트에서 5순위까지 미끄러졌던 것은 바로 불안한 그의 멘탈 때문이었다. 2008년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가졌던 시카고 불스가 대학 최고의 스타 마이클 비즐리를 포기하고 데릭 로즈를 지명한 것도 둘 사이에 명백하게 존재한 멘탈의 차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디안젤로 러셀이 지난 2년 동안 코트 밖에서 보여준 멘탈은 레이커스를 실망케 하기 충분했다.

루키였던 2015-16 시즌에 만들어낸 대형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러셀은 SNS에 닉 영의 목소리가 녹음된 영상을 뜬금없이 올렸는데, 그 영상에서 닉 영은 자신이 클럽에서 이성을 유혹한 것을 러셀에게 실토하고 있었다. 러셀 입장에서는 그냥 장난이었을 것이다. 헌데 문제는 닉 영이 유부남이었던 것. 게다가 미국에서는 통화 중 녹취나 당사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음성 녹음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결국 이 일로 큰 논란이 일었다.

러셀의 철없는 행동에 레이커스의 라커룸 분위기는 엉망이 됐다. 루 윌리엄스는 러셀의 행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동료 중에 패스를 주고 싶지 않은 선수가 있다”라는 발언까지 했다. 러셀은 영상을 삭제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하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리그 하위권을 전전하며 침체돼 있던 레이커스의 팀 분위기는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최근에도 러셀은 SNS 상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다. 한 레이커스 팬이 SNS에 론조 볼을 지명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 러셀이 이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언론을 통해 론조 볼과 디안젤로 러셀의 공존 가능성에 대해 많은 말들이 나오던 터였다. 그런데 러셀의 경솔한 행동으로 레이커스는 드래프트가 열리기도 전에 불필요한 논란을 마주해야 했다.

훈련 태도가 불성실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루키 시즌동안 러셀을 지도했던 바이런 스캇 전 감독은 지난 5월 캘리포니아 지역 언론 <더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러셀의 훈련 태도가 얼마나 나아졌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레이커스 구단 관계자들에게 듣기로는 아직도 훈련 태도가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라며 "나는 러셀이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 NBA에서 뛴다는 게, 자신이 지금 그 자리에 있다는 게 얼마나 영광스럽고 특별한 일인지 깨닫는 순간이 오면 러셀도 좀 더 성숙한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금 디안젤로 러셀의 리그 내 입지는 매우 불안하다. 2015년 드래프트에서 칼 앤써니 타운스 다음 가는 유망주였던 러셀은 불과 2년 만에 타운스와의 격차가 아주 크게 벌어졌으며, 어떤 팀도 그다지 반기지 않는 선수가 됐다.

그리고 이 사태는 러셀 본인이 자초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코트 위에서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고, 코트 밖에서는 철없는 행동으로 논란을 만들어냈다. 훈련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그래서일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러셀을 포기한 레이커스의 선택을 비판하는 이가 많지 않다.

러셀의 루키 계약은 아직 2년이 더 남아 있다. 때문에 브루클린에서 보낼 향후 2년은 러셀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러셀이 실패한 2순위 유망주의 전철을 밟을지, 혹은 브루클린에서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은 러셀 본인의 손에 달렸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NBA 미디어센트럴,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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